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시각장애 여자선수를 성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장애인조정대표팀 박 모 전 코치에 대한 원심이 확정됐다.
비장애인 조정선수 출신이자 장애인국가대표를 지내기도 했던 박 코치는 2017년 6월 미성년인 시각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를 훈련중 반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를 받았고, 참고인 조사에서 2014년 선수 시절 여자코치까지 성추행했다는 혐의도 추가로 알려졌다. 당시 이 사건은 대한장애인체육회 권익보호센터에 신고된 후 피해자 3명(코치 1명, 선수 2명)에 의해 고소장이 접수되기에 이르렀고,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았다.
박 코치는 "강제 추행한 사실이 없다"며 즉각 항소했으나 24일 서울고등법원(형사 합의부) 2심에서 징역 1년6개월, 원심유지가 확정됐다. 피고인 박 코치측은 양형이 부당하고, 성추행 증거에 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추가 증거를 재조사한 결과 피해자측 일관된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당시 여고생이었던 시각장애 국가대표 조정선수가 일기장에 성추행 사실과 정황을 고스란히 기록한 부분이 판결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항소심 재판부는 '고소동기와 항소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일정되고, 피의자의 성인지 감수성 등을 고려해도 피해자 진술을 배척하기 어렵다'면서 '원심이 정당하며, 피해 사실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박 코치측이 제기한 항소는 기각됐고, 징역 1년6월의 원심이 확정됐다. 박 코치측은 항소심에 불복, 곧바로 대법원 상고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장애인 조정선수 출신의 박 코치는 장애를 입은 후 비장애인 조정국가대표로 2014년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상위 입상하고, 런던패럴림픽, 리우패럴림픽에 잇달아 출전한 엘리트 선수 출신이다. 시련을 딛고 성공한 장애인체육인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박 코치의 제자 성추행 사건은 체육계에 큰 충격과 함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올해 초 비장애인 빙상 종목 코치의 성폭력 의혹 사건 후 '체육계 미투'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재발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선수권익보호를 위한 개설한 체육인지원센터를 통해 성희롱 예방 활동과 교육에 나섰다. 장애인조정국가대표팀 내 성추행 사건이 피의자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에 기인한다는 점에 주목해 전국 장애인체육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권역별 집중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체육인지원센터는 지난 5월 광주에서 호남 지역 장애인체육 종사자 대상 교육을 실시한 데 이어 27일에는 울산에서 영남지역 장애인체육 지도자와 현장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예방은 물론 인권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전문교육을 실시했다. 향후 충청과 강원권에서도 권역별 교육을 이어갈 예정이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는 체육계 비리 및 폭력·성폭력 등 인권침해를 전담하는 독립기구인 스포츠윤리센터의 신설을 준비중이다. 빙상코치의 성폭력 의혹 사건 이후 스포츠혁신위원회가 강력하게 권고한 스포츠윤리센터 신설과 관련, 안민석, 남인순, 이동섭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에 계류중인 상황이다. 올해 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스포츠윤리센터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체육의 인권침해 상담 및 신고기능을 모두 아우르게 된다.
이 가운데 장애인 체육 영역은 전문성과 성인지 감수성에 장애인 체육에 대한 감수성까지 요구되는 전문 분야다. 이번 사건에 비춰 스포츠, 인권뿐 아니라 장애인체육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인력과 노하우가 반드시 필요하다. 피해자 장애유형에 대한 전문적인 접근, 초기 대응 및 조치에 있어 현재 대한장애인체육회, 체육인지원센터, 장애인 스포츠 인프라(17개 시도지회, 32개 가맹단체)와의 효율적 협업이 필요하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스포츠윤리센터가 비장애인, 장애인을 아울러 인권침해 상담 및 신고 기능을 수행하되, 장애인 분야의 감수성을 요하는 성폭력, 폭력 등의 문제에 관해서는 해당기관의 전문성을 유지하게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