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우리 울산 우승과 영플레이어상이 함께 이뤄진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울산 영건' 이동경(22)이 '영플레이어상'에 대한 질문을 '울산의 우승'으로 받았다.
'가장 강력한 영플레이어상 후보' 이동경의 9월은 찬란했다. A매치 2연전을 앞두고 파울로 벤투 감독의 깜짝 선택을 받았다. 지난 5일 조지아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교체투입되며 잊지 못할 태극마크 데뷔전도 치렀다. 경기전 몸을 풀면서 최태욱 코치에게 '혹시 모르니 준비하고 있으라'는 귀띔을 받았다. 난생 처음 서보는 오른쪽 풀백 자리에서 스물두 살의 당찬 공격수는 담대하게 제몫을 했다. 김진수에게 쏘아올린 왼발 크로스는 황의조 쐐기포의 시작점이 됐다.
14일 경남 원정, 돌아온 울산에서 선발출전한 이동경은 자신감 넘치는 몸놀림으로 기어이 골맛을 봤다. 1-2로 밀리던 전반 23분, 주장 이근호가 뒤꿈치로 쓱 흘려준 볼을 놓치지 않았다. 수비 사이를 뚫고 왼발로 밀어넣었다. 퇴장 징계로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김도훈 울산 감독이 뜨겁게 환호했다.
경기 이튿날 인터뷰에서 이동경은 "(이)근호형이 정말 좋은 패스를 주셨다. 무조건 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골 장면을 복기했다. "팀에 복귀한 지 얼마 안돼 45분이든 몇 분이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붓고 나오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돌아봤다.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태극마크, 간절한 꿈이 꿈처럼 이뤄졌다. 이동경은 첫 대표팀의 추억에 대해 "좋은 형들이 정말 많았다. 얼떨떨했다. 형들과 같이 밥 먹는데 신기했다. 사흘 정도 실감이 안났다"며 웃었다. "그래도 울산 형들(김보경, 김태환, 김승규)이 있어서 적응에 엄청 도움이 됐다. 조지아전 땐 (김)민재형이 많은 말을 해줘서 고마웠다"고 했다. 경남전 직후 '캡틴' 손흥민의 크리스탈팰리스전 멀티골 활약도 지켜봤다. 이동경은 "이번에 처음 뵀는데 주장으로서 책임감, 헌신이 정말 대단하셨다. 훈련 때도, 생활할 때도 선수들이 오직 '팀'에만 집중하게 이끌어주셨다"고 귀띔했다.
첫 대표팀 소집 후 이동경은 더 단단해졌다. 스스로는 "더 편안해졌다. 자신감이 좀 생긴 것같기도 하다"고 신중하게 말했다. 요즘 들어 가장 많이 듣고 있는 '영플레이어상'에 대한 질문에도 이동경은 말을 아꼈다. "당연히 받고 싶긴 한데… 전북 골키퍼 (송)범근이도 잘하고 있고, 강원 김지현 형도 골도 많이 넣고, 스트라이커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포항 이수빈도 어리지만 잘한다."
'울산 유스' 이동경의 현재 목표는 오직 하나, 울산의 우승이다. 경남과 3대3으로 비기며 1위 전북과 승점차가 3점으로 벌어졌다. 이동경은 "남은 리그 4경기와 스플릿 5경기, 전북과 맞대결 전까지 계속 따라붙어야 한다. 그래야 다시 뒤집을 수 있는 상황이 생긴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결과를 반드시 갖고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민한 공격수' 이동경은 울산의 우승이 영플레이어상으로 가는 길임을 알고 있는 것같았다. "제가 젊은 선수로서 더 많이 뛰어주고, 제 역할을 해낸다면 나머지는 형들이 알아서 해결해 주실 것이다. 좋은 찬스를 만들고, 골을 넣어서 팀을 이기게 하고 싶다"는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개인의 목표와 팀의 목표가 다르지 않다. "일단 팀우승이 가장 중요하다. 울산 우승과 영플레이어상이 함께 이뤄진다면 가장 좋을 것"이라며 '두마리 토끼'를 향한 열망을 전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