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우공이산'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조금씩 조금씩 흙을 퍼나른 끝에 큰 산마저 옮긴 한 우직한 노인의 업적에서 유래한 고사성어. 대반전의 결과는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건 결국 끈질긴 노력과 포기하지 않는 의지의 힘이었다. 시즌 막바지로 접어든 K리그1에서 이런 '우공'의 행보를 보이는 팀이 있다. 바로 상위 스플릿 전쟁의 최대 복병으로 떠오른 포항 스틸러스다.
포항은 24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2019년 하나원큐 K리그1' 31라운드 매치에서 2대1로 승리하며 드디어 6위 자리를 되찾았다. 포항이 6위로 복귀한 건 지난 6월 1일 이후 115일 만의 반전이었다. 이 승리 덕분에 포항은 상위 스플릿 진입의 강력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었다. 경쟁 상대인 상주, 수원과의 '6위 대전쟁'에서 일단 우위를 점했다. 아직 결판이 나진 않았지만 포항의 대약진은 경쟁 상대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올 시즌 포항은 이미 대반전의 드라마를 쓰고 있다. 시즌 초반 '감독 경질'이라는 최악의 위기 상황을 만났지만, 여기서 굴하지 않고 끈질기게 다시 일어섰기 때문이다. 원래 시즌 개막 시점에서 포항 사령탑은 최순호 전 감독이었다. 그러나 시즌 개막 후 포항의 부진이 이어지자 최 감독은 지휘봉을 내려놨다. 그게 8라운드를 마친 지난 4월 23일의 사건이었다. 당시 포항은 FA 32강 탈락에 이어 8라운드 대구전에서 0대3으로 패하며 리그 초반 10위까지 쳐져 있었다.
이후 김기동 당시 수석코치가 지휘봉을 이어받아 새로운 감독으로 팀을 이끌기 시작했다. 감독 교체의 충격요법 덕분인지 5~6월에 잠시 순위 반등에 성공했지만, 7~8월에는 계속 6위권 밖에서 힘든 시기를 겪어야 했다. 그래도 김 감독은 선수들과 허물없이 대화를 주고 받으며 무너질 수 있던 팀을 붙들었다. 그 효과가 시즌 막판에 용광로처럼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포항은 최근 5경기에서 무려 승점 13점을 쓸어담았다. 4승1무로 치고 나가며 경쟁 상대인 상주, 수원을 단숨에 따라잡았다. 특히 홈에서 4연승으로 압도적인 위용을 펼치고 있다. 스틸야드의 기운이 강철군단을 돕고 있는 형국이다. 대반전 드라마는 이렇게 완성되어가고 있다.
상·하위스플릿이 결정되기까지는 이제 2경기가 남았다. 포항은 29일 경남과의 원정경기에 이어 10월 6일 울산과 홈경기를 치른다. 상대적으로 강적인 울산과 승운이 좋은 홈에서 만난다는 점에서 희망을 품을 수 있다. 과연 포항이 쓰고 있는 반전드라마가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리게 될 지 주목된다.
포항=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