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선수민 기자] 키움 히어로즈의 가장 큰 약점이 포스트시즌에선 강력한 무기가 됐다.
키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는 많은 스토리가 담겨 있다. 준플레이오프를 수놓은 박병호의 홈런포와 장정석 키움 감독의 불펜 파격 기용, 그리고 이정후의 맹타까지. '깜짝 활약'또 빼놓을 수 없다.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과 3차전 데일리 MVP는 각각 김규민과 송성문이 수상했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가장 고민했던 포지션에서 연속으로 MVP가 나왔다.
키움은 시즌 내내 3루수 고민이 컸다. 김민성이 사인 앤 트레이드를 통해 LG 트윈스로 이적했고, 키움은 내부 육성으로 가닥을 잡았다. 송성문, 장영석 등이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확실한 주전 카드는 없었다. 정규시즌 키움 선발 3루수의 타율은 2할3푼5리로 7위에 그쳤다. 장영석이 타율 2할4푼7리, 송성문이 타율 2할2푼7리를 기록했다.
먼저 기회를 얻은 건 지난 9월 제대한 김웅빈이었다. 시즌 막판 연속 결승타를 때려 코치진에 눈도장을 찍었고,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다. LG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2루타를 친 후 활약이 잠잠했다. 그러나 SK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2안타 1타점으로 중요한 활약을 했다. 특히, 8회초 1사 후 기습 번트 안타로 출루해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송성문이 대타로 결승타를 때려냈다. 3차전에선 송성문이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2타점 3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번갈아 얻은 기회에서 모두 제 역할을 100% 이상 해냈다.
고민이었던 외야 한자리도 큰 문제 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 정규시즌 주전 중견수는 임병욱이었다. 그는 타격 부진에도 117경기를 소화했다. 지난해 커리어하이를 찍고, 포스트시즌에서도 쏠쏠한 활약을 펼친 바 있다. 그러나 시즌 막판 우측 무릎 연골판 부상 진단을 받고 수술대에 올랐다. 그러면서 이정후가 중견수로 자리를 옮겼고, 김규민이 대체 자원으로 발탁됐다.
김규민은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9타수 1안타로 부진했다. 하위 타순에서 끊임 없이 찾아온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박정음이 선발로 출전하기도 했지만, 장 감독의 믿음은 굳건했다. 결국 김규민은 믿음의 기용 속에서 폭발하기 시작했다. 2차전 2안타 2타점 활약으로 데일리 MVP를 수상했고, 3차전에서도 3안타를 몰아쳤다.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무려 8타수 5안타(2루타 2개)를 기록했다. 김규민은 외야 한자리 고민마저 날려버렸다.
단기전인 가을야구에선 흔히 '미친 선수가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교롭게도 키움에선 핵심 선수는 물론이고, 약점으로 꼽혔던 포지션에서도 '미친 선수'가 나왔다. 한국시리즈에서도 그 깜짝 카드가 필요하다.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