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한국 축구대표팀이 우려한 대로 상대의 밀집수비에 고전했다. 월드컵 예선 첫 경기 승리에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0일(한국시각)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 코페트다그스타디움에서 열린 투르크메니스탄과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1차전에서 2대0 승리했다. 전반 12분과 후반 36분 나상호(FC 도쿄)와 정우영(알사드)가 연속골을 넣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의 표정에서 드러나듯 내용은 좋지 않았다. 전반 12분 나상호(FC 도쿄)의 선제골 전후로 상대를 정신없이 흔든 한국은 전반 중반 이후부터 경기 종료까지 FIFA 랭킹 132위 투르크메니스탄을 위협하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간담을 쓸어내릴 만한 득점 찬스를 허용했다.
전술은 단순했다. 시종일관 라이트백 이 용(전북 현대)의 오른발 크로스에 의존했다. 상대 박스 부근까지 어렵게 진입한 뒤에도 이 용이 오버래핑 할 때까지 기다렸다. 박스 안에 상대적으로 많은 숫자를 둔 투르크메니스탄이 충분히 예상가능한 패턴이었다.
크로스라도 올라오면 다행. 상대 수비수가 앞을 가로 막고 서면 가장 안전한 선택, 그러니까 백패스를 하기 일쑤였다. 일례로 나상호는 후반 초반 상대 오른쪽 측면 라인을 따라 전력질주한 뒤 공을 멈춰 세웠다. 그리고는 후방에 달려오는 선수에게 패스를 했다. 어떠한 모험적인 시도도 하지 않으려는 게 느껴졌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경기 전 "호랑이가 토끼 한 마리를 잡을 때도 죽을 힘을 다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도 죽기 살기로 해야 이길 수 있다"고 했다. 소극적인 자세로 사냥에 나선 호랑이는 어렵사리 토끼를 잡았다. 후반 막바지 정우영의 개인 킥 능력에 의한 프리킥 득점이 없었다면 1대0 아슬아슬한 스코어로 끝날 뻔했다. 벤투 감독은 터키(조지아전)와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숙제를 한 아름 떠안았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