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뜨거웠던 여름이 가고 수확의 계절이 왔다.
최하위로 추락한 롯데 자이언츠의 팬심은 벌써 한겨울에 접어든 모습이다. 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을 찾은 관중 수는 2390명. 홈팀 롯데를 응원하는 1루 내야 응원석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좌석 대부분은 한눈에 봐도 텅 빈 모습이었다. 이날 관중수는 올 시즌 롯데의 사직구장 홈경기 중 가장 적은 숫자다.
날씨 변수가 있긴 했다. 오전부터 비가 내린 부산 지역은 오후부터 날씨가 갰지만, 가랑비가 흩뿌리는 등 변덕스런 모습이었다. 실제 사직구장 내야 전체를 덮은 방수포도 경기 시작 1시간 전에서야 걷혔고, 관중 입장도 그때부터 시작됐다. 불규칙한 날씨가 야구장으로 향하는 팬들의 발걸음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날씨만을 탓하기엔 너무나 무거운 롯데의 발걸음이다. 전반기부터 이어진 부진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후반기를 앞두고 단장-감독 동반 퇴진이라는 충격 요법을 썼지만, 이마저도 소용이 없었다. 현장은 공필성 감독 대행 체제로 급한 불을 껐지만, 컨트롤타워인 단장 자리를 한 달 넘게 비우면서 방향성을 상실했다. 후반기 반등의 축이 될 것으로 전망됐던 베테랑들의 활약상도 기복을 보였다. 후반기 초반 결집하는 모습을 보였던 선수단 역시 패배를 거듭하면서 분위기가 흐려지는 등 '대행 체제'의 한계를 절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부동의 4번 타자 이대호마저 부상 이탈하는 등 악재가 거듭되면서 롯데 팬들이 품었던 일말의 기대감마저 얼어붙었다.
이날 롯데는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의 성민규 환태평양 스카우트 슈퍼바이저를 신임 단장으로 선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단장 선임을 주도했던 김종인 롯데 대표이사는 '3년 내 우승권 진입'을 공약했다. 파격적 변화를 선언한 롯데지만, 거듭되는 부진 속에 꽁꽁 얼어 붙은 팬심을 녹이는 길이 쉽지 만은 않아 보인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