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0일(이하 한국시각) 국내에 깜짝뉴스가 전해졌다. 세리에A 무대를 누빌 것으로 보였던 이승우(21)가 돌연 벨기에 리그 소속 신트트라위던(STVV)으로 이적한다는 소식이었다. '구단 최고 이적료', '등번호 10번' 등의 키워드가 등장하면서 FC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의 '부활'에 대한 기대치가 한껏 높아졌다.
한 단계 아래 리그로 이적했다는 것은 이승우가 그만큼 출전 기회에 목말라있다는 걸 의미했다. 이름값에 기대지 않고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는 팬들이 많았다.
하지만 두 달이 다 되도록 아직 공식 데뷔전을 치르지 못한 이승우를 보며 벨기에 언론은 다른 이야기를 했다. 부상, 컨디션 난조 등이 아니라 '태도' 때문에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벨기에 매체 '뵈트발 벨기에'는 19일자 보도에서 '왜 마르크 브라이스 신트트라위던 감독이 이승우를 활용하지 않는지'를 다뤘다. 이 매체는 '이승우는 과거에 갇혀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다른 말로 하면 스타 의식이다. 바르셀로나 유소년팀 출신이라고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면서 '그는 책임감없는 모습을 보여 훈련장을 떠난 적도 있다'며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이승우의 근황을 전했다.
이 매체는 '이승우는 구단이 120만유로를 투자해 영입한 선수'라는 '팩폭'도 잊지 않았다. 120만유로는 한화로 약 15억7000만원이다. 유럽 빅리그에선 적은 금액이지만 벨기에 주필러리그 소속 중위권 팀에는 큰돈, 과감한 투자로 여겨진다. 월드컵 경력을 지닌 선수가 리그 개막 후 부상 없이 11라운드까지 1분도 뛰지 못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이승우는 입단 초기 비자 문제로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비자를 해결한 뒤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팀이 무패를 달릴 때는 베스트 일레븐 진입이 어려울 거라 판단할 수 있지만, 지난 10라운드에서 코르트리크에 0대4로 대패한 뒤 지난 21일 열린 안덜레흐트 원정 참가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날 경기에서 팀은 또 한 번 4골을 허용하며 완패했다.
일본인 구단주가 이끄는 신트트라위던은 10경기에서 3승(2무 5패)에 그치며 13위에 머물렀다. 10경기에서 경기당 1골에도 못 미치는 9골(공동 13위)을 기록하는 등 득점 기근에 시달린다. 요한 볼리 홀로 6골을 넣으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득점 능력을 지닌 선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브라이스 감독은 지금까지 이승우를 외면하는 것처럼 보인다.
벨기에 축구뉴스를 다루는 '뵈트발 벨기에'는 지난 12일에도 '(같은 시기 이적한)이토 타츠야와 알란 수자는 소매를 걷어붙인 채 게임 시스템에 적응하려 한다. 또한 선수단 그룹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한다'며 '반면 이승우는 종종 제멋대로 행동한다. 그런 행동으로 얻을 수 있는 건 없다'고 밝혔다.
벨기에 스포츠 저널리스트 슈테프 뵈이낭스는 21일 안덜레흐트전을 마치고 '라디오2'를 통해 "프로페셔널하지 않은 선수를 영입한 일본인 구단주"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가메야마 회장이 지난 여름 팀에 필요한 선수를 영입하지 않았다는 뉘앙스다. 2경기에서 8실점한 수비 문제로 지적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지만, 이승우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일 수 있다.
2011년 바르셀로나 유스팀에 입단한 이승우는 2017년 바르셀로나를 떠나 헬라스 베로나(이탈리아)에 입단했다. 하지만 베로나 소속으로 세리에A 14경기에 출전해 1골을 넣는 데 그쳤다. 팀이 강등되면서 지난 시즌에는 세리에B 무대를 누볐고, 지금은 벨기에 리그 데뷔전을 기다리고 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