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계획이 좀 틀어지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 태풍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22일 K리그1 30라운드 강원과의 홈경기가 제17호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전격 취소된 후 김도훈 울산 현대 감독은 헛헛하게 웃었다.
이날 오후 5시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경기는 오후 2시45분경 현장 경기감독관의 판단 및 프로축구연맹과의 논의를 거쳐 취소됐다. 해당 경기는 내달 2일로 연기됐다.
야구와 달리 웬만한 악천후에도 경기를 강행하는 축구 종목에서 경기 취소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강풍으로 벤치가 쓰러지고 방송 중계 카메라도 흔들리는 상황에서 선수 및 팬들의 안전을 위해 부득이 경기를 취소했다. 작년 8월 22일 제주-수원전이 태풍 '솔릭'으로 취소된 이후 13개월만이다. 울산 구단 입장에선 천재지변으로 경기가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오후 7시 경남 원정을 위해 전날 원정길에 올랐던 1위 전북 역시 오후 4시 경기 취소 결정에 따라 버스를 전주성으로 되돌렸다.
울산은 김도훈 감독 부임 이후 홈경기 전날이면 집중력과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호텔에서 합숙을 해왔다. 울산 선수단은 이날 오후 호텔에서 울산종합운동장으로 출발하기 전 마지막 미팅에서 경기 취소 소식을 접했다. 해산하지 않고 곧바로 클럽하우스로 이동했다. 곧바로 수요일 수원 원정 모드로 전환, 경기 대신 실내 훈련을 실시했다.
훈련 후 김 감독은 경기 취소 직후 팀 분위기에 대해 "강원전에 모든 초점을 맞춰 준비를 하던 중 경기 취소 소식을 들었다"면서 "계획이 좀 틀어지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이다. 무엇보다 태풍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고, 우리는 또 주어진 상황에 맞게 잘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요일 수원 원정을 다녀오면 홈경기가 이어지니 좋게 생각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스플릿리그까지 울산의 남은 4경기 일정이 수원(25일·원정)-성남(28일·홈)-강원(내달 2일·홈)-포항(내달 6일·원정) 순으로 바뀌었다.
인천, 경남 등 강등권 팀에 잇달아 3대3으로 비긴 후 상승세의 강원을 피해 수원을 먼저 만나게 됐다. 수원은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중이다. 18일 화성FC와 FA컵 4강 1차전(0대1패), 21일 홈에서 상주와 혈투(1대1무)를 치른 지 불과 나흘만에 다시 강호 울산과 맞닥뜨린다. 울산이 수원에 비해 체력적 우위를 점하게 됐다. 수원은 '득점선두' 타가트마저 부상으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 울산은 2경기 연속골, 득점 2위 주니오가 건재하다.
울산은 수원 원정 후 28일 성남, 내달 2일 강원과 사흘 간격으로 홈경기를 갖고, 나흘 후 포항과 '동해안더비' 최종전을 치른다.
사흘 간격의 빡빡한 일정이 다소 부담되지만, 시즌 막판 승점 3점이 절실한 상황에서 안방 2연전은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태풍 취소가 일정상 울산에게 오히려 호재가 될 수도 있다는 예상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스플릿리그 마지막 경기까지 9경기가 남은 상황, 30라운드 1위 전북(승점 63), 2위 울산(승점 60)의 유례없는 경기 취소가 박빙의 우승 레이스에서 '찻잔속 태풍'을 넘어 '나비효과'로 작용하게 될는지는 지켜볼 일이다. 울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