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애니메이션 '날씨의 아이'(신카이 마코토 감독) 제작진이 우여곡절 끝에 오는 10월 30일 개봉을 확정했다.
'날씨의 아이'의 수입·배급사 미디어캐슬은 11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날씨의 아이' 개봉일이 10월 30일로 확정됐다. 시국으로 인해 자발적 참여에 의한 시민운동으로써 일본 여행, 일본 소비재와 관련한 구매 자제의 분위기가 확산됐고 문화 콘텐츠 업계에서도 이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몇몇 일본 관련 작품이나 프랜차이즈 영화의 개봉, 공개 시기가 무기한 연기 또는 잠정 보류되기도 했다. '날씨의 아이'도 관련된 이목이 쏠렸다"며 "'날씨의 아이'는 올봄부터 10월 초 개봉을 목표했지만 시국의 국민적 정서에 대해 동감하면서 조심스러운 입장과 걱정을 안아야 했고 기본적인 마케팅도 중지한 채 상황을 지켜봤다. 하지만 약속한 시기가 점점 다가오는 시점에서 저희는 결정을 내려야만 했고 수많은 고심 끝에 최대한 약속을 지키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져 애초 계획에서 한 달 가량 늦춘 10월 30일을 개봉일로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우리는 이 선택이 최선인 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처음 약속한 날짜를 지키지 못한 것에 본 영화를 기다린 팬들과 관객들에게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 동시에 무기한 연기나 잠정보류가 아닌 연내 개봉이라는 선택이 각 시민사회에서 벌이고 있는 캠페인과 사회적 분위기에 부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진 많은 분에게도 고개 숙여 송구함을 전한다. 부디 일상과 직업의 업무로서 콘텐츠를 알리고 관객과 소통함으로써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우리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너그럽게 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이 영화를 선택하는 것도, 이 영화를 선택하지 않는 것도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고 겸허히 생각하고 있다. '콘텐츠를 콘텐츠로만 소비해 달라'라는 주장도 감히 하지 않겠다. 이 영화가 지금의 사회상에 비추어 볼 때,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느껴지신다면 얼마든지 질책해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결과를 떠나 이 영화가 현 시국의 어떤 화두로 각인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절대적인 반대가 두렵고 걱정되는 만큼 누군가로부터 특별한 지지를 기대하지 않는다. 또한, 우리의 이러한 입장이 모두에게 이해받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저 우리의 이러한 어쩔 수 없었던 직업적 선택에 대해 약간이라도 불편하실 모든 분께 최소한의 양해를 구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앞서 '날씨의 아이'는 지난 2017년 1월 개봉해 무려 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메가 히트한 '너의 이름은.'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 차기작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날씨의 아이'는 10월 국내 개봉을 준비하던 중 일본이 일제 강점기 강제 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제외 국가로 지정, 아베 정권의 무역 보복 조치가 계속되고 있고 국내 또한 이런 이유로 반일 감정이 높아지며 '보이콧 재팬' 'NO 재팬' 운동이 확산되면서 개봉에 직격탄을 맞았다. 시국이 시국인만큼 여론을 생각해 개봉일을 확정짓지 못했던 것. 결국 고민 끝에 기존 계획했던 개봉일보다 늦춘 10월 30일 개봉을 확정했다.
'날씨의 아이'는 시골 집에서 가출해 도쿄로 상경한 고등학생 소년과 기도로 하늘을 맑게 만드는 신비한 힘을 가진 소녀의 만남을 그린 작품이다. 다이고 코타로, 모리 나나, 혼다 츠바사, 카지 유우키, 히라이즈미 세이, 바이쇼 치에코, 오구리 등이 목소리 연기에 참여했고 '너의 이름은.' '언어의 정원' '초속5센티미터'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등을 연출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0월 30일 개봉한다.
<이하 '날씨의 아이' 영화사 입장 전문>
안녕하세요, 영화 '너의 이름은.'을 연출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날씨의 아이'의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 영화사 미디어캐슬과 배급마케팅사, 그리고 스태프 일동입니다.
여러 언론 매체와 영화 업계 내에서 본 작품의 개봉일과 관련하여 많은 문의를 하셨고 저희 역시 어떠한 형태로든 답변을 드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본 영화의 개봉일이 10월 30일로 확정되었음을 알리며, 동시에 아래 내용으로 저희의 입장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최근 일본 아베 정부는 강제징용 배상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문제 삼아 우리나라에 대해 수출을 규제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화이트리스트 제외라는 경제제재를 가했습니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자발적 참여에 의한 시민운동으로써 일본 여행, 일본 소비재와 관련한 구매 자제의 분위기가 확산되었고, 문화 콘텐츠 업계에서도 이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몇몇 일본 관련 작품이나 프랜차이즈 영화의 개봉, 공개 시기가 무기한 연기 또는 잠정 보류되기도 하였습니다.
올해 주요 외화 작품으로 언급되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날씨의 아이'에도 관련된 이목이 쏠렸습니다.
올봄부터 10월 초 개봉을 목표로 하고 꾸준히 준비를 해오던 저희는 이러한 시국의 국민적 정서에 대해 동감하면서 조심스러운 입장과 걱정을 안아야 했고, 기본적인 마케팅도 중지한 채 상황을 지켜보았습니다.
국민적 정서와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존중을 해야 한다는 생각과 더불어, 무작정 개봉만 연기하는 결정 또한 책임 없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공존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케팅과 홍보는 계속해서 움직일 수 없었고, 개봉일에 대한 결정은 고민에 고민을 더해만 갔습니다.
하지만 약속한 시기가 점점 다가오는 시점에서 저희는 결정을 내려야만 했고 수많은 고심 끝에 최대한 약속을 지키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그렇게 애초 계획에서 한 달 가량 늦춘 10월 30일을 개봉일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저희는 이 선택이 최선인 지에 대한 확신이 없습니다.
처음 약속한 날짜를 지키지 못한 것에 본 영화를 기다린 팬들과 관객분들에게 송구한 마음을 전합니다. 동시에 무기한 연기나 잠정보류가 아닌 연내 개봉이라는 선택이 각 시민사회에서 벌이고 있는 캠페인과 사회적 분위기에 부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진 많은 분들에게도 고개 숙여 송구함을 전합니다.
저희는 콘텐츠를 유통함으로써 회사를 유지할 수 있고, 각 콘텐츠의 계획에 따라 당장의 사업이 크게 좌우될 수 있는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그 상황은 예측 불가능했던 지금의 사회적 분위기에서도 결국 어떤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부디 일상과 직업의 업무로서 콘텐츠를 알리고 관객들과 소통함으로써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저희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너그럽게 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단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새로운 세계가 그려진 영화 '날씨의 아이'가 젊은 청춘을 위로하고,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하고자 하는 창작자 본연의 마음으로만 전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선택하는 것도, 이 영화를 선택하지 않는 것도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고 겸허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콘텐츠를 콘텐츠로만 소비해 달라'는 주장도 감히 하지 않겠습니다. 이 영화가 지금의 사회상에 비추어 볼 때,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느껴지신다면 얼마든지 질책해 주십시오.
다만, 이 영화를 보시고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청춘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사랑에 대한 한 창작자의 예술세계가 먼저 떠오른다면 그 이야기를 조금만 나누어 주십시오.
결과를 떠나 이 영화가 현 시국의 어떤 화두로 각인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절대적인 반대가 두렵고 걱정되는 만큼 누군가로부터 특별한 지지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또한, 저희의 이러한 입장이 모두에게 이해받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저희의 이러한 어쩔 수 없었던 직업적 선택에 대해 약간이라도 불편하실 모든 분들에게 최소한의 양해를 구하고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년 9월 11일,
영화사 미디어캐슬 과 <날씨의 아이> 배급마케팅 스태프 일동 올림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