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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 상주 군무원 사령탑 김태완, "(바뀐 상무)가면 실력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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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상주에 가면 실력이 는다.'

2019년 하나원큐 K리그1(1부)에서 군팀 상주 상무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공격수 박용지가 12골로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원소속팀(인천) 시절과는 완전히 달라진 골결정력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김건희가 5골을 몰아치며 매서운 득점력으로 상대 수비수들을 위협하고 있다.

과거 우리 사회에서 남자들에게 군입대는 경력 단절의 무덤과도 같았다. 피끓는 청춘의 나이에 나라를 위해 '국방의 의무'를 다했고 그로 인해 잠시 사회를 떠나는게 불가피했다. 그런데 축구계에선 국군체육부대(상무)가 군생활과 동시에 축구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순기능 역할을 했다. 일부에선 이런 '특권 아니 특권'을 스포츠 및 특정 분야에 한정하는 것에 볼멘 목소리도 있지만 이런 특기자들이 또 다른 방식으로 국가에 기여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축구 선수들에게 군복무는 보통의 프로 커리어와는 분명히 다른 경험이다. 군입대 전후로 선수 인생이 달라지는 경우가 종종있다.

올시즌 전 전문가들은 상주 상무를 강등권 후보로 꼽았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상주는 이미 2020시즌 1부 잔류를 확정했다. 정규리그 마지막 33라운드에선 극적으로 강원을 2대1로 제압하며 홈팬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기도 했다. 상위 6팀들끼리 대결하는 파이널A 진입 코앞까지 갔다가 미끄러졌다. 34라운드까지 진행된 현재 승점 49점으로 파이널B 선두를 달리고 있다. 수원삼성(승점 43) 보다 크게 앞서 있다. 2018시즌 상주는 파이널B 4위로 가까스로 강등 위기를 모면했다. 2017년엔 부산과 승강 플레이오프 끝에 승부차기에서 승리해 어렵게 1부에 생존했다.

이런 상주 축구의 변화 중심에 군무원 사령탑 김태완 감독(48)이 있다. 대전 시티즌 수비수 출신인 그는 2017년부터 상주 사령탑을 맡고 있다. 선수 시절 대전 창단 멤버였고, 2001년 대전의 FA컵 우승 때 주장이었다. 그 뒤 은퇴했고, 2002년부터 상무 코치로 들어가 올해까지 18년째 '군대 밥'을 먹고 있다. 전문가들은 "김태완 감독은 상무 축구의 산 증인이다. 그 만큼 군인 신분의 축구선수를 잘 이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강조 감독, 고 이수철 감독, 박항서 감독, 조진호 감독을 차례로 모셨다.

상주 상무 사령탑은 K리그 1부에선 '극한 직업'으로 통한다. 군팀 특성상 입대와 전역이 잦다. 선수단 변동이 시즌 중간에 벌어진다. 지난달에도 윤빛가람(제주) 김민우(수원삼성) 등이 왕창 전역해 베스트11의 80% 이상이 바뀌었다. 또 외국인 선수도 없다. 김태완 감독은 "우리 팀에 오는 토종 선수들의 평균 기량은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은 두 시즌 정도 하고 다시 원소속팀으로 돌아간다. 우리는 길게 보고 팀의 미래를 그릴 수 없다. 나는 그렇다고 치고, 우리 코치들은 보수도 적고 미래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박용지와 김건희는 이미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다. 그들의 장점을 살려주는게 내 역할이다. 그들이 원소속팀에 가서도 지금 보다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무명 출신인 김 감독은 선수들의 말을 들어주고, 단점은 감추고 장점을 부각시키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김 감독은 넉넉하지 않은 여건에서도 자신을 잘 보좌하는 국가대표 공격수 출신 정경호 코치를 칭찬했다. 그는 "큰 그림을 그려주면 정 코치가 세부적인 내용들을 매우 꼼꼼이 잘 챙긴다. 머리가 비상하다"고 말했다. 상주는 매년 여름 경기력이 떨어지는 패턴을 올해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 팀 전력 유지에 만전을 기했다. 팀 전력 변동시기에 경기력의 편차를 줄였다. 윤빛가람 김민우 등 전역 예정자들이 최대한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동시에 그 자리를 대신할 김건희 류승우 등을 준비시켰다.

상주는 이미 2020시즌에 뛸 선수들의 입대 신청서를 받았다. 문선민 권경원(이상 전북) 전세진(수원삼성) 오세훈(아산) 등이 신청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