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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은 생각보다 밀집수비에 대한 고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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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알려진대로 파울루 벤투 감독은 상당히 보수적인 스타일이다.

플랜A를 좀처럼 바꾸지 않는다. 전술, 포메이션, 선발라인업까지, 한번 정하면 뚝심있게 밀어붙인다. 그 과정에서 어떤 외부의 잡음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한국에 와서 달라진게 아니다. 처음부터 그랬다. 포르투갈 대표팀 시절에도 때로는 뚝심있지만, 때로는 보수적인 용병술로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그런 벤투 감독이 달라졌다. 정확하게는 아시아 축구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졌다. 시작은 역시 1월 아랍에미리트(UAE)아시안컵이었다. 지난해 8월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벤투 감독은 부임 후 후방 빌드업을 중심으로 한 4-2-3-1 카드를 내세웠다. 성공적이었다. 우루과이, 칠레, 코스타리카 등 남미와 북중미의 강호를 만나 한차례도 지지 않았다.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는 4대0 완승을 거뒀다.

당연히 59년만의 우승 도전에 나선 아시안컵의 전략은 4-2-3-1의 극대화였다. 플랜B보다는 기존의 플랜A를 완성하는데 더욱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전혀 다른 그림이 그려졌다. 상대의 밀집수비에 대단히 고전했다. 필리핀, 키르기스스탄을 상대로 가까스로 이기는가 하면, 바레인과의 16강전에서는 연장전까지 치렀다. 결국 발목을 잡혔다. 8강전에서 카타르에 0대1로 패하며 우승은 커녕 4강 진출에도 실패했다.

아시안컵 이후 충전기를 보낸 벤투 감독은 새로운 카드를 꺼냈다. 4-1-3-2 였다. '지배하는 축구'라는 큰 틀을 유지하며 전형만 손을 봤다. 수비형 미드필더를 줄이고 공격 숫자를 늘렸다.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을 최전방으로 올리며 공격을 강화했다. 결과는 좋았다. 볼리비아, 콜롬비아를 연파했다. 하지만 밀집수비에 나선 호주를 상대로 신승하는 등 4-1-3-2 역시 완전한 답은 아니었다.

벤투 감독은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에 돌입하며 밀집수비 해법에 더욱 골몰하는 모습이다. 그간 활용하지 않았던 높이라는 카드까지 꺼냈다. 한번도 선발하지 않은 김신욱(상하이 선화)을 뽑았다. 비대칭 스리백을 꺼낸 5일 조지아와의 친선경기 실험은 벤투 감독 고민을 잘 보여준 단면이었다. 조지아전 전술 의도는 명확했다. '공격수' 황희찬(잘츠부르크)을 윙백 자리에 두며 공격 숫자를 최대한 늘렸다. 움직임이 좋은 이정협(부산)을 손흥민 짝으로 두고, 결정력이 좋은 권창훈(프라이부르크)과 창의력을 갖춘 이강인(발렌시아)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뒀다. 스리백 앞에 기술과 패스가 좋은 백승호(다름슈타트)를 기용했다.

상대를 가둬놓고 그 안에서 풀어나가는 부분을 집중 테스트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조지아의 역습이 생각보다 날카로웠다. 좌우 측면 뒷공간이 쉴새없이 뚫리며 구상한 공격 전술을 제대로 펴보지 못했다. 벤투 감독 스스로 "부임 후 최악의 45분"이라고 할 정도로 좋지 않았던 전반이었지만, 후반에도 전략은 같았다. 커버력이 좋은 김민재(베이징 궈안)를 스리백의 오른쪽으로 옮기고, 수비력이 좋은 정우영(알사드)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며 변화를 줬지만, 기본적으로는 앞선에서 어떻게 상대 수비를 공략할지를 계속해서 지켜봤다. 벤투 감독이 밀집 수비를 뚫기 위해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 잘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일단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다. 벤투 감독은 일단 기본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기존의 4-1-3-2 혹은 4-2-3-1이 유력해보인다. 다만 여전히 변화에 대한 가능성은 남아 있다. 김신욱이 전면에 설 가능성도 있다. 벤투호는 6~7일 훈련에서 김신욱을 활용한 전술을 가다듬었다. 좌우 측면으로 빠르게 보내, 여기서 부터 가운데로 이어지는 다양한 패턴의 크로스 훈련에 집중했다. 과연 10일 오후 11시 투르크메니스탄의 수도 아시가바트의 코페트다그 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투르크메니스탄과의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첫 경기에서 보여줄 벤투 감독의 해법은 무엇일지. 벤투 감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