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터키)=조성준 통신원]영롱한 진주가 진흙탕 속에서도 빛을 발하듯, 답답하게 안 풀리는 경기에서도 '월드클래스'의 진가는 빛이 났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기둥인 손흥민(토트넘)의 명품 크로스가 값진 동점골로 이어졌다.
손흥민은 5일(한국시각) 터키 이스탄불 파테흐테림스타디움에서 열린 조지아와의 평가전에서 투톱으로 나왔다. 이날 벤투 감독은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대비하기 위해 큰 실험을 했다. 그간 잘 쓰지 않았던 스리백 시스템을 가동했다. 조지아를 스파링 파트너 삼아 3-1-4-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마지막 평가전에서 해봄직한 시도였다. 여기서 손흥민은 이정협(부산)과 투톱을 이뤘다.
하지만 전반 내내 손흥민은 외로웠다. 스리백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고, 선수들의 호흡도 잘 맞지 않아 빌드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었다. 결국 손흥민은 공을 받기 위해 하프라인 아래까지 내려오는 적극성을 발휘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순간순간 날카로운 크로스와 돌파력이 돋보였다. 전반 12분에 좌측 측면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날려 권창훈의 위협적인 슛으로 연결시켰다. 비록 골이 되진 않았지만, '월클' 손흥민의 위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장면이었다. 이후 전반 14분에는 코너킥을 직접 슛으로 날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손흥민은 조지아 수비수들에게 꽁꽁 둘러쌓여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빌드업이 막히며 최전반 공격수 손흥민에게 기회가 닿지 않았다. 손흥민은 점점 존재감을 잃어가는 듯 했다. 결국 전반은 0-1로 끝났다.
하지만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손흥민이 다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황태자' 황의조의 동점골을 이끌어냈다. 오른쪽 측면에서 낮고 강한 크로스를 올려 황의조의 동점골을 어시스트했다. 정확성과 스피드, 강력함이 모두 절묘하게 조화된 완벽에 가까운 크로스였다.
결국 동점골을 이끌어내면서 제 몫을 다한 손흥민은 후반 17분에 나상호와 교체돼 벤치로 물러났다. 자신이 보여줄 것은 충분히 보여준 뒤였다.
이스탄불(터키)=조성준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