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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스토리] 박수칠 때 떠나는 배영수, ‘희로애락 20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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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송정헌 기자]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엔 끝이 없기에 쉽지 않은 말이다. '진정 박수칠 때 떠나는 배영수'

2019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연장 10회 마운드에 올라 짜릿한 두산 우승의 기쁨을 맛 본 배영수가 이틀 뒤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푸른 피의 에이스', '배열사' 등으로 불리며 지난 20년간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활약해온 그였기에 이번 은퇴 발표는 팬들에게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야구의 명문 경북고를 졸업한 뒤 2000년 삼성 라이온즈 1차 지명을 받고 프로생활을 시작한 배영수는 한화, 두산을 거치며 프로야구 20년 통산 138승, 3세이브, 7홀드를 기록했다. 한국시리즈에도 통산 최다인 25번 출전하며 8번의 우승을 달성했다. 현역 최다승 투수 배영수는 사실 우여곡절이 많은 선수였다. 2000년 초반 150Km가 넘는 강속구로 삼성의 세 번(2002, 2005, 2006) 우승에 크게 기여하며 에이스로 활약했으나 팔꿈치 수술 이후 140Km도 넘지 못하는 투수로 전락하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9년에는 1승 12패를 당하며 리그 최고의 투수에서 바닥까지 내려가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은퇴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그의 야구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그러나 배영수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악조건을 받아들이며 살아남기 위해 쉼 없이 노력했다. 구속은 떨어졌지만 제구력을 가다듬으며 타자와 머리싸움에서 이기는 야구를 터득해갔다.

스트라이크존을 구석구석 활용하며 새로운 유형의 투수로 다시 부활했다. 그 결과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삼성의 4연속 우승에 천금 같은 활약을 펼치며 팀 우승에 1등 공신이 됐다.

이후 배영수는 2015년 두 번째 FA로 한화 이글스를 선택, 새로운 도전을 이어갔다. 비록 전성기 시절만큼의 활약을 펼치지는 못했지만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과 팀에 큰 힘을 보탰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에서 방출 통보를 받은 배영수는 다시 한 번 은퇴의 기로에 섰으나 두산에서 마지막 구원의 손길을 받으며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한국시리즈 4차전, 김태형 감독의 생각과는 다른 등판이었지만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마운드에 오른 배영수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야구 인생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야구 팬들에게는 다소 갑작스러운 은퇴 소식이지만 배영수는 최선을 다했기에 미련이 없다고 했다. 그의 야구 인생 제2막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