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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포커스]파격 택한 롯데, 과연 변화할 준비는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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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선택과 결정은 내려졌다. 하지만 실행은 또다른 문제다.

'미국 출신 30대 단장'이라는 파격적 선택을 내린 롯데 자이언츠가 과연 그에 걸맞는 변화에 성공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성민규 롯데 신임 단장이 강조한 '프로세스'는 선수단 구성부터 운영, 육성, 외부 수혈 등 성적의 토대가 되는 모든 면에서 원칙과 단계를 구성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팀 코치, 스카우트 등을 거치면서 보고 익힌 장점을 롯데에 적용하겠다는 것. 정규시즌을 마친 뒤 롯데가 풀어야 할 새 감독 선임 문제와 신설된 데이터팀의 활용 문제 등의 과제 역시 합리적으로 접근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성 단장의 포부에 대체적인 반응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또다른 측면에선 롯데가 이런 성 단장의 포부를 담아낼 만큼 능동적 변화와 인내심을 발휘할 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성 단장이 시도하려는 데이터 중심의 현장 운영과 프로세스 정립은 KBO리그 구단들이 수 년전부터 시행해오던 부분. 겉으로 보기에 큰 차이점은 없다. 그러나 데이터의 해석과 그에 따른 실행은 엄연히 다른 그림이다. 국내 여건에 맞는 데이터 해석과 활용을 강조하는 성 단장의 접근법은 합리적이지만, 과연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나 구조 변화 없이 롯데가 이런 부분을 이뤄낼 수 있을지엔 물음표가 붙고 있다.

롯데는 지난달 말 기존 프런트 내에 데이터 통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데이터팀을 신설했다. 성 단장 취임을 계기로 기존 운영팀이 주도하던 선수단 운영이 데이터팀의 자료를 기반해 움직일 가능성이 커졌다. 이 과정에서 빚어지는 역할 배분, 현장과의 소통 등 여러가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성 단장이 얼마나 빠른 시일 내에 업무 파악을 마치고 프런트 장악력을 갖느냐에서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 투자와 전력 보강이 이뤄질 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현재 롯데 선수단의 문제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당장 최대 약점으로 지적된 포수와 내야 자원 확보 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수-타자 활용법도 고민해야 한다. 올 시즌 공인구 반발력 감소로 크게 강조된 외야 수비진 구성, 이대호 등 베테랑 주축의 팀 구조 역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 이런 모든 변화에 성공하기 위해선 대대적인 투자, 보강이 이뤄져야 한다.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중장기 육성 기조를 세웠고, 성 단장 역시 2군 경기장인 김해 상동구장 출퇴근 의지를 천명할 정도로 내부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투자-보강의 결정권을 쥔 모기업의 결단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런 점들이 모두 해결된다고 해도 결국 성적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롯데는 성적에 대한 갈증이 10개 구단 중 가장 크고 그만큼 여론의 기복도 상당하다. 롯데가 내년 시즌 전반기에도 똑같은 부진을 반복할 경우 여론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내부의 변수는 성 단장이 컨트롤하고 설득할 수 있지만, 외부 여론이라는 변수는 다른 문제다. 롯데가 성적 부진에 빠질 시 "좋은 코치진, 선수를 확보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당장 성적이 나지 않더라도 (프로세스를 만들면) 나중에는 계속 이길 수 있는 팀이 될 수 있다"는 성 단장의 지론에 외부에서 어느 정도 인내심을 보일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성 단장은 "내 직속 보스는 (구단, 모기업의) 사장, 회장이다. 하지만 그 말이 사장, 회장 말을 무조건 듣겠다는 것은 아니다. 프로세스를 지킨다면 위에서 지시가 내려오더라도 보여드릴 근거가 있다. 설득을 못 시킨다면 내 능력 부족"이라고 말했다. 감독 선임 문제를 두고도 "감독님의 첫 조건은 선수가 좋아하는 지도자다. 선수들을 잘 컨트롤 하더라도 데이터를 모르는 지도자가 있다면, 데이터 코치를 붙이면 된다"고 유연한 자세를 강조했다. 이런 성 단장의 자세에 롯데가 어떻게 화답할 지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