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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6년♥결혼→아워 바디→할리우드 진출"…최희서의 눈부신 터닝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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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힘들었던 시간을 극복, 인생 2막을 화려하게 연 86년생 인간, 그리고 배우 최희서!"

독립영화 '아워 바디'(한가람 감독, 한국영화아카데미 제작)에서 8년 차 행정고시생으로 공부와 삶에 모두 지친 자영을 연기한 배우 최희서(33). 그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계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아워 바디'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장례난민'으로 제16회 미장센 단편영화제 비정성시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며 독립영화계 실력파 신인 감독으로 떠오른 한가람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인 '아워 바디'는 불확실한 미래에 지친 청춘이 달리기를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오는 이야기를 특유의 섬세한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제43회 토론토국제영화제 디스커버리 부문 공식 초청, 제43회 홍콩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한국 영화 100주년 부문 초청,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 초청 등 개봉 전부터 국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기대를 모은 '아워 바디'는 특히 연기력을 인정받은 '믿고 보는 배우' 최희서의 첫 원톱 주연작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박열'(17, 이준익 감독)을 통해 그해 열린 제38회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비롯한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휩쓸며 '괴물 신예'로 등극한 '충무로 블루칩' 최희서. 그는 '아워 바디'에서 8년간 행정고시를 준비하며 공부와 삶에 모두 지친 자영으로 변신, 청춘의 민낯과 자화상을 밀도 높은 감정과 연기로 완벽히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앞서 최희서는 이 작품으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을 받은바, 또 한 번 괴물 같은 연기력을 선보이며 관객을 사로잡을 예정.

스포츠조선을 만난 최희서는 "'아워 바디'는 그 어떤 작품보다 애정이 깊고 책임감도 큰 작품이 된 것 같다. 아무래도 내가 데뷔 이래 처음으로 타이틀롤을 맡은 작품이라서 더 그런 기분인 것 같다. '아워 바디' 시나리오를 받은 게 '박열' 개봉 이후였다. 처음 '아워 바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마치 소설처럼 느껴졌다.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정도로 흡입력이 엄청난 작품이었다. 그 당시 나는 전보다는 차기작에 대해 제안이 몇 있었는데 아무래도 여성 캐릭터의 변화를 오롯이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만나기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아워 바디'가 더 끌렸다. 반드시 이 작품을 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물론 '박열' 이후 출연 제안이 쏟아진 것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박열'에서 가네코 후미코 역이 일본인이라 나라는 배우에 대해 일본인 이미지가 강한 것도 컸을 것이고 신인이기도 해서 섣불리 출연 제안을 못 하는 관계자도 많았다. 그럼에도 무명 때를 생각하면 시나리오가 들어오거나 출연을 제안해주는 분들이 계셔서 감사했다"며 "올해 정말 운이 좋아 미국 작품의 오디션을 많이 볼 수 있었다. 3~4편의 작품에 오디션을 지원했고 그중 한 작품은 미국 제작사와 긍정적으로 출연을 검토하는 단계까지 오게 됐다"고 웃었다.

그는 "물론 마동석 선배처럼 큰 예산의 마블 영화는 아니다. 저예산의 멜로 영화인데 제작자가 굉장히 유명하다.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93, 노라 에프론 감독)을 제작한 게리 포스터가 제작하는 신작이다. 한국계 미국 신인 여성 감독이 연출하는 작품인데 그 작품과 출연을 긍정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결혼도 이달 하는 이유가 하반기에 미국 촬영이 진행될 수 있을 것 같아 미리 당겨서 결혼을 하게 됐다. 결혼에 미국 진출까지 의도치 않게 겹경사가 됐다. 또 한국 신작도 출연을 논의 중이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자주 관객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개인적으로 기대가 된다"고 할리우드 진출 소식을 밝혔다.

'아워 바디'로 데뷔 이래 첫 원톱 주연을 맡게 된 최희서. 그는 자신이 연기한 '아워 바디' 속 자영이라는 캐릭터에 공감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영화 속 자영이라는 캐릭터에 몰입이 많이 돼 마음이 간다. 마치 옆집에 사는 고시생 같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내 모습, 내 친구들의 모습이기도 했다. 우리는 누구나 '공부해야지' '대학 가야지' '취직해야지' 등 수많은 '해야지'라는 걱정을 듣고 있지 않나? 내 주변에 자영이처럼 실제로 고시 공부를 한 친구들도 많았고 중도에 포기한 친구도 있다. 그런 부분에서 '아워 바디'와 캐릭터에 공감이 많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영이와 비슷한 점을 찾았을 때 나 같은 경우는 무명 시절 오디션 떨어질 때 자영의 심리와 많이 비슷했다. 예를 들어 잘 돼 가는 오디션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떨어지거나 또 오디션에서 '넌 캐스팅 가망이 없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자영이처럼 좌절했다. 사실 이런 모든 상황과 말속에 나를 향한 나쁜 의도는 아니었지만 그 당시 그걸 받아들이는 내 상태가 너무 힘들었다. 쉽게 상처받는 상태였다. 그게 내 나이 29살, 30살 때였다. 나를 원하는 곳이 어디에도 없었다. 그럴 때는 주저앉아서 펑펑 울었다. 영화 속에서도 자영이 뛰다 주저앉아 오열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장면을 보면서 정말 울컥했다. 나도 자영이처럼 길 한복판이나 집에서 운 적이 많았다"고 곱씹었다.

그는 "특히 '아워 바디' 스토리 중 나이 이야기가 많이 와닿았다. 극 중 자영이 인턴 지원할 때 나이를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찍을 때 실제로 내 나이가 32살이었다. 원래 나이에 신경을 안 쓰는 사람인데 배우로 활동을 하면서 주변 때문에 나이를 신경 쓰게 된 케이스다"며 "어딜 가도 가장 먼저 자기소개를 할 때 나이를 말하면 '나이가 좀 있네'라는 코멘트를 들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이가 많나?'라는 생각을 했다. '박열' 전후로 많이 느낀 것 같다. 그런 내 모습이 싫었다. 나는 내가 나이 먹었다고 느낀 적이 없는데 주변에서 '이제 나이 생각해'라는 말을 듣게 되면서 스스로를 가두더라. 그게 너무 싫었다. 그런 나이 걱정을 듣다 보니 당연히 의식을 하게 됐다. 또 요즘은 결혼을 앞두고 생각해보니 '이 나이에 결혼해버리면 괜찮으려나?' 싶기도 하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최희서는 '아워 바디' 개봉(26일)을 앞둔 지난 6일 결혼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아워 바디' 개봉 이틀 뒤인 오는 28일 서울 모처에서 일반인 예비 신랑과 스몰 웨딩을 앞둔 최희서는 카카오가 운영하는 블로그 플랫폼인 브런치에 직접 '86년생 배우 최희서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결혼을 알려 많은 화제를 모았다. 이후 공개된 최희서의 러브스토리 또한 글을 통해 공개, 많은 관심이 쏠렸다. 최희서의 예비 신랑은 무려 6년간 사랑을 키워온 동갑내기 남자친구로, 과거 연세대학교 재학 시절 동문으로 첫 만남을 시작해 9월 부부의 연을 맺게 됐다는 후문.

'9월의 신부'가 된 최희서는 "사실 지금도 실감이 안 난다. 며칠 전 관계자들과 미팅을 했는데 '곧 결혼하지 않나?'라는 말에 '아! 맞다. 나 결혼하지?' 싶었다. 아직 결혼에 크게 와닿는 게 없는 것 같다"며 "예비 신랑과 동갑이고 이쪽 업계 사람이 아닌 정말 평범한 사람이다. 수줍음이 많아서 어디 나서는 걸 부끄러워 한다"고 머쓱해 했다.

이어 "예비 신랑은 학교 다닐 때 같이 친구로 지냈다가 졸업 후 사귀기 시작해 6년 동안 사귀었던 친구다. 과거 내가 회사가 없었을 때 함께 기차 타고 지방 촬영을 가주기도 했고 지방에서 대기를 타다 한 컷도 못 찍고 돌아올 때도 역시나 함께해준 친구다. 그런 힘든 세월을 같이 보낸 친구라 내겐 정말 특별한 사람이 됐다. '박열' 전부터, 그리고 '박열' 이후에도 잘됐을 때 같이 기뻐해 주는 친구였다. 그렇게 사랑을 키우다가 자연스럽게 결혼을 계획하게 됐다. 아직 신혼여행 계획은 없다. 아예 신혼여행 안 가겠다 생각은 안 하고 있다. 지금은 계획된 일을 하면서 나중에 천천히 준비해 가려고 한다"고 고백했다.

'아워 바디'는 8년간 행정고시에 번번이 떨어지면서 불확실한 미래에 지친 31살 청춘이 달리기를 통해 삶의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최희서, 안지혜, 이재인 등이 가세했고 한가람 감독의 첫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오는 26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웅빈이엔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