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어디서 뛰는지는 중요한게 아니다. 어디서든 경기를 뛰는게 중요하다."
U-20 월드컵 준우승의 영광은 잊은지 오래다. 해외 진출에 대한 꿈도 크지만, 지금 앞에 놓여있는 K리그2 무대가 그에게는 가장 소중하다. 매경기 형들과 몸을 부딪히며, 눈에 띄게 성장한 이지솔(대전) 이야기다.
대전이 확 달라졌다. 대전은 18일 홈에서 열린 부산과의 경기에서 0대0으로 비겼다. 최근 4경기 무패행진. 더 눈에 띄는 것은 내용이다. 4경기에서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 리그 최강의 화력 부산을 비롯해 펠리페가 버티고 있는 '선두' 광주, 조규성-알렉스-팔라시오스 삼각편대가 있는 안양을 모두 무실점으로 묶었다. 수비 안정화를 두고 고심하던 이흥실 대전 감독은 젊은 수비수들을 주축으로 한 스리백 카드를 꺼냈고, 멋지게 맞아떨어졌다.
스리백의 중심은 단연 '약관의 수비수' 이지솔이다. 스리백의 중앙에서 리딩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이지솔은 "원래 리딩은 내가 생각하는 장점 중 하나"라며 "미드필더 형들이 앞에서 워낙 잘 뛰어줘서 편하게 하고 있다"고 웃었다. 역시 U-20 월드컵의 경험이 그를 키웠다. 이지솔은 "똑같이 한다고 하는데 확실히 주변에서 여유가 생겼다고 하더라"며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반응도 늦고 커트할 수 있는 상황에서 세밀하지 못했는데 계속 경기를 뛰다보니 점점 적응하고 있다"고 했다.
계속해서 무실점으로 상대를 막다보니 자신감도 더해지고 있다. 이지솔은 "이제 상대 공격수가 와도 덜 불안하다"고 했다. 물론 모든게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이지솔은 "확실히 K리그는 템포가 빠르다. 조금씩 적응하고는 있지만 내가 판단하기에 경기 마다 기복이 좀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형들에게 많이 물어보면서 하고 있다"고 했다.
이지솔은 9월 김학범호에 소집됐다. 모처럼 김현우(디나모 자그레브) 이재익(알라이안) 등 U-20 월드컵 동료들을 만났다. 이지솔은 "오랜만에 만나서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친구들의 포지션이 대부분 수비였다. 경쟁자라는 생각도 했다. 친구들이 뭘 잘하고 못하는지 잘 알고 있는만큼 잘 맞춰가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세밀한 전술가' 김학범 감독을 만나 배운 것도 많았다. 이지솔은 "김 감독님은 중앙수비가 가운데를 지키는 것을 강조하신다. 특히 크로스 상황에서 위치 선정을 많이 지도해주셨는데 이정협, 노보트니 같은 선수들을 상대로 잘 써먹은 것 같다"고 웃었다.
'해외로 간 친구들이 부럽지 않나'라는 질문에는 "어디서 뛰는지는 중요한게 아니다. 어디서든 경기를 뛰는게 중요하다. 재익이, 현우 모두 경기를 뛰고 있다. 나도 뒤쳐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하고 있고, 그런 것들로 인해 시너지를 내는게 중요하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물론 높은 무대에 대한 꿈을 접은 것은 아니다. 이지솔은 "K리그2도 이정도인데 K리그1은 어느정도 인지 궁금하다. 해외 무대도 마찬가지다. 경험해 보고 싶은 것도 많다. 23세 이하 대표팀을 갔다와서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한단계씩 올라가며 적응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한마디 한마디가 자신감이 넘쳤다. 그러면서도 겸손함은 잃지 않았다. 한뼘은 커진 이지솔이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