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탈모인에게 두려운 계절이다. 한 가닥이 소중한 이들에게 가을은 다른 계절보다 유난히 탈모가 심해지는 시기이기 때문. 실제 9월에는 기후 변화와 모발 성장에 관련하는 남성 호르몬의 변화가 일부 영향을 미쳐 탈모량이 연중 최고로 높으며, 이는 3월의 약 2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이마·정수리 모발 가늘고 색 옅어진다면 남성형 탈모 의심
계절 변화로 인해 나타난 탈모는 일시적이기 때문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회복된다. 하지만 하루에 100개 이상의 머리카락이 빠지는 증상이 지속되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특히 탈모 환자의 90%가 겪고 있는 남성형 탈모는 조기에 치료하면 만족할만 결과를 얻을 수 있어 증상이 의심된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남성형 탈모의 대표 증상은 ▲앞이마와 정수리의 굵고 건강했던 모발이 가늘고 옅은 색으로 변하는 증상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는 반면 가슴털과 수염이 굵어지는 증상 ▲이마가 점점 넓어지는 증상 ▲머리 밑이 가려워지면서 비듬이 심해지는 증상이 2년 정도 지속된 경우 등이 있다.
머리카락이 한 번에 빠지지 않고 서서히 얇아지면서 두피가 드러나는 특징을 보이는 것은 남성형 탈모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인 남성 호르몬의 작용 때문이다.
남성 호르몬 가운데 테스토스테론이 5알파 환원효소를 만나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변환한다. 이 DHT가 모낭 세포에 작용하면 모발의 성장기를 짧게 만들어 모발의 크기를 점점 작아지게 하면서 머리카락을 가늘고 짧게 변화시킨다.
▶약물 치료·모발 이식 등 지속적 치료가 중요
남성형 탈모는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질환은 아니다. 다만, 모발은 사람의 인상과 매력을 결정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만큼 탈모가 악화되면 환자의 심리까지 변화할 수 있어 적절한 관리가 요구된다.
연세리앤피부과의원 이세원 원장은 "한 연구를 통해 탈모를 가진 남성의 88%는 탈모로 인해 좌절감과 무기력함을 호소했으며, 78%는 자신의 외모에 대한 수치심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남성형 탈모는 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대 중반 이후부터 시작되는데 탈모를 방치하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의학적 치료를 통해 증상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남성형 탈모 치료 방법은 약물 치료다. 탈모 치료에 가장 많이 사용되며, 초기부터 중증까지 모든 단계의 남성형 탈모에서 권장된다. 약물을 이용해 모발 성장을 촉진하는 형태로 바르는 약물과 먹는 약물이 있으며, 약물치료는 중단하면 수 개월 내 탈모가 다시 시작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중요하다.
아울러 약물 치료가 효과가 없거나 탈모가 상당히 진행된 경우에는 모발이식이 고려될 수 있다. 모발이식은 DHT의 영향을 받지 않는 뒷머리의 모낭을 채취해 탈모 부위에 심는 수술로, 수술을 통해 심어진 모발은 채취된 부위의 성질을 그대로 유지해 빠지지 않고 평생 남아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수술을 받지 않은 기존 모발에서는 탈모가 지속되기에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수술 후에도 약물 치료는 병행해야 한다.
이세원 원장은 "남성형 탈모는 두피 표면의 문제로 나타나는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두피 청결 목적이 강한 샴푸나 두피 케어로는 증상을 개선할 수 없다"면서 "비의학적인 방법으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기 보다는 탈모가 의심될 때는 전문가와 먼저 상의하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여성형 탈모, 정수리에서 시작해 서서히 진행
여성형 탈모는 남성형 탈모와 원인이 같다. 여성형 탈모 역시 남성 호르몬이 주요 원인으로 DHT의 영향을 받아 모발이 점점 가늘어지며 나타난다.
다만 여성형 탈모의 증상은 남성형 탈모와 일부 차이를 보인다. 여성형 탈모는 앞이마에서 탈모가 거의 나타나지 않지만, 정수리에서 탈모가 시작돼 가르마의 넓이가 점점 넓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또한 남성형 탈모와 달리 본인이 느끼지 못할 정도로 수년~수십 년에 걸쳐 탈모가 매우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탈모가 상당히 진행되더라도 남성처럼 두피가 반질반질할 정도로 머리카락이 빠지는 경우는 드물다.
남성형 탈모와 마찬가지로 여성형 탈모 또한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늦게 발견해 치료할 경우 모발을 다시 굵게 만드는데 상당한 치료 기간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도 약물치료와 모발이식이 고려되기는 하지만, 남성에 비해 치료의 효과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