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피가 마른다.
시즌 막판, 이제 반경기 차다.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 간 정규시즌 우승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두산은 26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11대0 완승을 거두며 이날 경기가 없었던 1위 SK를 반게임 차로 추격했다. 이제 두산의 남은 경기는 단 3게임, SK는 4게임이다. 이제 선두 싸움은 그야말로 끝을 알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매 경기, 양 팀 사령탑은 죽을 맛이다. 포스트시즌 깜짝 카드 발굴을 위해 새 얼굴을 테스트 해야 할 시점. 언감생심이다. 이기기 바쁘다. 이날 경기 전 두산 김태형 감독은 "매년 이 맘 때면 포스트시즌에 앞서 주축 선수들 좀 쉬게 하고, 새로운 선수들 테스트할 시기인데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하루하루 치열한 막판 경쟁 국면에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자칫 시즌 마지막 경기에 정규시즌 우승팀이 가려질 수도 있는 빡빡한 상황이다.
찬 바람이 부는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씨를 뿌리는 봄과, 뜨겁게 열정을 쏟는 여름을 지나 본격적인 가을걷이를 해야 할 시점. 하지만 양 팀 감독들은 여전히 수확은 꿈도 못 꾸고 있다.
분위기가 궁금했다. 때 마침 연이틀 SK와 두산 경기 취재 기회가 있었다. 25일 문학 삼성전을 앞두고 만난 SK 염경엽 감독은 힘들어 보였다. 당시 6연패 중이던 염 감독은 퀭한 얼굴에 수척해 보였다. 잘 먹지 못하고, 잘 자지 못한 탓이다. 염 감독은 "솔직히 말해 정말 죽을 것 같다"고 했다. SK 한 관계자는 "감독님 몸무게 앞자리가 바뀌었다"고 귀띔했다. 불면의 밤을 지새우고 있는 여파였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김태형 감독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다. 남의 일이 아니다. 정도는 다르지만 김 감독 역시 신경이 바짝 곤두서 있을 수 밖에 없다. 비록 넘어야 할 적장이지만 사적으로는 친한 사이. 야구를 떠나 염경엽 감독의 건강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며느리 심정은 며느리가 안다. 설령 갈등이 있더라도 힘든 상황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타 팀 감독 뿐이다.
김태형 감독은 "사실 시즌 1위를 하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감독 인생에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까 싶다. 모든 감독들은 그걸 놓치고 싶지 않기에 불안하고 초조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염 감독은 음식을 잘 못 먹어서…"라며 진심 어린 걱정을 했다. 그래도 김 감독은 "물론 아무리 힘들다 힘들다 해도 가을야구에 못나가는 팀도 있는데 행복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어쩌랴. 돌아서면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한 전략을 짜야 하는 것이 바로 감독 자리다. 남은 3~4경기, 엄혹한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