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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리포트]벼랑 끝 SK, '선수단+구단+홈팬' 삼위일체 위기탈출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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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을 한다면야 할 말이 많겠죠."

위기는 누구에게나, 어느 팀에게나 닥친다. 중요한 사실은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그 과정에서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인생의 축소판, 스포츠의 묘미다.

원팀의 중요성, 위기 속에 빛났다.

올시즌 최대 위기를 맞은 SK 와이번스. 선수와 벤치, 그리고 프런트까지 단합된 한 마음으로 1대0 신승을 거두며 가장 급한 불을 끄는 데 성공했다. 6연패 탈출과 선두 수성이란 값진 결과로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날 경기 전 SK 염경엽 감독은 힘들어 보였다. 퀭한 얼굴에 가뜩이나 없는 살이 더 내렸다. SK 프런트 직원은 "감독님 몸무게 앞자리가 달라졌다"고 귀띔했다. 염 감독도 솔직히 시인했다. "요즘 정말 죽을 만큼 힘들다"고 했다. 불면의 밤이 이어지고 있다. 모든 책임이 모아지는 자리. 위기 속에 외로움의 그림자는 더 짙어진다.

하지만 망연자실 넋 놓고 있을 틈은 없다. 변화를 꾀했다. 25일 인천 SK행복드림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즌 14차전을 앞두고 우타자를 전진배치 했다. 김강민-로맥-최 정-정의윤까지 오른손 타자를 배치해 최채흥을 압박했다.

염 감독은 "순리대로 풀어봤다. 제가 보는 데이터 중에서 가장 간단한 측면을 고려해 타선을 짰다. 상대 좌완 투수에게 부담을 줄 수 있도록 우타자를 배치했다. 기존대로 좌투수에 좌타자 둘을 배치하면 1회가 너무 빨리 끝나는 경향이 있었다. 강민이와 로맥이 나서면 적어도 상대 투수가 쉽게 상대하지는 못할 거란 판단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로맥의 2번 배치는 올시즌 처음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김강민은 올시즌 최채흥을 상대로 4타수2안타(0.500), 로맥은 3타수1안타(0.333)을 기록중이었다.

염 감독의 승부수는 통했다. 실제 최채흥은 쉽게 넘어가지 못했다. 1회 톱타자 김강민과 3회 로맥이 각각 최채흥과 9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를 펼치며 최채흥을 괴롭혔다. 4번 정의윤은 0-0이던 4회초 선제 솔로포를 날리며 천금 같은 선취점을 올렸다.

타격감이 썩 좋지 않았지만 SK 타자들은 타격감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 경기 전 배팅케이지를 하나 더 만들어놓고 훈련을 했다. 경기 중 간절함도 엿보였다. 밀어치려 노력하고 기습번트를 시도하는 등 어떻게든 득점을 하기 위해 개인을 버리고 팀을 위해 헌신했다.

에이스 김광현의 에이스 책임감도 빼놓을 수 없었다. 김광현은 1회부터 전력피칭으로 팀 사수에 나섰다. 기합을 넣어가며 공 하나 하나에 혼을 불어넣었다. 1회 세타자 연속 탈삼진으로 출발한 그는 5회까지 탈삼진을 무려 7개나 잡아내며 무실점 피칭을 선보였다. 4회 2사 1루에서 러프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살짝 불편함을 호소하며 손 혁 투수코치를 불렀다. 하지만 이내 씩씩한 피칭으로 위기를 넘기고 혼신의 피칭을 이어갔다. 결국 7이닝 5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6연패를 끊어내며 시즌 16승째(6패)를 완성했다. 에이스의 책임감으로 일궈낸 올 시즌 가장 값진 1승이었다. 홈 최종전을 맞아 모여든 팬들도 연패 탈출을 위해 한 마음으로 힘을 보탰다. 1루쪽 SK 응원석을 가득 메웠다. 외야까지 거의 가득 찰 정도로 많은 관중이 와이번스의 위기 탈출을 큰 함성으로 염원했다. 이날 행복드림파크에는 평일임에도 무려 1만8278명의 구름 관중이 모였다.

구단 프런트도 팔을 걷어붙였다. 경기 초반 이닝 교체 때 마다 전광판에 짜릿한 승리 장면을 띄워 선수단에게 좋은 기억을 소환했다. 팬들과 프런트까지 모두 한 마음이 된 순간, 선수단이 힘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6연패 탈출과 선두 수성을 위한 반등의 계기 마련은 모아진 마음의 당연한 결과였다.

인천=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