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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매크로→ID 도용" '그알' 음원 사재기 실체…아이유도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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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윤선 기자] "사재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제안은 너무 오래전부터 쭉 받아왔다."

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음원 사재기에 대한 의혹을 다뤘다.

가수 닐로는 지난 2017년 첫 EP 앨범 타이틀곡 '지나오다'를 발매했다. 해당 곡은 2018년 3월 한 음원 차트의 100위권에 처음 진입했고, 4월에는 트와이스, 위너, 엑소-첸백시 등을 제치고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팬덤도 없고, 인지도가 높지도 않은 닐로의 곡은 김연자의 '아모르파티'까지 제치고 50대 음원 차트까지 석권했다. 게다가 닐로의 곡은 이용자가 적은 심야 시간에 그래프가 급상승했고, 이에 사재기 의혹이 불거졌다.

닐로의 소속사는 음원 사재기 의혹을 부인,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명 '바이럴 마케팅'이라 불리는 홍보 전략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닐로의 곡에 대한 의혹은 계속됐다. 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노래방 인기 순위를 언급하며 "일반적인 역주행곡 들은 노래방에서 많이 가창이 되고 그다음에 음원 사이트 차트나 여러 지표에서 결과가 나오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닐로의 '지나오다'는 음원 차트에서 1위를 하고 한 달 후에야 순위에 올랐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음원 차트 1위를 할 정도로 주목받은 닐로의 콘서트가 예매율이 낮아서 취소됐다는 점에 대해 의아함을 드러냈다.

계속되는 논란에 닐로의 소속사는 문체부에 "음원 사재기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해달라"며 진정서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다 할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결론이 나면서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던 중 가수 박경이 지난해 11월 자신의 SNS에 "바이브처럼 송하예처럼 임재현처럼 전상근처럼 장덕철처럼 황인욱처럼 사재기 좀 하고 싶다"는 저격글을 남기며 음원 사재기 논란은 재점화됐다.

음원 사재기 의혹을 받은 가수의 소속사 관계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했고, 박경을 고소했다. 그러면서 소속 가수가 음원차트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이럴 마케팅'의 효과라고 주장했다. 대형 업체를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온라인 홍보를 했을 뿐 사재기를 비롯한 순위 조작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알'에 직접 제보한 가수들의 말은 달랐다. 홍보대행업체로부터 '바이럴 마케팅'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는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 멤버 JJ핫산은 "목표는 차트 30위라고 했다"며 "수익은 7:3으로 나누어서 7은 그쪽에서 가지고, 그 기간은 1년~1년 반 동안 유지가 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오래전부터 음원 차트 순위 조작 제안을 받았다는 타이거JK는 "사재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제안은 너무 오래전부터 쭉 받아왔다. 놀라운 일은 아니다"고 밝혔다.

가수 말보도 "(홍보대행업체가) 우리랑 같이하면 절대 걸릴 일이 없다. 정정당당하게 진입하는 거로 보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한 홍보대행업체는 애절한 발라드를 불러야 성공할 수 있다고 제안하는가 하면, 순위를 움직여준다는 말을 믿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곧 순위에 올라올 가수들에 대해 알려주기도 했다고. 말보는 실제 그 가수들의 노래가 순위에 오르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타이거JK는 제3자의 음원을 사들여 경쟁자의 곡을 순위 밖으로 내모는 홍보대행업체의 '밀어내기' 수법에 대해 "제일 충격이었다"고 밝혔다.

이날 "한 번쯤 진실이 알려지길 바란다"며 제보한 한 홍보대행업체 관계자는 홍보대행업체가 음원 순위를 조작하는 방법에 대해 폭로했다. 여러 사람의 아이디로 접속한 뒤 해당 음원을 자동으로 재생하게 하는 일명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해 가짜 인기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매크로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순위를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음원 사이트에 접속 가능한 아이디와 아이피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인터넷상에서 손쉽게 거래가 가능했다. 이날 제작진은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받은 한 가수의 음원이 자동으로 재생되고 있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영상 속 음원도 여러 개의 아이디와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이 같은 문제는 명의도용으로도 이어졌다. 아이디를 도용당했다는 한 피해자는 "전혀 듣지 않은 노래가 하루에 3,600회 정도 재생이 됐다고 나와 있었다"고 증거 화면을 공개했다. 하지만 음원 사이트 관계자는 "기술적인 부분이나 이슈가 오류 같은 것은 전에도 확인이 되지 않고 일단은 1차적으로 수사 기관에 의뢰를 해주셔야 된다. 개인정보 자체를 함부로 열람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음원 사이트에서는 "비정상적인 이용 패턴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중 인증 설정을 제공 중"이라고 서면 답변했다.

이에 대해 전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음원사이트가 100% 눈감는다고 생각한다. 닐로 사태 때도 문체부였나, 입장 발표하라고 음원사이트 쪽에 얘기했는데 전혀 이상 징후 없다고 얘기하더라. 전혀 발견된 거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또 홍보대행업체 관계자도 "음원사이트에서는 안다. 알 수밖에 없다. 알면서도 돈이 되니까 굳이 크게 후벼파고 싶지는 않은 거다"라고 말했다. 또한 전직 홍보대행업체 관계자는 "솔직히 돈이 되는데 이거 안 하고 다른 사업 하는 이유가 회의감이 너무 크다"며 "현재로서는 나아질 수가 없는 구조다. 거의 대부분이 가짜다"라고 밝혔다.

정직하게 승부를 하고 싶었다는 윤동환 연예기획사 대표는 "음악인들이 혼란스러워한다. 앨범을 냈는데 반응이 없고, '내가 지금 음악을 잘못하고 있나', '내가 이제 끝났나 보다'라고 생각한다. 힘들게 만드는 걸 봤는데 제작자 입장에서 '내가 무능해서 이 앨범을 사람들한테 알리지 못한 건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정말로 공정하게 판단이 되는 거면 그냥 겸허하게 받아들일 텐데 그 부분이 어떻게 보면 억울한 거다"라고 토로했다.

타이거JK는 "진짜 사랑해서 해야 되는데 그런 것들이 점점 없어지는 거 같다. 이런 사재기 유혹에 빠지는 거는 이 친구가 지금 음악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바른음원협동조합 이사장 신대철은 "음악이 이제 예술이 아니라 그냥 이건 단순 그냥 상품이지 않냐. '음악 하나로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라고 우리는 생각했고 '좋은 음악 만들면 사람들이 좋아해 준다'라는 당연한 믿음 같은 것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게 되게 슬프다"고 전했다.

한편 방송 이후 가수 아이유, 현아, 선미 등은 인스타그램에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의 한 장면을 찍어서 게재했다. 특히 아이유는 '그알'에 출연한 한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의 "음원 수입을 받아봐서 아는데 진짜 많이 받더라. 왜 사재기를 하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을 그때 받았다"는 인터뷰 장면을 올리며 "그래도 하지 맙시다 제발"라는 글을 덧붙였다.

supremez@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