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종합]'TV는사랑을싣고' 이외수, 화가 꿈 응원해준 은사와 '20년만 재회'

by

[스포츠조선닷컴 정유나 기자] 'TV는 사랑을 싣고' 이외수가 힘들었던 대학 시절, 삶에 대한 의지를 일깨워준 은인 한진수 교수과 20년만에 재회했다.

20일 방송된 KBS1 'TV는 사랑을 싣고'에서는 이외수가 극도로 고통스러울 만큼 가난해 살고자 하는 의지까지 저버리고 싶던 대학생 시절, 버팀목이 돼주었던 춘천교대 미술 담당 한진구 교수님을 찾아 나선 모습이 그려졌다.

47년간 작가 생활을 해온 이외수는 이날 "사실 원래 꿈은 작가가 아니라 화가였고, 지금까지도 미술작품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며 의외의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가난 때문에 미술가로서의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곁에서 물심양면 도움을 아끼지 않았던 1966년 당시 춘천교대 미술 담당 한진구 교수님을 찾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이외수는 처절한 가난 속에 대학 시절을 보낼 수밖에 없던 뼈아픈 가정사를 공개했다. 교사 부모님 사이에 태어난 이외수는 2살 때 중금속 중독으로 어머니를 잃고, 그 충격으로 아버지가 집을 나가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고. 이외수는 "어린 시절 기억이라곤 할머니와 이삭을 줍고 젖동냥 다녔던 것뿐"이라고 털어놨다.

이후 10살이 되던 해, 집 나갔던 아버지와 8년 만에 재회했지만,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재혼했던 아버지로 인해 새엄마에게 이외수는 눈엣가시였다고. 설움 속에 유년 시절을 보내고 대학 생활 동안에도 아버지에게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해 금전적으로 힘겨웠던 학창시절을 보냈다며, '춘천 거지'로 불리던 시절을 회상했다.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어려서부터 유일한 꿈이었던 화가를 위해 4년제 미대에 가고 싶었던 이외수. 그러나 안정적인 직업인 교사가 될 것을 권했던 아버지의 뜻에 타협해 1966년 춘천교대에 입학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됐다. 그는 "학교 수업은 등한시했지만, 유일하게 미술 수업만큼은 열심히 참석하며 미술실에서 밤새우다 교수님과 연이 깊어졌다"고 고백했다. 그는 "당시 전문적인 레슨 한 번 받은 적 없어 보잘것없다 여겼던 내 열정과 재능을 높이 사준 교수님은 형편이 어렵다는 걸 눈치채고 물감이나 캔버스를 챙겨주며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500원이었던 하숙집 월세를 밥 먹듯 밀려, 학교 앞 하숙집이란 하숙집은 다 살아봤을 정도로 고달픈 생활을 했던 이외수. 그는 "친구와 자취를 했었는데 15일을 굶은적 있다. 교수님께서 제자가 굶고 있다는걸 알고 밀가루 한 포대를 사오셔서 '수제비라도 먹고 살아라'라고 하셨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한 교수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이외수는 생활고 때문에 그림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신춘문예에 도전해 1972년 강원일보 신인 작가로 등단하며 소설가로 전향하게 됐다.

이후 20년 한 교수가 돌연 한국을 떠나면서 두 사람은 연락이 끊겼다. 이외수는 "교수님과 연락을 취하기 위해 주변 제자들을 통해 수소문했으나 결국 소식을 알 수 없었고, 그 이후엔 2014년 위암 3기 판정, 2016년 남성 유방암 발병 등 건강의 적신호가 켜지며 더욱 교수님을 찾아뵐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암 투병 후 교수님을 찾아뵙기 위해 더 나은 때만을 기다려왔던 순간들이 어리석었다는 걸 깨달았다"며 "혹시 '편찮으시진 않을까?' '과연 살아는 계실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이제는 더 늦기 전에 뵙고 싶다"고 한 교수를 만나고 싶다는 간절한 심정을 밝혔다.

교수님을 찾기 위해 춘천을 다시 찾은 이외수는 가장 먼저 대학시절 묵었던 하숙집을 찾았다. 그 곳에서 이외수는 40년지기 친구인 시인 최돈선과 재회했다. 최돈선은 "교수님의 가만히 들여다보는 사랑이 있었기에 이외수씨가 큰 사람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교수님을 추억했다.

이어 40년만에 춘천교대를 찾아 추억의 미술실을 찾아갔다. 그 곳에서 제작진은 현재 캐나다에 계시는 교수님의 모습이 담긴 태플릿 PC를 이외수에게 건넸다. 74세의 고령의 나이에도 교수님은 정정하신 모습으로 아직도 왕성히 작품 활동 중이셨다. 이를 본 이외수는 반가워하며 "대단하시다. 옛날 그대로시다"고 눈물을 훔쳤다.

교수님은 "항상 외수 생각을 했는데, 이상하게 연락이 안됐다. 나를 찾는 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반가웠다. 외수의 건강이 걱정된다. 보고싶었다"면서 이외수에게 "마음속으로 '언젠가 만날 수 있겠다' 생각하면서 지내는게 좋을것 같다. 건강하게 잘 있어라"고 영상편지를 남겼다.

그런데 그 순간, 거짓말처럼 교수님이 "외수야!"라고 부르며 미술실로 들어와 이외수를 꼭 품에 안았다. 제자 이외수를 만나기 위해 캐나다에서 귀국한 것. 교수님은 "앞으로 그림도 계속 그리고 좋은 글도 계속 썼으면 좋겠다. 너를 믿는다"고 이외수를 향한 믿음을 드러냈다. 이후 이외수는 화천의 집으로 교수님을 모시고 가 식사를 대접했다.

jyn201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