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활동 20주년을 맞이한 밴드 넬이 과거와는 달라진 음악적 속내를 드러냈다.
넬(김종완 이재경 이정훈 정재원)은 서울 연남동의 한 카페에서 정규 8집 '컬러스 인 블랙' 컴백 인터뷰를 가졌다.
'컬러스 인 블랙'은 2016년 정규 7집 'C' 이후 3년만의 정규 앨범이다. 타이틀곡 '오분 뒤에 봐'를 비롯해 총 9곡이 담겼다. 이번 앨범을 포함해 넬의 역대 정규 앨범 중 트랙 수가 가장 적다. 특히 10곡이 안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래 이번 앨범을 위해 23곡을 준비했어요. 시대를 역행해서 2CD로 낼까 생각도 했죠. 꽉꽉 채운 앨범은 음악인으로서 보람 있는 일이니까. 그런데 우리가 원하는 퀄리티를 맞추려다보니 너무 많으면 곤란하겠더라구요. 그래서 13곡으로 줄이고, 느낌이 겹치는 노래 4곡을 더 뺐죠. 한 앨범에 비슷한 느낌을 주는 노래가 또 있으면, 앨범 전체의 색깔이 그쪽으로 고정되거든요. 이번 앨범은 '검정색 안에 모든 색깔이 포함되어있다'는 컨셉트니까(김종완). 그렇게 9곡이 남았죠."
김종완은 "앨범 전체를 다 들어보니 잘한 선택이었다. 다른 곡들은 기회가 될때 싱글로 발표할까 싶다"며 활짝 웃었다.
이번 정규 8집을 준비하는 넬의 마음가짐은 남달랐다. 이들은 한달간 태국의 레지던셜 스튜디오에 체류하며 이번 앨범을 만들었다. 한국보다 훨씬 편안한 환경에서 음악에만 집중했다. 김종완은 "28일 머무는 동안 하루이틀 정도 밖에 나간 것 같다. 그래서 태국의 이국적인 풍경 이런 느낌은 전혀 없을 것"이라며 멋적어했다. 이재경은 "해외 아티스트나 프로듀서들과 자연스럽게 만나서 음악적인 교감을 나누는 기회가 됐다"고 거들었다. 언어가 아닌 음악으로 소통하는 장이었다는 것.
넬은 데뷔곡 '스테이(Stay)'부터 '기억을 걷는 시간', '마음을 잃다', '멀어지다', '지구가 태양을 네번', '그리고, 남겨진 것들', 지난 앨범의 '드림캐처'와 '희망고문'에 이르기까지, 넬은 자신들만의 확고한 스타일로 막강한 팬덤을 확보하고 있는 밴드다.
이번 정규 8집에는 타이틀곡 '오분 뒤에 봐' 외에도 '클리셰', '일기오보' 등 총 9곡이 실렸다. 그중 넬 특유의 꿈 이야기를 다룬 노래는 두 곡이다. 악몽 같은 삶을 담은 4번 트랙 '올 디스 퍼킹 타임(All This Fucking Time)',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꿈을 추구하는 소망을 드러낸 9번 트랙 '꿈을 꾸는 꿈'이다. 특히 후자에 대해 넬은 "꿈을 갖고 사는 게 사치라는 말이 있을 만큼 현실이 텁텁하지만, 꿈이 없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나. 꿈속에서라도 꿈을 꾸자"는 속내를 담아냈다.
"꿈 이야기는 매 앨범마다 한곡 이상 들어있는 것 같네요. 데뷔곡인 '스테이'도 연인이 아니라 음악에 대한 이야기죠. 저희의 꿈은 음악이었거든요. 꿈을 이루기 참 힘든 세상이죠. 갖기조차 힘들고. 그렇게 되지 않겠다는 강박관념이나 허탈감을 담고 싶었어요."
넬의 음악적 색깔은 흔히 '우울함'으로 표현되다. 하지만 사랑하다 못해 죽어버리라던 감정으로 가득했던 초창기와 달리, 최근 넬의 노래에는 위로와 다정함이 조금씩 드러난다는 평도 있다. 적어도 2010년대 넬의 앨범에 담긴 정서가 초창기보다 한결 가벼워진 것만은 사실이다. 이에 대해 넬 멤버들은 "더이상 세상에 분노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 씁쓸한 느낌"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확실히 다르죠. 전에는 화가 많이 나 있었어요. 초창기 노래를 지금 들으면 약간 치기 어린 느낌도 들고…아마 '슬립 어웨이(Slip Away)' 앨범이 기점인 것 같아요. 분노를 토해내기보다는 약간 내려놓은 느낌이라고 할까? 20대의 넬이 분노라면 30대의 넬은 공허와 허탈감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예전엔 작업을 마치고 나면 시원한 맛을 느꼈는데, 요즘은 오히려 더 힘이 드네요. 전에는 화가 나면 '한계' 같은 노래 부르면서 소리지르고, 한바탕 울고 나면 기분이 좀 풀렸었는데."
넬의 노래는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다. 작사작곡은 김종완이 전담한다. 김종완은 자신의 20대에 대해 "겉으로 보기엔 행복한 유년기를 보냈지만, 계속되는 이사에 분노가 쌓였던 것 같다. 20대에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문화적 충돌에 시달렸다"고 설명했다. 이재경과 정재원, 이정훈은 "김종완과 함께 세상에 화를 내고, 같이 술 마시면서 고민을 들어줬다"고 거들었다.
"그냥 모든 것에 다 분노했던 거 같아요. 이젠 오랫동안 한 팀에 정착해서 좀 누그러든 느낌도 들고, 서른을 넘기면서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화를 내는 일은 많이 줄어들었죠. 너무 화가 안나서 아쉽기도 하고. 가사도 '결국 이렇게 돼버렸다'는 식이죠. 판단은 듣는 분들이 하시는 건데, 희망적으로 들린다면 다행일 것 같아요. 받아들이기에 따라 더 슬픈 얘기일 수도 있고. 감정을 처리하는 관점이나 방식이 좀 달라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넬의 8번째 정규앨범 '컬러스 인 블랙'은 10일 오후 6시 공개된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