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보니하니' 폭행 논란의 당사자인 개그맨 최영수가 "억울하다"는 심경을 드러냈다.
최영수는 11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채연이 안 때렸다. 내겐 조카, 친동생 같은 아이인데, 무슨 폭행이냐. 말도 안된다. 정말 미치겠다"고 토로했다.
최영수는 2003년 SBS 7기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에서 동료 개그맨 권성호, 김형인과 함께 '그런 거야'라는 코너를 선보여 한때 주목받기도 했다.
2019년의 최영수는 '웃찾사'보다 EBS와의 인연이 훨씬 긴 '어린이들의 친구'였다. 하지만 그는 하루아침에 20살이나 어린 아이돌 출연자를 방송중에 때린 '여중생 폭행범'이 되어버렸다. 늦은 시간 어렵게 연락이 닿은 최영수는 괴로운 심경을 토로했다.
"제가 '보니하니' 출연한게 햇수로 13년째에요. '웃찾사'보다 보니하니 당당맨으로 살아온 인생이 훨씬 길죠. 그렇게 많은 역대 보니하니들과 함께 했고, 전대 보니하니들하고 지금도 친하게 지내요. 전 소속사도 따로 없어요. 이젠 그냥 EBS 개그맨이었어요. 그런데 그 EBS와의 인연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리네요."
최영수는 문제의 그 '폭행 의심 장면'에 대해 "의심을 벗은 눈으로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상황극"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건 오해라는 것. 정확한 설명을 부탁했다.
"채연이랑도 조카와 삼촌, 친동생과 오빠, 그 이상으로 친해요. 제가 대체 채연이를 그것도 방송중에 왜 때리겠어요. '안 때렸어요' 말고 해명할 말도 없어요. 무슨 짓을 했어야 해명을 하지…너무 답답해요. 하필 앵글을 주철이형이 가려버려서 더 이상하게 됐는데, 어깨를 잡고 밀었어요. 때리는 소리가 났다고 하는데, 그건 방송에 다른 소리가 들어간 거겠죠. 채연이가 절 붙잡고, 제가 뿌리치고, 밀고, 채연이가 절 바라보는 그런 상황극이에요. 평소에 '보니하니' 보는 사람들에겐 너무 익숙한, 그런 분들은 의심도 안할 거에요. 왜 보지도 않던 사람들이, 카메라에 그렇게 잡혀가지고, 오해살만하게 편집된 영상만 보고, 하차하게 되니까."
최영수는 "사람이 너무 무섭다"고 거듭 되뇌었다. 자신의 방송 인생이 부정당하는 느낌이라 더욱 암담하다고 했다.
"정말 사람 무서워서 방송 하겠냐 싶어요. 요즘 펭수가 떠서 화살이 EBS로 쏠렸나. 조용히 얌전하게 평생 EBS 보니하니 잘해온 나 같은 사람한테 세상이 왜 이러나 싶어요. 음주운전을 했다던가 도박을 했거나, 진짜 죄를 지어서 짤리면 받아들이죠. 내가 잘못한 거잖아요. 이건 아니잖아요. 전 솔직히 채연이를 더 걱정했어요. 아마 저보다 채연이가 더 상처받았을 거에요. 저야 일 그만두면 고향 내려가면 되죠. 오늘 채연이는 '저 때문에 하차하시냐 너무 미안하다'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저야 그냥 토닥여줬죠. 이렇게 될 일인가 싶어요."
EBS는 '보니하니 폭행 논란'이 본격화된 11일 김명중 사장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해당 출연자 2명(최영수 박동근)을 즉각 출연 정지시키고, 논란이 된 콘텐츠를 삭제했다. 또, 모든 프로그램의 출연자 선정 과정을 전면 재검토하고, 프로그램 관련자에 대한 징계 등 후속 조치를 진행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최영수는 자신과 13년간 함께 해온 인연을 이렇게 허무하게 마무리짓는 EBS에도 서운함을 호소했다.
"이게 이렇게 심각해진다고? 믿을 수가 없어요. 너무 억울해요. 댓글이 멈출 생각을 안하고, 국민청원 들어가고 방통위 들어가고 하니까 하차하기로 결정이 됐어요. 오늘 원래 출연날이에요. 방송 준비 중에 하차 통고를 받았어요. 안녕히 계세요 그러고 왔어요. 보니하니 관계자들도 울어요. 자기들도 할말이 없잖아요. 나도 할말이 없는데. 그럼 저한테 해명할 기회를 줘야죠. 보니하니 방송을 통해서, 아니면 보니하니 공식 라이브로, 내가 잘못을 안했더라도, 오해받을 행동을 해서 죄송하다, 자숙하겠다 사과할 기회라도 줬어야죠."
최영수는 수차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감정을 가다듬은 뒤 '보니하니' 시청자들에게도 사과를 전했다.
"전 방송한지 17년된 사람입니다. 어쨌든 일이 이렇게 된 건 제 잘못이에요. 제가 어른답지 못한 행동,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해서 13년간 함께해온 '보니하니'에 폐를 끼친 게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문제를 일으켜서 죄송합니다. 이렇게라도 사과드리겠습니다. 전 평소에 술도 안 마시고, EBS랑 집만 왔다갔다 합니다. 나쁜 사람 아닙니다. 채연이 안 때렸습니다.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BS '보니하니' 최영수 박동근 출연정지 공식입장
EBS를 항상 아끼고 사랑해 주시는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EBS 인기 프로그램인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의 최근 유튜브 인터넷 방송에서 폭력적인 장면과 언어 성희롱 장면이 가감 없이 방송되어 주요 시청자인 어린 학생들을 비롯한 시청자 여러분들에게 심한 불쾌감과 상처를 드렸습니다. EBS는 사태의 심각성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EBS는 사고를 인지한 즉시, 비상 대책회의를 열고 전사적 차원의 대책 및 이행 계획을 수립하였습니다. 우선 문제의 출연자 2명을 즉각 출연 정지시키고, 관련 콘텐츠에 대한 유튜브 영상을 삭제 조치했습니다.
이번 사고는 출연자 개인의 문제이기에 앞서 EBS 프로그램 관리 책임이 큽니다. EBS도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데 충격과 함께 큰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EBS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모든 프로그램의 출연자 선정 과정을 전면 재검토하겠습니다. 프로그램 관련자에 대한 책임을 철저히 묻고, 징계 등 후속 조치를 엄격히 진행할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앞으로 이와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파악해 제작 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제작 전 과정에 걸쳐 엄중히 점검하고 개선할 방침입니다.
EBS는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더욱 엄격하고 주의 깊게 프로그램을 제작하겠습니다. EBS를 믿어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EBS 사장 김명중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