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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엔 대한민국 14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 '서원(書院)'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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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유산을 찾아 떠나는 여정은 우리가 깃들어 사는 터전의 내력과 문화적 가치를 음미할 수 있어서 더 매력 있다. 특히 고택과 정자가 있는 문화유산은 우리 전통 건축물의 품격과 효용, 그리고 계절의 운치까지 느낄 수 있어 더 가치가 있다. 그중 조선시대 지방 사립교육기관이었던 서원 탐방 또한 빼놓을 수가 없다. 각 서원에는 배향(配享)된 인물이 있어서 선인들의 덕망과 학풍까지 엿볼 수가 있으니 더 흡족한 나들이가 된다.

마침 한국관광공사는 올여름 한국의 14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린 한국의 서원을 올가을 '추천 가볼만한 곳'으로 선정했다.

등재된 한국의 서원은 ▲경상북도 영주시 소수서원 ▲경상남도 함양군 남계서원 ▲경상북도 경주시 옥산서원 ▲경상북도 안동시 도산서원 ▲전라남도 장성군 필암서원 ▲대구광역시 달성군 도동서원 ▲경상북도 안동시 병산서원 ▲전라북도 정읍시 무성서원 ▲충청남도 논산시 돈암서원 등 총 9곳이다. 유네스코는 9개 서원을 통해 성리학의 역사와 문화적 전통을 잘 이해할 수 있으며, 건축물은 물론 원래의 지형과 주변 환경, 기록유산, 무형의 유산까지도 잘 보존되어 있다고 그 가치를 평가하고 있다. 김형우 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문을 들어 올리니 자연이 성큼 다가서네, 영주 소수서원(경북 영주시 순흥면 소백로)

대한민국 대표격 서원이다. 영주 소수서원(사적 55호)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이다. 1543년 풍기군수 주세붕이 세운 백운동서원이 쇠락하자, 퇴계 이황이 1549년 경상관찰사 심통원을 통해 조정에 편액과 토지, 책, 노비를 하사하도록 건의했다. 명종이 이를 받아들여 이듬해 친필 편액을 내렸으니, 조선에서 처음이다. 백운동서원은 원나라에서 성리학을 처음 들여온 안향을 모셨고, 소수서원은 그와 함께 안축, 안보, 주세붕을 모셨다. 주세붕은 백성이 산삼 공납으로 힘들어하자 소백산에서 산삼 종자를 채취해 인삼 재배에 성공하기도 했다. 소수서원은 풍광이 빼어난 죽계천 앞에 터를 잡았으며, 원리 원칙을 중시하는 향교에 비해 자유로운 분위기가 특징이다.

영주를 선비의 고장이라 부르는 데는 소수서원이 길러낸 숱한 선비와 거기서 비롯된 선비 정신이 이후 독립운동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 흔적을 따라 대한광복단기념관과 무섬마을을 찾는다. 금선정 또한 가볼 만한 명소다.



◆'실천 유학의 선구자' 정여창의 숨결이 서린 함양 남계서원(경남 함양군 수동면 남계서원길)

덕유산과 지리산 자락을 품고 있는 경남 함양은 선비의 고장답게 유독 정자가 많은 곳이다. 예로부터 '좌 안동 우 함양'이라 일컬었는데, 안동에 퇴계 이황이 있다면 함양에는 일두 정여창이 있었다. 정여창의 위패를 모신 함양 남계서원(사적 499호)은 영주 소수서원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건립된 서원으로, 조선시대 서원 건축의 본보기를 제시한 곳으로 평가 받는다. 남계서원은 유생이 휴식을 취하던 풍영루와 사당 앞마당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아름답고, 기숙사인 양정재와 보인재 앞에 있는 연지도 이색적이다.정여창의 고향이자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로 잘 알려진 개평한옥문화체험휴양마을에는 함양 일두고택(국가민속문화재 186호)을 비롯해 100년 넘은 전통 한옥 60여 채가 남아 있다. 화림동계곡을 끼고 6.2km 이어진 선비문화탐방로 1구간은 함양 정자 문화의 진수를 맛보는 길이다. 고운 최치원이 조성한 '천년의 숲' 함양상림(천연기념물 154호)은 가을철 단풍-낙엽길로 운치를 더한다.



◆태고의 자연 속에서 학문과 사색의 즐거움을 찾다, 경주 옥산서원(경북 경주시 안강읍 옥산서원길)

조선시대 유교 교육기관이자 명문 사립학교인 경주 옥산서원(사적 154호)은 풍광 좋은 안강의 자계천에서도 숲과 계곡이 빼어난 곳에 자리하고 있다. 옥산서원은 회재 이언적의 덕행과 학문을 기리고 배향하는 곳이다. 서원의 역락문을 지나 무변루, 구인당, 민구재와 암수재에 이르기까지 회재의 학문적 열정이 스며들어 있다. 서원 앞 계곡에는 책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듯 넓고 평평한 너럭바위가 절경이다.

회재가 살았던 경주 독락당(보물 413호)은 건축학적으로 높이 평가 받는다. 자연과 하나 된 공간 배치와 구조가 멋스럽다. 회재가 태어난 서백당이 있는 경주 양동마을(국가민속문화재 189호)의 명품 고택들을 돌아보는 것도 좋다.



◆퇴계 이황이 꿈꾼 유교적 이상향, 안동 도산서원(경북 안동시 도산면 도산서원길)

영남 유학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퇴계 이황 사후 제자들이 도산서당 뒤쪽에 서원 건물을 지어 서당과 서원이 어우러지게 했다. 도산서당과 농운정사, 역락서재 등 앞쪽 건물은 퇴계의 작품이요, 전교당과 동·서광명실, 장판각, 상덕사 등은 제자들이 지었다. 퇴계가 꿈꾼 유교적인 이상향인 안동 도산서원(사적 170호)은 이렇듯 스승과 제자가 시대를 달리하며 완성한 의미 있는 공간이다. 퇴계를 존경한 정조는 어명으로 '도산별과'를 실시했는데, 이는 조선시대에서 한양이 아닌 곳에서 과거를 치른 유일한 경우다. 시사단(경북유형문화재 33호)은 팔도에서 모여든 선비 7000여 명이 치른 도산별과를 기념한 곳으로, 낙동강과 어우러진 풍광이 보기 좋다.

조선 500년을 지탱한 유교 문화의 토대가 된 도산서원을 둘러본 뒤에는 퇴계의 선비 정신이 어떻게 독립운동으로 이어지는지 보여주는 안동 임청각(보물 182호), 서부리 예(藝)끼마을, 이육사문학관 등을 여행하면 좋다. 달빛 고운 월영교는 저녁 무렵에 더 운치 있다.



◆예를 다하는 공손한 마음, 장성 필암서원(전남 장성군 황룡면 필암서원로)

전남 장성은 호남 지방의 학문과 선비 정신이 깃든 고장이다. 공자의 위패를 모시는 문묘에 우리나라 성현 18인도 함께 봉안됐는데, 호남에서는 하서 김인후가 유일하다. 세자 시절 인종의 스승이기도 했던 그는 인종이 승하하자, 고향으로 내려와 명분과 의리를 지키며 여생을 보냈다. 장성 필암서원(사적 242호)은 하서의 위패를 모신 우동사와, 유생이 학문을 닦던 청절당, 기숙사인 진덕재와 숭의재 등으로 구성된다.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에도 살아남은 47곳 중 하나다. 황룡강이 흐르는 장성은 여행지 곳곳에서 노란색을 발견할 수 있다. 장성군을 대표하는 음식점은 각자의 비법으로 개발한 노란빛 음식을 내고, 장성호수변길에는 황룡을 형상화한 옐로우출렁다리가 있다. 장성은 힐링에도 좋은 도시다. 편백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축령산을 산책하면 심신이 다 개운해진다. 백양사는 아기단풍이 고운 곳이다.



◆조각보처럼 예쁜 기단, 계단에 새긴 꽃송이… 달성 도동서원(대구 달성군 구지면 구지서로)

퇴계 이황은 김굉필을 두고 '공자의 도가 동쪽으로 왔다'며 극찬했다. 동방5현 중 가장 웃어른인 한훤당 김굉필을 기리는 서원 이름이 '도동'이 된 이유다. 낙동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자리엔 우리나라 5대 서원 가운데 하나인 달성 도동서원(사적 488호)이 있다. 서원 앞을 지키고 선 은행나무가 400여 년 세월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은행나무를 지나 수월루로 들어서면 도포 자락 여미고 겨우 오를 수 있는 계단과, 고개를 숙여야 들어설 수 있는 문이 나선다. 12각 돌을 조각보처럼 이은 기단이며, 강학 공간에 보물처럼 숨겨진 장치마다 선인들의 슬기와 지혜가 담겨 있다.도심 속 한옥마을인 남평문씨본리세거지(대구민속문화재 3호)에서는 골목 풍경이 눈에 띈다. 화원동산 전망대에 서면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풍경이 눈부시고, 가을철엔 달성 하목정(대구유형문화재 36호)에서 보는 배롱나무꽃도아름답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원, 안동 병산서원에 가다(경북 안동시 풍천면 병산길)

대한민국 서원 중 주변경관과의 조화를 따지자면 단연 병산서원이 으뜸이다. 안동 병산서원(사적 260호) 앞으로는 낙동강이 휘돌아 흐르고, 병산이 푸른 절벽을 병풍처럼 펼쳐놓는다. 병산서원은 만대루가 압권이다. 7칸 기둥 사이로 강과 산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서애 류성룡과 그 아들 류진을 배향한 병산서원은 조선 5대 서원 중 하나다. 서애는 이순신 장군을 발탁해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끌었고, 나라를 위해서라면 임금 앞이라도 주저하지 않았다. 후학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해 지금의 자리로 서원을 옮긴이도 그다.병산서원은 요즘 배롱나무꽃이 한창이다. 수령 약 400년이 된 배롱나무 6그루를 비롯해 120여 그루가 한꺼번에 꽃망울을 터트려 장관이다. '징비록'(국보 132호)을 쓴 옥연정사(국가민속문화재 88호)와 그의 삶이 깃든 하회마을(국가민속문화재 122호)이 지척이다. 부용대에 올라 하회마을을 굽어보거나, 붉은 배롱나무꽃을 두른 체화정을 둘러보는 것도 좋은 여정이 된다.



◆최치원 품은 마을 속 서원, 세계로 나아가다… 정읍 무성서원(전북 정읍시 칠보면 원촌1길)

전북 정읍에 자리한 무성서원(사적 166호)은 신라 말 학자인 고운 최치원의 위패를 모신 곳으로, 그의 선정을 기리기 위해 세운 생사당(生祠堂) 태산사가 뿌리다. 생사당은 마을을 다스리는 이의 선정을 찬양하기 위해 그 사람이 살아 있을 때부터 제를 올리는 사당을 뜻한다. 이후 태산서원으로 불리다가, 1696년 사액을 받으며 '무성'이란 이름을 얻었다. 마을에 터를 잡아 소박해 보이지만,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에도 화를 면한 내공 있는 서원이다. 현재 남아 있는 건물은 외삼문 역할을 하는 현가루와 강학 공간인 강당, 기숙사인 강수재, 사우 태산사 등이다. 서원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태산사에는 최치원과 정극인 등 7인을 모셨다.무성서원을 품은 원촌마을엔 우리나라 최초의 가사 작품 '상춘곡'을 남긴 불우헌 정극인의 묘가 있다. 최치원이 거닐었다는 정읍 피향정(보물 289호), 동학농민혁명의 역사를 오롯이 품은 정읍 황토현 전적(사적 295호), 동학농민혁명기념관도 정읍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다.



◆논산 돈암서원에서 화(和), 미(美), 예(禮)를 다시 보다(충남 논산시 연산면 임3길)

충남 논산 소재 돈암서원(사적 383호)은 사계 김장생 사후 3년이 되던 1634년(인조 12) 그의 후학들에 의해 창건됐다. 김장생은 율곡 이이의 학풍을 이어받은 기호학파로, 예를 중시했다. 돈암서원은 본래 지금의 자리에서 약 2km 떨어진 곳에 있었으나, 1881년(고종 18) 홍수 피해를 우려해 이건했다. 서원이 이전하면서 여느 서원과 다른 건축 배치를 보이지만, 서원의 진정성은 같다. 예를 중시하던 김장생과 후대의 교육 정신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까지 이어진다. 창건 당시 강당인 응도당(보물 1569호), 도담서원의 역사가 쓰인 원정비, 제향 공간인 숭례사와 내삼문의 꽃담 등 챙겨 봐야 할 것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논산에는 계백장군유적지도 조성되어 있다. 백제군사박물관, 계백장군기념비와 묘, 충혼공원 등이 그곳이다. 논산의 서북 끝자락 지역인 강경에서 새우젓으로 유명한 젓갈거리와 근대건축물을 복원한 근대 역사문화 공간을 거니는 것도 운치 있다. 석조미륵보살입상(은진미륵· 국보 제323호)이 있는 관촉사도 들를만한 곳이다.

※한국관광공사는 가을 여행주간과 연계, 9개 서원 중 하나를 방문한 후 '#가을맛집사진전, #한국의 서원' 등 해시태그와 함께 SNS에 소개하면 추첨을 통해 선물을 받을 수 있는 '#가을맛집 사진전' 이벤트를 9월 29일까지 개최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여행주간 홈페이지 이벤트 메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