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단두대매치 속 나눠 가진 승점 1, 제주는 '아쉬움', 경남은 '안도'

by

[창원=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27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과 제주의 2019년 하나원큐 K리그1 35라운드.

말그대로 단두대매치였다. 경기 전 경남(승점 28)은 11위, 제주(승점 23)는 최하위에 자리했다. 승점차는 5. 두 팀 다 절박한 경기였다. 제주는 지면 사실상 강등이었다. 남은 3경기에서 승점 8을 극복하기란 기적에 가까운 미션. 경남 역시 반드시 승점이 필요했다. 패할 경우, 승점차가 2로 줄어들며 제주의 거센 추격 속 남은 시즌을 보내야 했다.

경기 전 양 팀 감독의 얼굴 속에서 경기의 중요성을 읽을 수 있었다. 최윤겸 제주 감독의 얼굴에는 긴장의 빛이 역력했다. 최 감독은 "한경기 한경기를 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선수들 역시 지금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이 경기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경기에 임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나름 굴곡 있는 지도자 인생이었다. 최근의 부진은 극복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죄송스럽기만 하다. 구단, 팬, 선수들에게 죄송한 마음으로, 책임감을 갖고 마지막까지 싸우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종부 경남 감독 역시 평소보다 기합이 들어간 모습이었다. 김 감독은 "이제부터는 경기장에서 얼마나 하려고 하는지가 중요하다. 선수들을 믿고 지금까지 준비해 온 시스템과 전술 대로 경기에 나설 생각"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힘들게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서 최근 나름 꽃길을 걸었다. 그러면서 힘든 상황에 놓였을때 대처하는 법에 대해 스스로 잊어버린게 아닌가 싶었다. 다시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양 팀의 승부수는 달랐다. 최 감독은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꺼낸만큼 배수의 진을 쳤다. 기술이 좋은 선수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승부수를 띄웠다. 임상협과 아길라르를 최전방에 놓고, 윤일록 윤빛가람 남준재를 2선에 뒀다. 최 감독은 "상대가 내려설 가능성이 높다. 볼소유를 높이고, 세밀한 침투나 패싱을 통해 공격을 풀어줄 수 있는 선수들을 기용했다"고 했다. 시즌 내내 발목을 잡은 세트피스에 대해서 단단히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김 감독은 평소대로 였다. 고경민과 룩이 선발로 나서며 공격적인 라인업을 꺼냈다. 경남의 약점인 수비 부분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김 감독은 "스리백을 통해 안정감을 더한 뒤, 후반 승부처에서 공격적인 포백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면 끝인 경기인만큼 치열하게 전개됐다. 승리가 필요한 제주는 당연히 공격적으로 나섰고, 경남 역시 물러서기 보다는 맞받아쳤다. 경남의 공세가 이어지던 전반 27분 제주가 먼저 선제골을 넣었다. 안현범이 얻어낸 프리킥을 윤빛가람이 기가막힌 슈팅으로 연결하며 경남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제주의 리드를 길게 가지 않았다. 경남이 34분 동점골을 뽑았다. 고경민이 오른쪽서 올린 크로스를 제리치가 뛰어들며 머리로 마무리했다.

일진일퇴의 공방이 이어졌고, 결국 승부는 후반에 났다. 제주가 다시 한번 리드를 잡았다. 후반 22분 남준재가 오른쪽에서 올려준 크로스가 혼전 중 흘렀고, 이를 아길라르가 뛰어들며 강력한 왼발로 마무리했다. 손정현 골키퍼의 손에 걸렸지만 골라인을 넘었다. 경남은 무너지지 않았다. 후반 33분 다시 한번 동점을 만들었다. 배기종이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가 김원일을 맞고 그대로 제주 골라인을 넘었다. 두 팀은 남은 시간 사력을 다했지만 추가골을 넣지 못하며 결국 2대2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같은 승점 1이지만 온도차는 컸다. 경남은 안도, 제주는 아쉬움이었다. 경남은 승점 29로 최하위 제주(승점 24)와의 승점차를 5로 유지했다. 올 시즌 K리그1은 12위가 자동 강등하고, 11위가 K리그2 플레이오프 승자와 승강 플레이오프를 펼친다. 3경기가 남은 지금, 승점 5는 극복하기 쉽지 않은 점수차다. 당연히 두 팀 감독의 경기 후 반응도 달랐다. 최 감독은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고 했지만 "무승부로 경기가 마감되서 아쉽다"고 고개를 숙였다. 반면 김 감독은 "무승부라는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지만,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강한 의지를 보인 부분은 남은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게 한다"고 비교적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창원=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