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홋스퍼스타디움(영국 런던)=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지금으로서는 토트넘에서 손흥민이 해리 케인보다 더욱 중요한 선수이다."
립서비스는 아니었다. 경기장 밖 토트넘 팬들은 모두들 '손(SON)'을 외쳤다. '나이스 원 쏘니! 나이스원 손~' 응원가를 경기장이 떠나가라 불렀다. 한국인 팬들을 보면 '손'이 말하면서 엄지를 치켜세웠다. 손흥민이 주인공이었다.
▶토트넘의 만능키
14일 오후 영국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토트넘은 크리스탈팰리스와 2019~20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5라운드에서 격돌했다. 토트넘으로서는 승리가 절실했다. 올 시즌 리그 4경기에서 1승2무1패를 기록했다. 팀이 전체적으로 하락세였다. 뉴캐슬과의 3라운드 홈경기에서 0대1 패배를 당했다. 4라운드 아스널 원정경기, 이른바 '북런던더비'에서는 2대2로 비겼다. 2-0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토트넘의 주축 선수들은 대부분 A매치 참가를 위해 국가대표팀에 다녀왔다. 체력적인 부담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토트넘에는 손흥민이 있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을 선발로 내세웠다. 4-4-2 전형의 투톱이었다. 파트너는 해리 케인이었다. 손흥민은 10번 역할을 병행했다. 최전방과 2선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를 오갔다. 손흥민이 순간적으로 위치 이동함에 따라서 토트넘은 허리에서부터 수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최전방과 2선, 그리고 최후방까지 촘촘하게 간격을 좁혔다. 크리스탈팰리스는 토트넘의 압박에 막혀 제대로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다.
손흥민은 해결사로도 나섰다. 전반 10분 최후방 토비 알더베이럴트의 로빙 패스를 받았다. 문전 안에서 상대 수비수를 제친 뒤 골을 만들어냈다. 23분에는 세르지 오리에의 크로스를 그대로 왼발 발리슈팅으로 연결, 환상적인 골을 만들어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전반 21분과 42분 날카로운 전진패스를 찔렀다. 상대 자책골 그리고 에릭 라멜라의 골에 힘을 보탰다. 4대0. 토트넘은 크리스탈팰리스에 완승하며 3위까지 올라갔다. 물론 주인공은 2골을 넣은 손흥민이었다.
▶케인보다 손흥민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손흥민은 동료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쁨을 나눴다. 그리고 경기장을 돌았다. 팬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냈다. 팬들 역시 기립 박수로 손흥민에게 찬사를 던졌다.
영국 언론들도 찬사 대열에 동참했다. '데일리 메일'은 손흥민에게 양 팀 최고점인 8.5점을 줬다, 그 다음으로 알더베이럴트와 오리에가 7.5점, 케인, 에릭센, 라멜라, 베르통언, 윙크스가 7점을 받았다.'스카이스포츠'는 손흥민에게 평점 9점을 주며 최우수 선수로 선정했다. 또한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9.4점을 매겼고, 케인과 알더에비럴트에게 8.1점, 라멜라와 오리에에게 7.9점을 줬다.
적장인 로이 호지슨 크리스탈팰리스 감독 역시 "토트넘은 잘 하는 선수가 너무 많다. 전반전 손흥민의 경기력을 말 안 할 수 없다. 단연 돋보였다. 또 경기 막판 우리가 득점하려고 할때 수비 진영으로 전력 질주해서 막아내는 걸 보고 정말 흥미로웠다"고 했다.
경기장 밖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토트넘팬인 닉은 "손흥민이 가장 잘했다. 그는 언제나 과소평가받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토트넘에서는 해리 케인보다 손흥민이 더 낫다"고 말했다. 마이클 역시 "손흥민이 오늘 경기 MOM(Man of the Match)"이라고 했다.
정작 손흥민은 담담했다. 경기 후 손흥민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경기력으로 경기를 치른다면, 골을 넣든 못 넣은 기분이 좋은 것이 사실이다. 어려운 팀을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것 자체가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에너지와 경기력을 꾸준히 이어간다면 올 시즌 충분히 좋은 모습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손흥민은 이제 유럽챔피언스리그(UCL)에 나선다. 토트넘은 18일 오후 그리스 피레우스에서 올림피아코스와 UCL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손흥민은 "또 다른 경기이다. 어려운 경기다. 잘 준비해서 이기겠다. 챔피언스리그 스타트를 잘 끊는 것이 중요하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