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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과 잔디? 인천-대구전 진짜 변수는 VAR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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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22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인천과 대구의 2019년 하나원큐 K리그1 30라운드.

두 팀 다 갈길이 바빴다. 인천은 전날 제주가 승리하며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10위부터 최하위로 이어지는, 이른바 '경(남)-제(주)-인(천)' 구도를 깨야 했다. 5위 대구는 수원이 화성과의 FA컵 4강 1차전에서 0대1로 패하며,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의 희망을 높였다. 수원이 우승에 실패하고 4위를 차지하면 다시 한번 ACL에 나설 수 있다. 때문에 이날 맞대결 승리가 그 어느때보다 중요했다.

경기를 앞두고 두가지 변수가 있었다. '태풍'과 '잔디'였다. 제17호 태풍 '타파'로 인해 같은 날 열리기로 한 울산-강원, 경남-전북전이 이미 취소됐다. 인천전용구장 역시 태풍의 여파로 강한 바람이 이어졌다. 안드레 대구 감독은 "예상보다 세지는 않다. 우리에게 영향이 있으면 상대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유상철 인천 감독은 "경남전이 취소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는 경기를 하는 편이 낫다. 나중에 결과를 알고 경기를 하는 팀이 더 부담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미 문제가 됐던 인천축구전용구장의 잔디 상태는 여전히 열악했다. 장마 후 무덥고 습한 날씨가 반복되며 잔디가 병이 걸렸다. 흡사 원형탈모처럼 군데군데 잔디가 빠졌다. 유 감독은 "보수를 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상태가 최악"이라고 쓴 웃음을 지은 뒤 "기술이 좋은 팀에게 우리 구장은 쥐약이다. 이미 울산도 혼나고 갔다"고 애써 자위했다. 안드레 감독은 "공교롭게도 우리 연습 구장 대신 이용한 구장 잔디 상태가 좋지 못했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충분한 연습이 됐다"고 했다.

하지만 킥오프가 울리고 난 뒤, 진짜 변수는 따로 있었다. VAR(비디오판독)이었다. 세번의 VAR이 경기를 들었다 놨다. 전반 4분 첫번째 VAR이 나왔다. 지언학이 오른쪽을 돌파하며 올려준 볼을 무고사가 머리로 짤라 먹으며 득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VAR 결과, 지언학에게 연결되기 전 과정에서 파울이 발생하며 무효처리 됐다.

0-0으로 팽팽하던 후반 25분 다시 한번 VAR이 나왔다. 히우두가 돌파하던 중 정 산 골키퍼에 걸려 넘어졌다. 주심은 골킥을 선언했지만, 히우두가 계속해서 VAR 손동작을 하며 오심을 주장했다. 무선으로 교감하던 주심이 온필드리뷰를 시도했고, 그 결과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대구팬들이 열광했다. 에드가가 키커로 나서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1-0 대구의 리드, 하지만 또 한번의 VAR이 나왔다. 에드가가 킥을 하기 전 움직임이 감지된 것. 주심은 온필드리뷰 후 다시 페널티킥을 차도록 선언했다. 이번엔 인천 팬들이 환호를 질렀다. 그러나 에드가는 다시 한번 정 산 골키퍼를 속이며 득점에 성공했다.

대구의 승리로 끝나는 듯 하던 경기는 후반 43분 요동쳤다. 공중볼 경합 상황에서 흐른 볼을 교체투입된 명준재가 밀어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태풍과 잔디, 그리고 VAR이 만든 혼돈의 경기는 1대1로 마무리됐다.

인천=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