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할만한 가치가 있는, 꼭 해야되는 이야기였다." 일부 네티즌의 별점테러와 악플에도 이야기의 힘을 믿는 '82년생 김지영'의 주연 배우 정유미와 공유는 흔들림이 없었다.
1982년 태어나 2019년 오늘을 살아가는 김지영(정유미)의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를 그린 영화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 봄바람 영화사 제작). 30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제작보고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주연배우 정유미, 공유, 메가폰을 잡은 김도영 감독이 참석했다.
지난 2016년 출간 후 누적 판매 100만 부를 돌파한 동명의 베스트셀러가 원작으로 하는 '82년생 김지영'은 일상적인 차별에 노출돼 있는 여성들의 삶을 담담하게 그려내 여성 독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으며 대한민국 페미니즘 열풍을 불러일으키는데 큰 공을 세운 작품이다. 영화화 된 '82년생 김지영'에서는 정유미가 결혼과 출산 후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상 안에서 자신도 몰랐던 모습과 아픔을 알아가는 현실적인 캐릭터를 그려내며 극의 중심을 이끌어 나가고 '밀정'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배우 공유가 아내 지영을 걱정하고 지켜보는 남편 대현 역을 맡아 기대를 모은다.하지만 기대 만큼이나 논란 역시 큰 작품이다. 최근 남혐·여혐이라는 다른 성별에 대한 성혐오, 젠더 전쟁이 사회적 문제로 비상하면서 대표적 페미니즘 도서를 원작하는 이 작품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는 것. 여성 단체 및 여성 중심 커뮤니티 위주로 일찌감치 '필수 N차 관람'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에 반해 반 페미니즘 단체 및 일부 남성 커뮤니티 위주로 벌써부터 별점테러, 불매 운동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젠더 갈등 분위기 속에서 개봉하는 '82년생 김지영'이 관객들로 어떤 평가를 받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날 메가폰을 잡은 김도영 감독은 정유미와 공유라는 화려한 캐스팅에 대해 "저의 첫 장편 데뷔작을 정유미 공유 배우님이 해주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기뻤다. 지영과 대현이라는 인물을 잘 수행해주실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며 "나만 잘 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한 김 감독은 "경력이 단절된 여배우를 이야기를 담은 단편영화 '자유연기'를 만들었는데 감사하게도 많은 영화제에서 수상을 했다. 미쟝센영화제에서도 수상을 했었는데 그때 제작사에서 연락을 주셔서 메가폰을 잡게 됐다"며 '82년생 김지영'의 메가폰을 잡은 계기에 대해 말했다. 이어 "원래 원작을 읽었었는데 저도 누군가의 엄마고 아내고 딸로서 저의 경우와 겹치는 게 많고 공감이 많이 됐다. 또한 원작이 사회에 많은 화두를 던지지 않았나. 저의 첫 장편 데뷔작으로서 원작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영화적 가치를 살릴 수 있을까 고민과 부담이 컸다"며 "하지만 이 야기는 할 만한 이야기고 해야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또한 이야기가 상업영화의 틀 안에서 제작되는 건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최선을 다해서 연출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전했다.타이틀롤 김지영 역을 맡은 정유미는 "설레기도 하고 빨리 여러분들과 함께 이 영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개봉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김지영의 남편 대현 역을 맡아 3년 만에 스크린으로 관객과 만나게 된 공유는 "3년이라는 시간을 언급하지 않았다면 저는 몰랐을 것 같다. 현장에서 계속 영화 촬영 중이었다"며 "좋은 영화를 완성해 정유미 씨와 함께 선보이게 돼 기쁘다"며 웃었다. 또한 그는 "시나리오를 택할 때 큰 고민은 없었다. 사실 저는 원작보다는 시나리오를 먼저 접했는데 시나리오를 보고 정말 가족 생각이 많이 났다. 시나리오를 보고 우는 일이 흔치 않은데 이 시나리오를 보고 청승맞게 울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정유미는 극중 아내이자 엄마인 평범한 30대 김지영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사실 저는 김지영 처럼 결혼도 하지 않고 육아를 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캐릭터를 보면서 주변 사람들 생각이 많았다. 제가 바쁘다는 이유로 알고 있었지만 외면하지 않았나 싶더라. 이 캐릭터를 표현하면서 그런 마음을 느껴보고 싶었다. 스스로를 보면서 부끄럽기도 했다"며 "엄마부터 이모 고모, 친구의 엄마, 애기 키우는 친구까지 정말 주변 사람들의 생각이 많았다. 캐릭터를 잘 표현하는 게 내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유는 "대현의 캐릭터만이 이 작품을 택한 이유는 아니었다. 가족에 대한 생각이 시나리오를 보고 많이 났다"고 입을 뗐다. 이어 "대현이라는 캐릭터를 말하자면, 다른 배우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캐릭터를 선택할 때 저와 닮은 점이 무엇일까 보는 편이다. 대현에게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며 "예를 들면 아내 지영에게 이야기를 할 때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다. 상대방이 나의 말로 상처받지 않을까 생각을 하는 인물이다. 저와 좀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공감이 됐다. 이해를 가지고 공감을 가진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내가 대현이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덧붙였다.또한 대현의 외형적인 모습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전했다. "영화 예고편을 보시면 알겠지만, 영화에서 좀 통통하다. 제가 차기작 때문에 살을 빼고 유미씨를 만나니까 유미씨가 '원래 있던 아저씨는 어디갔냐'고 하더라"라며 "통통했던 모습은 의도 된 것이었다. 정말 관리를 1도 안했다. 얼굴도 좀 붓고 배에 살도 붙고 그런 모습이 평범한 직장인의 모습과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정말 편했다. 마음껏 먹고 술도 마시는 것도 게의치 않았다. 해방감이 느껴졌다. 지금은 5개월째 식단중이다"고 설명했다.
김도영 감독은 정유미와 공유의 연기와 캐릭터 표현력에 대해 감탄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지영이라는 인물이 밝기도 하고 어둡기도 하고 잘 웃기도 하고 하지만 내면의 아픔과 상처가 있다. 보통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물이다. 사실 평범함을 연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는 김 감독은 "그런데 정유미 배우를 만나고 고민이 많이 덜어졌다. 정유미 배우는 제 상상을 뛰어넘는 김지영 그 자체로 존재해주셨다. 현장에서 자신의 상처가 드러나는 순간도 집중해서 연기해주셔서 저 조차도 여러번 울컥했다. 정말 김지영의 장면은 어느 하나 애착이 가지 않는 장면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공유에 대해서는 "대현이라는 인물은 배려심이 있다고 믿는 소심한 인간이다. 눈치도 없고 빈 구석도 있다. 하지만 아내의 상처를 알고 걱정하고 염려하는 보통의 남편, 보통의 인물이다"며 "공유 배우님이 정말 많이 노력해주셨다. 공유 배우님이 캐릭터를 너무 잘 이해해주셨고 역할과 기능을 잘 인지하고 계셨다고 생각한다. 김지영이라는 인물을 굉장히 잘 서포트 해주셨다"고 설명했다. 정유미는 쉽지 않은 연기 과정에 대해 설명하며 "이이야기가 주는 힘이 컸기 때문에 어려웠던 지점들은 감독님께 여쭤가면서 찾아갔다. 많은 스태프들의 배려로 그 공간에 있으면서 연기를 찾아갔다"고 말했다. 이런 정유미에 대해 공유는 "처음 유미씨가 김지영의 의상을 입고 김지영의 모습으로 현장에 나타나는 걸 딱 봤을 때, 정말 유미씨는 김지영 그 자체였다"며 "정유미씨는 다른 사람은 쉽게 가지지 못한 매력이나 분위기가 있다. 저한테는 정말 친하고 가까운 사람인데 현장에서 정말 김지영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앉아있는 정유미씨를 보니까 확 몰입이 되더라. 그게 바로 정유미라는 배우가 가진 힘인 것 같다"고 전했다.
정유미도 공유의 연기에 대해 극찬했다. "같이 촬영하는 장면은 아니었는데 제 촬영때 오빠가 촬영하고 간 회차의 촬영 장면을 봤는데, '언제 이렇게 몰입을 하고 연기를 했지?' 라면서 정말 감탄을 했다"며 "정말 어려운 신이었는데 이미 얼굴에서 대현의 모습을 하고 있더라. 그래서 제가 오빠한테 '왜 이렇게 잘했어'라고 하기도 했다. 그래서 나도 진짜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칭찬했다.
공유와 정유미는 작품의 제작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일부 네티즌으로부터 별점 테러와 악플 세례를 받았던 것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정유미는 "네 그런 일들이 있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하지만 그런 것들에 큰 부담은 없었다. 이 이야기를 선택하고 만들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영화를 잘 만들어 결과물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만이 컸을 뿐이다.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공유 역시 "저희도 기사를 접하고 관련 이야기를 볼 수 밖에는 없지만, 그런 게 이 작품을 선택하는데 영향을 줬다면 하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배우는 시나리오를 읽고 마음에 드는 이야기를 선택하는데 크게 방해가 되지 않았다. 관점의 차이는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82년생 김지영'은 김도영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영화다. 정유미, 공유가 주연을 맡았다. 오는 10월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