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밴드 넬이 일명 '록부심(Rock+자부심)'에 대해 일침을 날렸다.
넬(김종완 이재경 이정훈 정재원)은 서울 연남동의 한 카페에서 정규 8집 '컬러스 인 블랙' 컴백 인터뷰를 가졌다.
김종완은 최근 JTBC '슈퍼밴드'에 멘토 겸 심사위원으로 출연했다. 밴드 20년만의 첫 예능 출연이었다.
"'슈퍼밴드'는 제가 아니라 어린 친구들이 주인공인 프로그램이잖아요? 출연 전엔 걱정이 많았는데, 예전 '탑밴드'보다는 훨씬 체계적으로 잘 정리된 프로그램이었어요. 음악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밴드들에겐 굉장히 좋은 기회가 아닌가 싶어요. 사실 전 음악방송도 카메라가 사방에서 찍는게 아직 적응이 잘 안돼요.우리 음악을 해치지 않고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도 되고… 예능은 저희가 잘 못하는 일이니까, 편안하게 음악 얘기하는 토크쇼 같은 건 또 출연해보고 싶네요. 열심히 음반 만들었는데 나온지도 모르면 아쉽잖아요."
김종완은 이날 인터뷰에서 밴드씬에 뛰어들 후배들을 위해 다정한 충고도 건넸다. 한 장르의 정통성을 고집하고 개척해나가는 것도 좋지만, 본인이 하고 싶은 음악이 있다면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해보라는 것.
"'밴드가 왜 저런 걸 해?' 그런 말 하잖아요. '슈퍼밴드' 해보니 요즘 친구들은 그런게 별로 없는 거 같던데, 예전에 밴드하던 사람들은 묘한 음악적 고집이나 우월감을 많이들 갖고 있었거든요. '밴드니까 이런 음악을 해야돼' 그런 생각은 버리는게 좋죠. 그래야 더 흥미롭고 새로운 음악이 나오는 거고, 밴드가 아니라 음악을 한다고 생각하고 자유롭게 해야 본인도 더 재미있을 거에요."
넬은 데뷔 20년을 넘긴 밴드지만, 여전히 음원차트에 꾸준히 이름을 올릴 만큼 보컬이나 사운드적인 면에서 시대를 타지 않는 괴물 같은 밴드다. 여기에 김종완은 장르의 벽을 넘어 방탄소년단 RM, 소녀시대 태연, 워너원 등 K-POP 대표 아이돌들과의 컬래버를 선보여 호평받기도 했다.
"넬이 워너원이나 방탄소년단 이름에 얹히는 기획이었으면 안했을 거에요. 워너원은 우리가 쓴 곡, 직접 프로듀싱한 노래로 컬래버한 거잖아요? 저희로선 우리 팬층이 아닌 사람들에게 넬이란 밴드가 있다, 이런 음악을 한다고 알릴 수 있는 기회인 거죠. 그 친구들은 또 저희 노래로 평소와는 다른 색깔을 낼 수 있고, RM도 마찬가지로 음악이 좋았기 때문에 함께 한 거지, 한쪽에 피해가 되는 결과물이 아니죠. 이런 기회라면 언제든 또 함께 하고 싶습니다."
과거의 밴드는 스스로 만든 노래를 부르고 연주한다는 점에서 솔로 또는 아이돌 가수와 분명한 차별점을 가졌다. 밴드 음악의 특성상 여러 명의 협업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 음악적 방향성이나 생각이 다른 여러 명의 음악적 교류는 남다른 독창성을 낳는 원천이었다.
반면 지금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도 자유롭게 공동 작업을 주고받는 시대다. 따로 이뤄진 연주를 자연스럽게 합성할 수 있고, 가상 악기를 통해 연주 없이 반주를 만들어낸다. 무료로 풀린 비트나 음원을 활용하기도 한다. 밴드의 가치가 과거만 못해진 건 아닐까. 결성 당시부터 '인디밴드 드림팀', '국가대표 밴드'라는 수식어와 함께 해온 넬의 생각이 궁금했다.
"대단한 보컬, 기타, 드럼, 베이스가 모여서 슈퍼밴드를 이룬다고 좋은 음악이 나올까요? 실제로 분야별 최고의 연주자는 밴드를 안하는 경우가 많아요. 전문 세션이 더 잘할 수도 있죠. 하지만 파일 교환에는 감정 교류가 없어요. '아 오늘 잘 안된다. 접어! 소주나 한잔 하자' 이게 안되거든요. 밴드는 음악 인생을 함께 살아가는 친구고, 나를 슬럼프에서 끌어올려주는 지렛대 같은 존재들이에요. 테크닉만 중요하다면, 밴드의 감정을 주고받는 과정이나 인간 관계는 필요가 없죠. 더 잘하는 사람 나타나면 바로 갈아끼울 테니까. 밴드 음악의 매력은 그런 인간적인 면이 음악에 묻어나온다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밴드 넬의 8번째 정규앨범 '컬러스 인 블랙'은 10일 오후 6시 공개된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