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결국 다시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였다.
메시는 24일(한국시각)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에서 열린 '더 베스트 FIFA 풋볼 어워즈 2019' 시상식에서 '라이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와 '올해의 유럽 선수' 퍼질 판 다이크(리버풀)를 따돌리고 '더 베스트 FIFA 남자 선수'로 뽑혔다. 1991년부터 시작된 'FIFA 올해의 선수'는 2010년부터 프랑스풋볼이 선정하는 발롱도르와 공동으로 시상하다가 2016년부터 '더 베스트 FIFA 남자 선수'로 이름을 바꿔 분리됐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동안 '메날두'의 시대였다. '세계 최고의 선수' 메시(5회)와 호날두(5회)가 양분했다. 지난해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가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면서 11년 만에 '메달두 시대'의 종식을 고하는 듯 했지만, 올해 다시 메시가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메시는 각국 대표팀 감독과 주장, 미디어, 팬 투표 등을 종합해 46포인트를 얻었다. 판다이크(38포인트)와 호날두(36포인트)를 크게 따돌렸다. 이로써 메시는 통산 6번째(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2015년) 수상에 성공하며 호날두(2008년, 2013년, 2014년, 2016년, 2017년)를 따돌리고 역대 최다 수상자로 우뚝 섰다.
메시는 지난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36골을 기록하며 통산 6번째로 유럽 최고 골잡이에게 주는 '유러피언 골든슈'를 품에 안았다. 프리메라리가 우승컵도 들어올렸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크게 두드러지는 한해는 아니었다.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에도 오르지 못했고, 코파아메리카에서는 최악의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판 다이크의 수상을 점치는 목소리가 더 컸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선수 수상자' 판 다이크는 지난달 메시와 호날두를 따돌리고 유럽축구연맹(UEFA) 올해의 선수로 뽑혔다. 수비수가 UEFA 올해의 선수가 된 것은 판 다이크가 처음이었다. 판 다이크는 단 한차례의 드리블 돌파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수비력으로 리버풀에 통산 6번째 유럽챔피언스리그(전신 포함) 우승컵을 안겼다.
하지만 결론은 메시였다. '더 베스트 FIFA 남자 선수'는 앞서 언급한데로 각국 대표팀 감독과 주장, 미디어, 팬 투표 등을 종합한다. 한국을 대표해서 올해의 선수 투표에 나선 손흥민(토트넘)은 1순위 해리 케인(토트넘), 2순위 판다이크, 3순위 호날두를 선택했고, 파울루 벤투 한국 대표팀 감독은 1순위 판다이크, 2순위 사디오 마네(리버풀), 3순위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에게 표를 던졌다. 판 다이크는 미디어 투표에서 압도적이었지만, 감독, 주장, 팬 투표에서 크게 밀렸다. 심지어 호날두에게도 밀렸다. 호날두는 UEFA 네이션스리그와 세리에A 우승을 거머쥐었지만 개인 활약은 눈에 띄지 않았다. 영국 언론을 중심으로 판다이크 수상 실패에 의문을 품으며 '결국 인지도에서 밀렸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이전부터 제기됐던 문제다. 2013년이 대표적이다. 당시 바이에른 뮌헨에서 트레블을 포함해 5관왕을 달성한 프랑크 리베리가 FIFA 발롱도르를 가져갈 것이 유력했지만, 수상은 놀랍게도 호날두의 몫이었다. 당시 "발롱도르를 진열할 자리를 비워뒀다"며 자신만만했던 리베리의 눈물은 두고두고 회자가 됐다. 프란츠 베켄바우어, 미셸 플라티니 등 레전드들도 "올해의 선수상이 메시와 호날두 사이의 인기투표로 변질됐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권위면에서 최고를 자랑하는 발롱도르가 FIFA와 손을 뗀 결정적 이유기도 했다.
공개된 'FIFA-FIFro 월드 베스트 11'도 많은 의문을 낳고 있다. 'FIFA-FIFro 월드 베스트 11'에는 호날두, 메시,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이상 공격수), 모드리치, 에덴 아자르(이상 레알 마드리드), 프렌키 더 용(바르셀로나·이상 미드필더), 마르셀루, 세르히오 라모스(이상 레알 마드리드), 판다이크, 마테이스 더리흐트(아약스·이상 수비수), 알리송(리버풀·골키퍼)이 선정됐다.
유럽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을 비롯, 최악의 모습을 보인 레알 마드리드 소속 선수들이 대거 선발됐다. 2019년 내내 부진한 모습을 보인 모드리치, 마르셀루 대신 차라리 크리스티안 에릭센(토트넘) 앤드류 로버트슨(리버풀)이 뽑혔어야 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판 다이크가 발롱도르를 수상할 경우, '더 베스트 FIFA 남자 선수'의 공신력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호날두는 이날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부상으로 다음 경기 출전이 불투명한 가운데서도, 수상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불참을 결정했다. 대리 수상자도 보내지 않았다. 포르투갈 주장인 호날두는 이번 투표에서 메시에게 표를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아르헨티나 캡틴 메시는 호날두를 2순위로 선택했다.
더 베스트 FIFA 여자 선수상에는 미국 축구 대표팀의 여자 월드컵 2연패를 이끈 메건 래피노(레인FC)에게 돌아갔다. 올해의 남자 감독상은 2018~2019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리버풀의 우승을 이끈 위르겐 클롭(독일) 감독이 차지했다. 또 2019 FIFA 여자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미국 여자대표팀의 질 엘리스(미국) 감독은 올해의 여자 감독상을 받았다. FIFA 페어 플레이상은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이 이끄는 리즈 유나이티드(잉글랜드)에 돌아갔고, 가장 멋진 골의 주인공인 '푸슈카시상'은 기막힌 오버헤드킥을 선보인 헝가리 출신의 다니엘 조리(페헤르바르)의 품으로 돌아갔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