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국제대회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한국 농구.
2019 FIBA 농구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한국은 8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순위결정전 2차전, 대회 마지막 경기에서 코트디부아르에 80대71로 승리했다. 한국은 이 승리로 1994년 캐나다 대회 순위결정전에서 이집트를 꺾은 후 무려 25년 만에 월드컵 승리를 챙겼다.
한국은 주축 멤버인 이정현(KCC) 김종규(DB) 이대성(현대모비스)이 부상으로 뛸 수 없었지만, 나머지 9명의 선수가 똘똘 뭉쳐 값진 승리를 일궈냈다. 상대 코트디부아르가 이전 상대팀들과 비교하면 전력이 약했던 게 사실이지만, 마지막 경기라고 포기하지 않고 투혼을 발휘한 선수들의 모습은 실망이 컸던 농구팬들에게 강한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1승에 만족할 때가 아니다. 이미 전의를 상실했던 코트디부아르전 승리에 취해 보완해야 할 점들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한국의 국제대회 경쟁력은 또 다시 제자리 걸음을 할 게 뻔하다.
먼저 선수 구성, 전술적 준비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선수들도 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얘기했지만, 이런 큰 무대에 나오는 세계적 선수들과 한국 선수들의 개인 기량 격차는 너무 크다. 신체적 한계도 있고, 어릴 적부터 달랐던 농구 환경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한국 선수들은 조직적으로 잘 움직이지만, 상대 한 명을 제칠 수 있는 개인기를 갖춘 선수가 거의 없다. 기술, 스피드, 몸싸움 등에서 모두 밀렸다.
하지만 한국의 경기 전술은 그들과의 전면 맞대결이었다. 대회 전부터 한국 농구 특기인 속공과 3점슛을 살리겠다고 했지만, 경기에서는 그 모습이 드러나지 않았다. 이유가 있었다. 한국 대표팀 경기를 지켜본 한 농구인은 "상대를 1대1로 제치고, 외곽슛을 던질 수 있는 선수는 역대 허 재 선배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따라서 한국이 국제대회에서 이기려면, 빈 곳을 쉼 없이 찾아다니는 슈터가 있어야 하고, 그가 오픈 찬스를 맞이할 수 있게 공을 뿌릴 줄 아는 정통 포인트가드가 있어야 했다. 그래서 외곽슛이 터지면 이기고, 아니면 질 수밖에 없는 게 냉정한 현실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농구인은 이어 "하지만 이번 대표팀 구성을 보면 가드, 슈터진이 전부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선수들이었다. 이 선수들이 KBL리그에서는 통할지 모르지만, 세계적 선수들과 맞붙으면 위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표팀 앞선을 책임진 김선형(SK) 이대성은 정통 포인트가드라기보다 득점력이 좋은 공격형 가드들이다. 그리고 이번 대표팀에서 조성민(KT) 전준범(상무) 등과 같이 퓨어 슈터라고 할 수 있는 선수가 없었다. 아시아팀들만 상대하는 대회라면 이 멤버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지만 세계적 강호인 아르헨티나, 러시아 등의 팀들을 상대할 때는 조금은 극단적인 수가 필요했다.
라건아 딜레마도 풀지 못한 영향도 있다. 한국은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라건아의 귀화를 추진했다. 그의 가세로 분명 골밑이 강화됐다. 라건아는 남다른 활약을 대회 내내 선보였다. 하지만 라건아에게 공을 몰아주고 나머지 선수들은 멀뚱멀뚱 서있는 장면들이 반복됐다. 오히려 라건아가 없을 때는 어떻게든 외곽 찬스를 만들기 위해 선수들이 쉬지 않고 뛰는 경기를 해 상대를 당황케 한 경우가 많았는데, 라건아 가세 후 외곽과 골밑 조화로 파생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선수들의 줄부상도 안타까웠다. 대회 개막 1개월 이사상을 남긴 7월25일 엔트리를 확정짓다 보니, 그 사이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한 선수들이 지쳤고 부상 선수가 나와도 쉽사리 바꾸지 못했다. 대표 선수 선발에 대한 시스템 점검도 꼭 필요한 부분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