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청출어람 청어람'이라는 한자성어가 떠오른다. 자신이 '롤모델'로 삼은 선배 김신욱에 못지 않은 뛰어난 실력을 펼쳐보이고 있는 U-22 축구대표팀 '김학범호'의 장신 공격수 오세훈(20·아산 무궁화)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이다. 오세훈 본인은 여전히 "내가 배워야 할 것은 신욱이 형의 플레이"라며 김신욱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고 있지만, 현재의 기량이나 발전 가능성을 보면 '김신욱 이상'의 성장이 기대된다.
오세훈은 지난 11일 오후 8시 화성종합스포츠타운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1차 평가전에서 결정적인 역전골로 3대1로 승리를 이끌었다. 1-1로 팽팽하던 후반 25분 세트피스에서 김동현의 크로스에 날선 헤더로 연결, 골망을 흔들며 역전골을 터뜨렸다. 후반 29분 김진규의 쐐기포도 따지고 보면 오세훈으로부터 비롯됐다. 오세훈의 패스를 받은 정우영이 결정적인 컷백으로 김진규의 오른발 슛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오세훈은 이미 지난 6월에 열린 U-20 월드컵에서부터 뛰어난 기량을 드러내며 '차세대 영웅'으로 떠올랐다. 큰 키를 이용한 고공 장악력과 단신 선수 못지 않은 볼 키핑능력, 그리고 순도 높은 골 결정력으로 '골든보이' 이강인과 함께 한국의 월드컵 준우승을 이끈 주역이었다. 특히 오세훈은 큰 키를 이용한 플레이 덕분에 '제2의 김신욱'으로 불린다.
오세훈 본인 역시 김신욱을 자신의 '롤모델'로 여기고 있다. 이는 오세훈이 우즈베키스타전을 역전승으로 이끈 뒤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확인된다. 오세훈은 "어제 김신욱 형의 골 장면과 헤딩의 각도 등을 열심히 본 덕분에 오늘 골을 넣을 수 있었다. 김신욱 형에게 감사 드린다"는 말을 했다. 김신욱은 U-22 대표팀 평가전 전날이던 지난 10일 스리랑카전에서 무려 4골을 몰아친 바 있다. 분명 김신욱은 현 시점에서 한국 축구 최고의 '타깃맨'이라 할 수 있다.
오세훈 역시 김신욱을 목표로 착실히 성장 중이다. 발전의 과정과 페이스가 매우 순조롭다. 오세훈은 원래 울산의 유망주였다. 그러나 주니오, 주민규 등 걸출한 원톱 자원이 즐비한 팀의 현실을 냉철히 파악하고 조기 입대를 택했다. 그리고 이번 시즌 아산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이게 '신의 한수'였다. 김현희 울산 국장은 "지혜로운 친구다. 공격수는 나이를 먹어도 늘 외국인공격수와 경쟁해야 한다. 제대로 경쟁하려면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며 오세훈의 결정에 찬사를 보냈다.
이어 김 국장은 "울산 유스 시절 자신과 비슷한 유형의 김신욱을 보며 배웠다. 특징이 비슷한 선수를 가까이서 보고 배울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오세훈은 키가 크지만 밸런스와 리듬감, 발밑이 좋다. 울산 유소년 스카우트 출신인 박동혁 아산 감독이 오세훈을 계속 중용하면서 실력이 더욱 늘었다. 박동혁 감독이 오세훈의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고맙게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중요한 건 오세훈의 성장세가 앞으로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자신의 롤모델인 김신욱을 실력으로 넘어서는 날도 머지 않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