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 3일 K리그2 대전과의 홈경기를 앞두고, '안산 그리너스 구단주' 윤화섭 안산시장이 산타클로스로 깜짝 변신했다. '8월의 산타 시장님'이 한여름 그라운드에서 땀 흘리는 선수들과 서포터들의 손을 일일이 맞잡으며, 매치볼을 전달했다.
지난해 6월, 안산의 새 수장이 된 윤 시장이 안산 와~스타디움을 찾았던 날, 첫날의 약속은 "관중석에서 함께 응원하는 구단주가 되겠다"였다. '안산이 올해(오래) 우승하고 오(5)래오래 좋은 구단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는 뜻에서 등번호 55번을 달았던 시장님의 약속은 한결같이 지켜지고 있었다. 15일, K리그2 29라운드 라이벌 FC안양과의 안방 더비, 윤 시장은 어김없이 와~스타디움에 있었다.
구단주 윤 시장의 취임 이후 올시즌 안산 그리너스는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중이다. 안산은 지난 1일 리그 1위 광주를 상대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창단 3년차 안산이 파죽의 3연승을 달리며 역대 최고 성적인 3위로 뛰어올랐다. 이날 더비에서 주포 빈치씽코의 경고누적 결장 속에 1대3으로 패하며 4위를 기록했지만 이 또한 최고 성적이다. 안산은 올시즌 사상 첫 플레이오프 진출을 꿈꾸고 있다. 8월의 산타 이벤트를 언급하자 윤 시장은 반색했다. "엄청 땀이 나더라"면서도 "우리 선수들과 팬, 안산 시민들을 위해서라면 그보다 더한 일도 할 수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올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홈 경기는 역시 광주전 대역전승(2대1승)이었다. 윤 시장은 "너무 너무 행복했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광주는 K리그2 1위, 올 시즌 가장 강력한 승격후보다. 0-1로 지는 상황에서 우리 선수들이 후반 동점골, 종료 직전 극장골까지 터뜨리며 이겼다. 3위까지 올라섰다. 한 명의 팬으로서 엄청난 소름이 돋았다. 큰 자부심이 느껴졌다"며 그날의 감격을 전했다. 윤 시장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안산의 역전승을 자랑했다. "K리그 흥행을 위해서는 포기하지 않는 승부, 극적인 승리가 필요하다. 광주전에서 올 시즌 최다 관중인 7143명을 기록했다. 그날 오신 분들은 틀림없이 다음 경기도 찾으실 것이다. 많은 시민 관중 앞에서 짜릿한 승리로 보답한 선수들에게 너무나 고마웠다"고 말했다.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우리 황태현 선수가 활약해주고, 매경기 흥미진진한 승부를 이어가면서 관중수가 3000명에서 7000명까지 늘었다"고 뿌듯해 했다.
대한민국 대표적 다문화 도시인 안산을 이끄는 윤 시장에게 시민축구단의 존재는 각별하다. 윤 시장은 "'우리는 하나다' 축구단을 통해 하나 된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안산에는 전체 인구 71만2400여 명 중 8만6800여 명(12.1%)이 외국인 주민이다. 전세계 102개 국에서 온 다양한 이들이 더불어 산다. 102개 국 팬을 가진, 이렇게 글로벌한 프로구단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라며 유일무이한 자부심을 표했다. "언어도 문화도 다르지만, 축구라는 스포츠는 '만국 공통어'로 통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1일 광주와의 홈경기서 기획한 '태국데이' 이벤트는 외국인 주민들과 하나 되기 위한 안산의 다양한 시도 중 하나다. 윤 시장은 "'태국데이' 뿐 아니라 앞으로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등 다양한 국가를 위한 행사도 계속 추진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K리그의 다른 팀들과는 차별화된 안산만의 장점이자 문화"라고 강조했다. "외국에 사는 한국사람들도 향수병을 앓듯, 이들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클 것이다. 축구를 통한 만남의 장을 마련하겠다. 안산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안산 그리너스를 통해 삶의 활력소를 얻고, 안산 시민 모두가 축구로 하나 되는 화합의 장이 되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홈경기 직관의 약속을 줄곧 지켜온 윤 시장은 "나 또한 한 명의 안산 그리너스 팬"이라며 열혈 팬을 자청했다. "구단주로서 직관은 기본이다. 내가 구단에 관심을 갖고 축구를 즐기며 열정적으로 응원해야 시민들도 즐거워하고 안산시민들도 경기장에 더 많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윤 시장의 고민(?)은 다른 데 있었다. "올시즌 초 VIP석이 불편해 관중석에서 깃발을 흔들며 서포터들과 함께 응원했는데 이상하게 자꾸 지더라. VIP석으로 자리를 옮기니 골이 나고, 어떻게 해야 할지 요즘 매경기 고민이 된다"며 웃었다. 서포터들을 향한 애정도 표했다. "3년차인 우리 서포터의 힘이 더 강해지도록 구단 차원에서 더 많이 지원해주고 싶다. 사무국에서 계획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안산이 3~4위권을 유지하면서 사상 첫 플레이오프, 승격을 향한 팬들의 기대는 점점 커지고 있다. 윤 시장은 "우리 선수들에게 부담 주고 싶지 않다"면서도 "욕심이 나는 것은 사실"이라며 웃었다. "안산 그리너스가 PO 진출을 통해 승격하게 된다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선수확보, 환경개선 등에 필요한 예산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 초록전사들의 시장님이 "안산 플레이오프 가즈~아! 1부리그 가즈~아"를 힘차게 외쳤다. 안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