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최악의 상황이었다.
주전 수비수 세명이 모두 징계로 뛰지 못했다. 이광선은 퇴장, 김종필 우주성은 경고누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박태홍은 음주 운전 사실이 밝혀지며 전력에서 이탈했다. 강등권으로 추락한 경남은 후반기 3-5-2로 변화를 줬다. 특히 흔들리던 수비진에 스리백 카드를 꺼내며 실마리를 찾았다. 하지만 수비수들이 모두 쓰러지며 스리백 구성 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최악의 위기 속 만난 상대는 '천적' 울산이었다. 경남은 올 시즌 2패를 포함해, 울산전 3연패 중이었다. 15경기에서 4무11패에 그쳤다. 승리한 기억이 2012년 9월까지 거슬러가야 할 정도로 울산만 만나면 약했다. '선두' 전북을 추격하고 있는 울산은 동기부여까지 잘 된, 어려운 상대였다.
경남이 최악의 상황 속, 울산을 만나 귀중한 승점 1을 더했다. 경남은 14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울산과의 2019년 하나원큐 K리그1 29라운드에서 후반 막판 터진 제리치의 극장골로 3대3으로 비겼다. 전반 8분 제리치의 선제골로 기분 좋은 출발을 한 경남은 전반 14분 주니오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전반 16분 오스만이 득점에 성공하며 다시 앞서나간 경남은 전반 27분 이동경, 후반 16분 주니오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역전을 허용했다. 패배의 어둠이 드리워진 후반 46분 제리치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경남은 경기 종료직전 김인성에게 골을 허용했지만 VAR(비디오판독) 결과 무효로 판정이 나며 천적으로 부터 승점 1을 챙겼다.
좀처럼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김종부 경남 감독도 경기 후 "주축 수비수들이 결장하면서 상당히 힘든 경기가 될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울산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쳤다. 수비만 튼튼했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었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경기였다. 수비 조직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따낸 승점 1은 정말 소중하다"고 웃었다. 10위 경남은 이 승점으로 강등권과의 격차를 벌리는데 성공했다.
승점 만큼이나 의미있는 장면도 있었다. 바로 외인들의 콤비네이션이다.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지만, 경남 전력의 핵심은 역시 외인이다. 경남은 지난 시즌 중국으로 떠난 말컹의 맹활약 속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도통 재미를 보지 못했다. 야심차게 영입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출신의 조던 머치는 부상이 겹치며 향수병으로 팀을 떠났고, 한때 국제축구연맹(FIFA) 선정 유망주 100인에도 이름을 올렸던 룩 역시 부상으로 인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 시즌 리그 베스트11에 선정됐던 네게바는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고, 그나마 제 몫을 하던 쿠니모토도 두번의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외인들이 제 몫을 하지 못하며 경남도 추락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은 커녕 리그에서도 강등권으로 떨어졌다. 후반기 도약을 노린 경남은 외인부터 새로 정비했다. 조던과 네게바를 보내고 제리치와 오스만을 영입했다. 두 선수는 빠르게 팀에 녹아들며 팀 전력에 보탬이 됐다. 하지만 가진 것 이상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시너지가 필요했다. 김 감독은 A매치 휴식기 동안 이 부분을 집중 점검했고, 마침내 울산전에서 효과를 봤다.
전반 8분 제리치의 첫 골 장면에서 투톱으로 나선 룩의 움직임이 빛났다. 이광선이 오른쪽에서 크로스를 올리자 룩이 '짤라 먹는' 움직임으로 수비진을 유혹했고, 뒤에 있던 제리치가 편안한 상황에서 득점에 성공했다. 전반 16분 오스만의 골장면은 더 인상적이었다. 제리치, 룩으로 패스가 이어졌고, 오스만이 마무리까지 성공했다. 경남은 외인들이 경기 내내 공격을 이끌며 울산 수비를 괴롭혔고, 무승부까지 거두는데 성공했다.
국내 선수들의 활약도 필요하지만,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마무리를 해줘야 하는 외인들의 활약이 절대적이다. 이들이 시너지를 내기 시작한 지금, 경남 전력은 더 강해질 수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