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무려 80분을 기다렸는데도 정상적으로 치르지 못한 경기. 타이트한 일정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6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1-2위팀들의 대결이자, 양팀의 '에이스'인 김광현과 조쉬 린드블럼이 선발 맞대결을 치르는 날이었다. 당연히 많은 팬들의 관심이 쏠리는 '빅매치'였다.
흥행 카드가 될 수 있었지만 관건은 날씨. 7일 오전부터 전국이 태풍 영향권이 들었다. 이미 며칠전부터 태풍의 간접적인 영향으로 굵은 비가 쏟아지다 그치길 반복했고, 특히 인천을 비롯한 서해안 지역이 가장 많은 영향을 받고있는 상황이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두차례나 비가 쏟아졌다. 경기시작 2시간 전쯤 한바탕 쏟아졌다 그쳤고, 한차례 그라운드 정비를 마쳤다. 그런데 경기 시작 10여분을 남겨둔 상황에서 또 굵은 비가 내렸다. 그라운드 곳곳에 순식간에 다시 웅덩이가 생겼다. 김용달 경기감독관은 근심스런 표정으로 곳곳을 살펴봤다.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경기 개시 시간을 앞두고 쏟아진 비는 10여분만에 다시 잦아들었지만, 문제는 비 예보가 계속, 또 이어진다는 점이었다. 보통 시즌초나 잔여 일정을 의식하지 않는 상황이었다면 관중들이 입장해있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또 비가올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우천 순연을 이때 결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참을 고심하던 김용달 감독관은 경기 진행을 강행했고, 구장관리팀이 그라운드 정비를 위해 도구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 80분의 시간이 소요됐다. 관중들도, 선수들도, 관계자들도 모두 오후 7시50분이 될때까지 그라운드 정비를 기다렸다. 우여곡절 끝에 80분 늦게 경기가 시작됐지만, 1회초 두산의 공격이 끝나고 1회말 SK 공격이 시작하기 직전 또다시 장대비가 쏟아졌다. 빗줄기는 언뜻 보기에도 굵었다. 김태형 감독이 나와 '정상적으로 경기를 진행 못하는 것 아니냐'고 어필을 했고, 결국 다시 경기가 중단됐다. 30분간 상태를 지켜보던 심판진은 오후 8시26분 끝내 우천 노게임을 선언했다.
누가 봐도 정상적으로 경기를 진행하기 힘들었던 날씨 상황.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계속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너무 명확했던 상황이다. 그런데 일찍 우천 취소를 하지 못한 이유는 결국 타이트한 잔여 일정 때문이다. 이날 경기는 마땅한 예비일이 없었다. 전날(5일) 경기까지 우천 취소가 됐기 때문에, 만약 또 취소를 시키면 19일에 더블 헤더를 치러야한다는 이유로 선뜻 결정을 못내린 것이다.
하지만 결국 예상됐던대로 또 비가 내렸고, 경기는 치르지 못했다. SK와 두산은 이미 몸을 다 푼 '에이스' 카드를 허무하게 날리고 시즌 첫 더블헤더까지 준비를 해야한다. 아무리 더블헤더가 염려됐다고 하더라도, 누가 봐도 정상적으로 경기를 하지 못할 것 같은 날씨였다.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졌다.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나 관중들의 불편함 등 모두를 힘들게 한 2시간30분의 기다림이었다. 결국 국제 경기를 의식해 지나치게 타이트한 일정과 너무 많은 경기수, 이 모든 욕심 때문에 벌어지는 상황이다. 매년 반복되고 있다. 누구를 위해 쫓기듯 시즌을 치르고 있는지 생각해볼 부분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