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보고 있으면 절로 신앙심이 드는 '환장 케미'였다!"
까칠한 로펌 대표와 철없는 꼴통 건달이 사망보험금을 걸고 벌이는 인생 반전 코미디를 그린 휴먼 코미디 영화 '퍼펙트맨'(용수 감독, MANFILM·쇼박스 제작). 16일 오후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퍼펙트맨'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됐다. 이날 시사회에는 예민하고 까칠한 돈 많은 로펌 대표 장수 역의 설경구, 폼에 죽고 폼에 사는 철없는 꼴통 건달 영기 역의 조진웅, 그리고 용수 감독이 참석했다.
폼 나는 인생을 위해 돈이 필요한 건달과 후회 없는 마지막 인생을 위해 시간이 필요한 시한부 로펌 대표가 만나 서로의 반전 인생을 위해 손을 잡는 이야기를 그린 '퍼펙트맨'. 성격부터 직업, 패션까지 공통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퍼펙트맨'의 극과 극 캐릭터와 스토리는 보는 이들을 배꼽잡게 만들고 이런 두 사람이 점차 서로에게 동화되어가며 특별한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에서는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런 이유로 '퍼펙트맨'은 한국의 '언터처블: 1%의 우정'(12, 올리비에르 나카체, 에릭 토레다노 감독)으로 등극, 특별한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이러한 '퍼펙트맨'의 웃음과 감동은 충무로에서 손꼽는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 설경구와 조진웅의 열연으로 200% 공감을 자아낸다. 불의의 사고로 전신 마비를 겪게된 캐릭터를 소화한 설경구는 얼굴 표정만으로 모든 감정을 표현, 캐릭터의 몰입도를 높였고 꼴통 건달 캐릭터를 소화한 조진웅은 역대급 싱크로율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그야말로 '환장의 케미스트리'로 관객을 웃고 울게 만든다.
이날 설경구는 "몸을 쓸 수 없어서 연기하는 데 조금 답답했다. 몸을 쓰는데 제약이 80%의 제약이 있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참 희한하게도 조진웅과 맞닥뜨리는 장면부터 편안해졌다. 현장에서 조진웅이 풀어주는 부분도 있고 날 많이 웃게 했다. 자연스럽게 풀어준 덕분에 많이 힘들지 않았다. 좌식연기로 불렸는데 조진웅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조진웅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역사적인 이유 때문에 한이 많다. 그래서 눈물은 많지만 잘 웃지 못한다. 나역시 마찬가지다. 평소 잘 웃기지 못한다. 희한하게 버릇이 생긴 게 현장에서 음악을 틀었다. 흥이 한번 떨어지면 그걸 다시 끌어올리는게 너무 어렵더라"고 코믹 연기 팁을 밝혔다.
이에 설경구는 "조진웅을 옆에서 보니 연기를 하는 건지, 춤을 추는 건지 모르겠더라. 그런 모습이 나도 많은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정말 좋았다"며 추켜세웠고 조진웅 역시 "설경구는 어렸을 때부터 내 롤모델이었던 선배였다. 함께해서 너무 영광이었다. 엔딩 신에서 설경구 선배를 업는 장면이 있었는데 내 귓등에 설경구 선배의 눈물이 떨어졌다. 아마 설경구 눈물이 귓등에 떨어진 건 내가 처음일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설경구 선배가 정말 가벼워 보이는데 사실 정말 통뼈라 무게가 많이 나가 힘들었다. 그래도 너무 즐거웠고 행복했다. 다음에 또 만나 연기하고 싶다"고 수줍게 팬심을 밝혔다.
무엇보다 영화 속 중요한 메시지인 돈, 우정, 사랑에 대해 설경구는 "돈, 우정, 사랑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 살아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이 영화를 통해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됐다. 평범한 진리지만 '오늘 평범하게 사는 내 모습이 가장 퍼펙트하지 않나?' 싶다. 참 정의내리기 어려운 것 같다"고 답했다.
조진웅은 "돈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처음에는 안 중요할 줄 알았는데 살다보니 중요하더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우정인 것 같다. 나를 지탱해주는 친구들이 있다. 내 팬도 우정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팬레터를 잘 안 읽는다. 받으면 바로 안 읽고 한번씩 슬럼프가 왔을 때 읽어보면 그렇게 울컥한다. 또 힘들지만 말 못할 때 친구들에게 이따금 전화가 오면 '괜찮다'고 말하는데 그렇게 말하다보면 정말 괜찮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용수 감독은 설경구, 조진웅 등 초호화 캐스팅을 완성한 것에 대해 "매 순간 영광이었다. 영광 그 이상의 표현이 있다면 표현하고 싶다. 선배들의 연기를 보면 신앙심이 든다"고 애정을 전했다.
실제로 용수 감독은 장수 캐릭터처럼 사고로 오른쪽 마비를 겪었고 그 당시 겪은 경험을 영화 속 캐릭터에 녹여냈다. 그는 "사고를 당하고 오른쪽 몸을 못 쓴 적이 있다. 1년간 계속 병원을 다녔는데 그때 친한 친구가 스스로 목숨을 잃기도 했다. '퍼펙트맨'이라는 제목이 완벽함에 대한 찬사라기 보다는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격려이자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지금 이 순간이 퍼펙트하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나 역시 밥 숟가락 하나를 들기 힘들 때가 있었는데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을 영화에 녹여보고 싶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퍼펙트맨'은 설경구, 조진웅, 허준호, 진선규, 김사랑, 지승현 등이 가세했고 용수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오는 10월 2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