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4시즌 간 절치부심한 KT 위즈 좌완 투수 박세진(23)에 대한 기대가 점점 커지고 있다.
2016년 1차 지명으로 KT 유니폼을 입은 박세진은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25)의 동생으로 잘 알려진 선수. 롯데 '안경에이스' 계보를 이을 기대주로 성장한 형의 그늘에 가려진 경향이 짙었다. 그러나 박세진이 지난해 대만 마무리캠프에서 두각을 드러내면서 비로소 꽃을 피울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프로 입단 후 박세진의 1군 통산 성적은 19경기 1승9패, 평균자책점 8.62에 불과했다. 2018시즌을 마친 뒤 입대 결심을 굳힌 터였다. 그러나 박세진은 지난해 이강철 감독 체제로 전환한 KT에서 도전을 택했고, 2군에서 착실하게 실력을 다지는 쪽을 택했다. 2019시즌 2군리그 11경기 1승2홀드, 평균자책점 1.93을 찍은데 이어 마무리캠프를 통해 비로소 가능성을 증명하기 시작했다.
대만 마무리캠프는 박세진의 성장에 날개를 달았다. 박세진은 그동안 뛰어난 구위를 갖고도 소극적 피칭으로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미완성된 투구 메커니즘으로 기량을 100% 끄집어내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대만 캠프를 통해 투구폼을 교정했고, 구속 뿐만 아니라 변화구 컨트롤까지 눈을 뜨기 시작했다. KT 관계자는 "마무리캠프에서 박세진이 이전과 확연히 다른 피칭을 펼치면서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특히 커브, 슬라이더 뿐만 아니라 체인지업 구사까지 정립이 됐다"며 "스스로의 공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성장에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강철 감독의 기대감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감독은 대만 캠프를 마친 뒤 박세진의 성장을 직접 거론하며 흡족함을 드러낸 바 있다. 새 시즌 마운드 운영에 대한 고민을 어느 정도 풀 수 있게 된 부분에 포커스를 맞췄다. 지난해 5할 승률을 거두면서 가능성을 증명한 KT는 첫 두 자릿수 승수의 국내파 투수(배재성)를 배출했지만, 여전히 외국인 원투펀치 이후의 카드에 대한 걱정이 컸다. 지난해 두각을 드러낸 배재성 역시 올 시즌 활약을 장담하기 어렵고, 선발에서 고전했던 이대은이나 김 민, 손동현 등 미완의 대기만을 믿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좌완 박세진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선발진 구상을 위한 든든한 카드 하나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박세진은 다가올 2월 미국 스프링캠프를 통해 선발 진입 경쟁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빈 자리가 많은 선발 로테이션에서 마무리캠프 당시 구위만 증명한다면 충분히 한 자리를 꿰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T 내부에선 선발 경쟁에서 탈락한다고 해도 불펜 롱릴리프 내지 필승조로 활용할 수 있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KT는 매 시즌 투수 인재들을 길러내면서 힘을 다져왔다. 그 결과 지난해 첫 5할 승률 도달이라는 첫 열매를 맺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박세진이 급부상하면서 성장 계보를 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다가올 스프링캠프에서 박세진이 보여줄 퍼포먼스에 따라 KT 마운드 운영법의 윤곽도 잡힐 것으로 보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