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칸에 이어 청룡까지 만장일치라니….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있을까요?"
지난 5월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 축제의 피날레이자 하이라이트인 황금종려상 수상자로 한국의 봉준호 감독(50)이 호명돼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칸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이었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황금종려상을 준 것에 대해 "심사위원 전원의 만장일치였다"고 밝혀 더욱 큰 관심을 받은 것. 그리고 2019년의 대미를 장식한 제40회 청룡영화상에서도 봉준호 감독을 향한 이견은 없었다. 8인의 심사위원은 물론 네티즌 표까지 봉준호 감독을 '올해 최고의 감독'으로 선정했다. 올해 청룡 수상 부문 중 유일한 만장일치다.
'기생충'은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을 통해 한국 사회는 물론 전 세계에 직면한 보편적인 빈부격차 문제를 다뤘다. 특유의 블랙 코미디 속에 날카로운 풍자적 시선을 담아내 재미를 더했다. 이런 '기생충'을 심사한 8인의 청룡 심사위원은 봉준호 감독에 "명장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작품" "'기생충'은 존재만으로 감사한 작품" "한국 영화 향후 100년을 이어갈 수 있는 에너지" 등의 찬사를 쏟아냈다.
봉준호 감독은 "칸에서도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시상 발표할 때 만장일치라고 언급해줘서 기뻤는데 올해 청룡도 만장일치라는 결과를 얻어 기뻤다. 덕분에 특별한 한해로 기억될 것 같다. 살면서 이런 일이 또 있을까 싶고 아직도 기쁘면서 얼떨떨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올해 청룡은 "'기생충'이 받을 줄 알았다"라는 수상자들의 소감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그만큼 봉준호 감독, 그리고 '기생충'의 후보자들 수상에 이견이 없었던 것. 함께 경쟁을 펼친 경쟁자들 역시 '기생충'의 수상을 예측했고 반전의 결과가 나오는 순간 수상자들은 저마다 '기생충'을 언급하며 재치 있는 에피소드를 만들었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은 달랐다. '기생충'의 수상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그는 "이제 모두가 알지 않나? 청룡은 사전 보안이 철통같은, 공정하고 권위 있는 시상식이다. 그리고 늘 예측 불허 수상이 많아 나로서는 '기생충'이 받을 줄 몰랐다. 그런데 내가 받아 나 역시 많이 놀랐다"고 머쓱해 했다.
이어 "모든 상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수상을 놓쳐서 아쉽다기보다는 '기생충'의 촬영을 담당한 '홍경표 촬영감독도 상을 받으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는데 이미 다른 시상식에서 수상했기 때문에 아쉬움을 털어내고 올해 청룡 결과에 만족하기로 했다. 물론 촬영상을 수상한 '스윙키즈'의 김지용 감독의 촬영도 굉장히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김지용 감독에게 다시 한번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의 또 다른 주역 조여정의 여우주연상과 이정은의 여우조연상 수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실제로 조여정, 이정은이 청룡에서 수상한 뒤 주변에서 엄청난 축하 문자와 전화가 쇄도했다. '기생충' 팀 전원이 뒤풀이 장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지인들의 많은 영상 통화와 메시지를 받는 걸 옆에서 지켜봤는데 나도 같이 기쁘고 행복했다. 조여정과 이정은 모두 하루 이틀 만에 갑자기 조명을 받은 배우들이 아니지 않나? 나름 쉽지 않은, 정글 같은 세계를 헤쳐나와 마침내 수상으로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배우들이다. 그래서 나는 조여정과 이정은의 수상이 더욱 의미 깊고 기뻤다"고 애정을 쏟았다.
감독상 수상 당시 "스케줄도 없고 시간도 많은데 청룡에 초대받지 못한 최우식"이라고 언급한 에피소드도 덧붙였다. 봉준호 감독은 "정말 죄송하게도 시상식 중에 하면 안 되는 일이지만 최우식과 문자를 주고받았다. 정확한 사연은 원래 최우식이 시상식이 열리는 날 신작 '경관의 피'(이규만 감독) 촬영 스케줄이 있어 청룡을 함께할 수 없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촬영이 취소돼 집에서 뒹굴뒹굴 쉬면서 청룡을 TV로 보고 있다고 연락이 왔다. 감독상 부문을 다루기 전 최우식과 문자로 농담을 주고받고 있었는데 그러다 갑자기 감독상을 받으러 올라가게 됐다. 수상 소감을 말하면서 일종의 짓궂은 농담으로 최우식을 언급한 것이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최우식도 즐겁게 청룡을 지켜봤더라. 아무래도 감독으로서 최우식이 함께 후보에 오르지 못해 아쉬운 마음도 담긴 것 같다. 최우식 외에도 이선균, 장혜진도 요즘 바쁘게 신작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더라"며 "'기생충'은 유독 앙상블 피스(Ensemble Piece)가 돋보인 작품이다. 캐릭터 중 어느 하나 독주하는 체제가 아닌 10명의 주요 인물들이 균형을 맞추며 앙상블을 보인다. 가난한 집 4인과 부자 4인, 또 지하 커플 2인까지 마치 축구 포메이션처럼 4-4-2 방식으로 배치됐다. 이 10명의 주요 인물이 독주하거나 뒤로 쳐지는 것 없이 아주 조화로운 밸런스 속에서 서로에게 시너지를 주고 완성도를 높였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 배우에게, 감독에게 상을 주는 것이 아닌 결국 10명, 그리고 스태프 모두에게 주는 상과 같다"고 진심을 전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