[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이젠 선수의 선택만 남았다.
KIA 타이거즈가 자유계약(FA) 신분인 안치홍(30)과 김선빈(31)에게 구단에서 설정한 계약조건을 제시했다.
5일 KIA 사정에 밝은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구단이 지난 3일 선수 에이전트와 만남, 전화통화로 계약조건을 전달했다. 지난해 11월 FA 협상을 위해 구단에서 마련한 금액에서 변동은 없는 상황이다. 구단에선 1002개에 달하는 고과산정 항목 중 절반에 해당하는 야수 파트 고과를 면밀히 따졌고, 직전 시즌 성적과 향후 기대치 등을 반영해 FA 몸값을 산출했다.
그 동안 구단 측과 선수 에이전트가 일주일에 한 차례씩 만남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선수 측에 확실한 계약조건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협상 파트너가 느낄 수 있을 정도는 교감을 나눴다는 것이 구단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선수 측은 완고한 입장이었다. 구단과의 면담에서 흘러나온 뉘앙스가 선수 측 생각과 격차가 컸다. 때문에 FA 협상은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원점에서 머물러 있었다. 사실 구단도, 선수 측도 바쁠 건 없었다. 구단은 레이더를 돌려 타팀의 관심을 체크하고 있었고, 선수 측에선 타팀의 러브콜을 기다려 보자는 입장이었다.
헌데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선수 측이 막다른 길에 몰렸다. 구단이 정확한 계약조건을 제시하지 않자 타팀에서도 오버페이를 경계해 선뜻 수면 위로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러면서 '집토끼' FA 단속을 마치면서 외부 FA 영입전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 공개적으로 LG 트윈스는 안치홍에게 관심을 드러냈지만 코칭스태프 회의를 거쳐 영입 철수를 선언했다. 김선빈에게는 수도권 팀과 지방 팀이 관심을 보였지만 딱히 손에 잡히는 실체는 없었다. 결국 안치홍과 김선빈 모두 몸값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타팀의 러브콜 없이 KIA의 제시액을 받게 된 상황.
바통은 선수에게 넘어왔다. 선택의 시간이다. 선수들은 마음이 상할대로 상했지만, 급격하게 위축된 FA 시장 상황과 선택지 부족으로 더 이상 보장금액을 올릴 명분이 없다. 지지부진했던 협상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
다만 변수도 무시할 수 없다. 기다리던 KIA의 계약조건이 제시됐기 때문에 이미 관심을 접었거나 관심이 없던 팀에서 안치홍과 김선빈 영입을 재고하거나 관심을 발생시킬 수 있다. KIA는 더 이상 몸값을 올려줄 수 없기 때문에 다른 팀으로 이적한다면 잡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KIA와 김선빈 측은 오는 7일 다시 만날 예정이다. 안치홍 측은 이후 만남을 가진다. 과연 선수들이 구단의 제안을 받아들일까.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