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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봉태규 "상업작 아닌 '닥터탐정'..하길 정말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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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봉태규(38)가 '닥터탐정'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개성있는 외모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주목을 받은 배우 봉태규는 지난 2001년 영화 '눈물'을 통해 파격적인 데뷔를 했고, 영화와 드라마에서 종횡무진 활약했다. 특히 친근한 외모와 무해한 매력으로 대중들을 사로잡았던 바 있는 배우다. 봉태규의 매력이 돋보인 작품들은 지난 2004년 방송됐던 MBC '논스톱4'와 2008년 방송됐던 SBS '워킹맘' 등. 철없어 보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선보이며 사랑받았다. 봉태규의 활약은 영화에서 더 두드러졌다. 2005년에는 고 김주혁과 '광식이 동생 광태'의 주연을 맡아 기억에 남았고 다음해에는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의 영화를 통해 코믹한 매력을 뽐냈던 바 있다.

또 지난해에는 SBS '리턴'을 통해 악벤져스 4인방 중 하나인 김학범 역을 맡아 소름돋는 악역으로 변신한 바 있다. 무자비한 악행을 저지르는 김학범으로 분해 분노를 유발하고, '리턴' 시청률 상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최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닥터탐정'(송윤희 극본, 박준우 연출)에서는 주인공 허민기 역을 맡아 열연했다. 허민기는 UDC의 수석연구원이자 직업환경학계의 이단아로, 15년 전 아픈 기억을 가슴 깊이 지니고 있는 인물. 이에 불의의 현장을 끝까지 파헤치는 저돌적 면모를 지니고 있어 시청자들에게 사이다를 선사하기도 했다.

'닥터탐정'은 산업현장의 사회 부조리를 통쾌하게 해결하는 닥터탐정들의 활약을 담은 사회고발 메디컬 수사극으로, 산업의학전문의 출신 송윤희 작가와 '그것이 알고싶다'를 연출한 박준우PD가 함께 만든 작품. 지하철 스크린도어 사건, 메탄올 중독 사건,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을 극 속으로 끌고와 현실적인 문제를 짚어냈다. 저조한 시청률 등으로 아쉬움이 남은 작품이지만, 시청자들에게는 "의미있는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봉태규는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닥터 탐정'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봉태규는 "이번 드라마는 특별하다. 마지막회는 방송이 진행되던 중에 촬영이 먼저 끝났다. 원래 '리턴' 때도 그랬지만, 우리나라 드라마 환경이 생방송처럼 진행되다 보니 마지막 방송을 쫑파티 때 같이 본다. 그런데 나중에 가보니, 감독님, PD님, 배우들만 모여서 조촐하게 마지막 방송을 봤는데, 이게 마지막 방송이라서가 아니라 맨 마지막에 사랑이 엄마로 나오는 황정민 선배님이 아들의 일을 계기로 홀로 투사가 돼서 싸우는 모습이 나오고 진희 누나가 옆을 지킨다. 이게 상업적인 것을 생각한 드라마였다면, 그 부분에서 더 속시원한 모습을 보여주거나 환경적으로 변한 것을 보여줄 텐데 사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끝난다. 마지막 에필로그를 보여주는데 울었는데, 그때 그 생각을 했다. '이 드라마 하기를 잘했다'고. 생각보다 긍정적 시청률이 나왔지만, 아주 성공한 드라마는 아니었다. 그런데, 지상파 방송에서 이런 얘기를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드라마를 했다는 것은, 시간이 흐른 뒤에 제 아이들, 혹은 이 작품에 대해 얘기할 시간이 주어진다면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뿌듯했고, 말 그대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고 말했다.

이어 봉태규는 "초반 중반까지는 시청률이 낮지 않았지만, 얘기를 진행하며 선택의 기로가 있었다. 감독님이 생각한 부분은 그거 같다. 저희 드라마는 피해자 위주로 이야기가 흘러가게 된다. 그러다 보니 익숙지가 않고, 피해자 위주로 얘기가 진행되다 보면 상업적 재미에서 멀어질 수 있다. 저는 그래도 그게 우리 작품이 의미있는 작품으로 남는데 있어서 중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감독님께 '처음에는 저도 이걸 어떻게 할지 당황스러웠는데, 그래도 한 번쯤은 드라마적인 장치로 피해자를 그렇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중심이 되고 그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요 배역들이 장치로 사용되는 것이 지금까지 한국 드라마에서 없던 시도라 의미가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그 부분에 있어서 시청하셨던 분들이 우리 작품에 대한 애착이 커진 것 같다'고. 후반 시청률이 떨어진 것에 있어서 저도 제작진도 개의치않았다. 그때부터는 실제 일어났던 사건들을 숨기지 않고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였다. 그 진심에 출연했던 모든 배우가 욕심을 부리지 않고 동의를 해줬다는 것이 뿌듯하고 보람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봉태규는 제작진의 노고에도 감사했다. 그는 "저희 드라마 작품이 이런 방식이다 보니, 장소 헌팅이 잘 안 된다. 지하철 신은 정말 날아갈 뻔 했다. 모두가 거절을 했다. 전국을 다 다닐 정도였다. 저는 주연이다 보니 처음부터 그것들을 봤지 않나. 이 작품들을 어떻게 완성했는지를 지켜봤기 때문에 애정이 남다르고, 사명감과 정의와는 달리 나와 일하는 동료가 얼마만큼 고생하고 있고 애쓰고 있는지를 옆에서 지켜봤다. 제작진이라고 따로 생각하기 보다는 동료라고 생각했다. 그런 사람들의 노고를 밀착해서 지켜본 것은 처음 같다. 애정이 깊었고, 촬영 현장에서 녹록치 않은 상황도 많았다. 완벽히 세팅된 모습을 보여주면 좋지만, 그게 안되니까. 저희는 늘 '다 쥐어짜내서 하고 있다'고 했다. 촬영 시간도 짧았는데, 어떤 것보다도 이 작품에 참여한 분들에 대한 애정이 크다. 허민기라는 캐릭터를 만들 때 조연출이나 감독님께 상의도 많이 했다. 드라마라는 것이 공동작업물이지만, 그걸 느끼는 것은 쉽지 않다. 촬영이 진행되다 보면, 이게 공동의 작업물을 내가 하고 있다는 감동이 세게 왔던 것 같다. 이때까지 했던 작품들 중에서도 이런 의미가 가장 크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봉태규는 "아무래도 드라마 주제가 그렇다 보니,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많이 신경을 썼다. 크레딧에 대해서도 키스태프들만 올라가는데, 막내 순서로 크레딧에 올렸다. 사실 그 전에 어릴 때 드라마를 할 때에는 그런 게 있었다. '뭉갠다'고 했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게 있었는데 저도 어릴 때부터 시작해서 그런 문화가 당연한 현장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그런게 익숙했는데, 이 작품을 하면서는 그런 생각이 든다. '모두들 동등하게 일하는데 누구만 편하고'이런 거는 말이 안된다. 누구를 존중해주는 현장은 이런 거라는 생각을 많이 했고, 배우로서도 어떤 때보다도 현장 스태프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려고 노력했고, 그래서 현장 스태프들도 배우들에게 더 잘해주려고 했던 것 같다. 나중에는 정착이 되면 더 좋은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또 '리턴'에 이어 함께 호흡을 맞춘 박진희에 대해 봉태규는 "그 당시에는 스쳐 지나가듯 만났기 때문"이라며 "이번에 만난 진희 누나는 성실한 배우이기 때문에 저에게 도움이 많이 됐다. 우리 작품은 드물게도 여자가 1번 메인에 있는 드라마인데 주인공이 보여줄 가장 좋은 태도를 보여준 것 같다. 자기와 함께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에게 열린 자세로 대하고, 좋은 게 있다면 자기 대사를 덜어내더라도 다른 배우들에게 양보를 하는 자세로는, 제가 이번 작품을 하면서 배운 것 중에 가장 큰 자산이 될 것 같다. 앞으로 연기를 하면서. 저는 사실 그런 생각도 했다. 어쨌든 공동 작업이지만, 배우들의 개인 적업이기도 하다. 배우들은 공동작업 속에서 개인 플레이를 작업자라는 생각을 했는데, 진희 누나를 통해 그게 아니라, 내가 모두를 위해 일하면서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새로운 대안을 배우게 됐다. 그런 것들도 굉장히 좋은 작업이 됐던 것 같다"고 말하며 칭찬했다.

봉태규는 '닥터탐정'에 대해 "우리는 다 노동자다. 누군가가 일하다가 죽고 그런 상황들이 당연하지 않은 일이라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으면 좋겠다. 나중에라도 그런 상황이 특수한 경우와 맞물리지 않으면 기사가 작게 난다. 그런 부분에 대해 더 관심을 가져주시면 어떨까 생각된다. 메탄올로 눈이 먼 분의 이야기도 3년 전 이야기다. 얼마 안됐다. 보시는 분들이 '이게 말이 되느냐. 말도 안된다'는 얘기가 많았다. 그런데 그게 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거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도, 많이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 저희 작품이 어떤 의미로 남는 것보다도 평소 관심을 가져주심 어떨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닥터탐정'을 마친 봉태규는 최근 현 소속사 대표와의 10년 의리를 지키며 아이엠이 코리아(iMe KOREA)와 재계약했다. 이와 동시에 휴식기에 접어들며 차기작을 검토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