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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에 12골 안 먹은 게 어디"..왓포드는 공포심에 벌벌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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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왓포드 감독과 선수들은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당장에라도 숨고 싶었을 것 같다.

왓포드는 21일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디펜딩 챔피언 맨시티와의 2019~20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에서 0대8 참패를 경험했다.

초반 성적 부진에 따라 감독을 키케 플로레스로 교체한 왓포드는 주중 유럽챔피언스리그 원정 경기를 치르고 온 맨시티를 강하게 몰아붙일 생각을 했을테지만, 시작 50여초만에 다비드 실바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도미노처럼 와르르 무너졌다.

'8대0' 스코어는 맨시티의 창단 이래 1부 최다골 차 승리이자 1995년 맨유가 입스위치 타운을 상대로 작성한 9대0에 이은 EPL 역대 최다골 차 승리 2위에 해당한다. 8대0은 프로축구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스코어다. 야구, 핸드볼과 같은 다른 구기 종목에서 이따금 등장한다.

지난해 여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령탑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키케 감독은 "30초가 지난 뒤 힘든 경기가 될 거란 사실을 깨달았다. 10분 뒤에는 굉장히 어려워졌다는 생각이 들었고, 50분 뒤에는 (무언가를 해보는 게)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다. 경기 시작때부터 선수들이 살짝 겁먹은 것 같다"고 잔뜩 움츠러들었던 맨시티전 90분을 돌아봤다.

왓포드는 넉달 전인 지난 5월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맨시티와 FA컵 결승전을 치러 0대6 스코어로 무기력하게 패한 바 있다. 당시에는 전반 26분 이후 64분 동안 6골을 내리 허용했다. 이날은 경기 시작 49분만에 6골을 내주며 또 한 번 '공포'를 맛봤다.

맨시티의 유효슛 11개 중 8개가 왓포드 골망을 갈랐다. 베르나르두 실바가 프로 경력 처음으로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다비드 실바, 세르히오 아게로, 리야드 마레즈, 니콜라 오타멘디, 케빈 더 브라위너가 골을 보탰다. 왓포드가 할 수 있는 일은 경기가 빨리 끝나기를 기다리는 일뿐이었다.

왓포드 골키퍼 벤 포스터는 "50여초만에 골을 내주면 게임 플랜은 무의미해진다. 그들의 플레이를 보며 숨이 막혔다. 20여분만에 0-5가 된 뒤로 최악의 상황이 우려됐다. 0-10, 0-11, 0-12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맨시티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뗀 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맨시티보다 4년 늦은 1898년 출범해 올해로 창단 121년째를 맞이한 왓포드는 1992년 출범한 EPL에서 0대8 패배와 같은 치욕을 당한 역사가 없다. 1926년 1월 애버데어 애슬레틱전과 1959년 9월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당한 1대8 스코어가 최다골차 패배였다. 키케 감독은 "최악의 하루였다. 팬들에게 미안하다는 말 외에는 할 말이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6경기에서 2무4패를 기록한 왓포드는 여전히 최하위에 머물러있다. 올시즌 강등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