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롯데 자이언츠의 단장 공백 사태가 일단락 됐다. 롯데는 3일 성민규(37) 시카고 컵스 환태평양 스카우트 슈퍼바이저를 신임 단장으로 선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성 신임 단장은 4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 선수단 상견례를 통해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지난 7월 19일 단장-감독이 동반 퇴진한 롯데는 공필성 수석코치의 대행 체제로 현장을 수습한 뒤, 김종인 대표 이사 주도 하에 차기 단장 물색 작업을 펼쳤다. KBO리그 구단 내 인사 뿐만 아니라 전직 지도자, 관계자 등 다양한 인물이 물망에 올랐다. 성 신임 단장은 지난달 초부터 물밑에서 이름이 거론됐던 인사다. 김종인 롯데 대표 이사와 면접을 거쳐 모기업 본부 인사팀 검증 절차를 마친 3일 차기 단장으로 내정됐다. 당초 롯데는 4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성 단장 선임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미 롯데의 선택이 초미의 관심사가 된 가운데 정보가 언론에 새어나갔고, 결국 롯데는 성 단장과의 계약서 사인이 이뤄지기 전인 3일 사직구장에서 열리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 도중 급히 선임을 발표했다.
성 단장은 대구 상원고를 거쳐 미국 유학길에 올라 네브라카스카대를 졸업한 뒤 2006년 KIA 타이거즈에 입단했다. 하지만 두 시즌 만에 현역에서 은퇴했고, 2009년부터 컵스 마이너리그 코치로 지도자 인생을 시작했다. 이 시기 컵스를 거쳐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은 이학주와도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 단장은 최근까지 컵스 환태평양 스카우트 슈퍼바이저로 활동해왔다.
성 단장은 롯데 뿐만 아니라 KBO리그와도 큰 인연이 없는 인사다. 30대 후반의 젊은 나이로 구단 전반의 지휘자 역할을 하는 단장직을 맡게 된 것도 '파격'이라는 수식어가 빠질 수 없는 이유다. 때문에 성 단장이 유력 후보군으로 압축된 이후에도 모기업 본부 인사 검증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롯데가 성 단장을 선택한 것은 '벼랑 끝'이라는 위기 의식이 크게 작용했다. 최근 수 년 간 스토브리그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했고, 성적 부진을 이유로 감독 교체를 단행해왔지만 그에 걸맞는 결과물을 내지 못했다. 올 시즌에는 초반부터 부진에 허덕이다 결국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단장-감독이 동반 사퇴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대체 외국인 선수로 거론됐던 헨리 소사(현 SK 와이번스) 영입전 실패 등 다양한 상황이 작용하면서 모기업 내부에서 여론이 크게 흔들렸고, 결국 단장-감독의 갑작스런 동반 사퇴 상황까지 만들어졌다. 최근 팬심 이반 기미까지 보이면서 롯데 내외부에선 '판'을 바꿀 만한 인사 없이는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롯데는 오랜 역사와 공격적인 투자에도 '구식' 이미지를 떨치지 못했다. CCTV 파동으로 대변되는 프런트의 간섭, 성적을 추구하면서도 그에 걸맞는 청사진, 환경을 만들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성 단장은 김 대표 이사와의 면접 당시 자신이 맡았던 스카우트 분야 뿐만 아니라 트레이닝, 선수 육성, 데이터 활용 등 메이저리그식 운영 방식에 대한 계획을 밝혀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성 단장 선임을 계기로 롯데는 프런트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도 대대적 변화의 바람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려의 눈길도 존재한다. 성 단장이 젊은 나이에도 메이저리그 지도자, 스카우트로 많은 경험을 쌓은 것은 사실이지만, KBO리그 내에서의 네트워크는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카우트직을 수행하면서 특정 방송사 해설위원으로 활동한 경력 역시 단장직 수행에는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전임 단장과 달리 외부 인사인 성 단장이 올 초 취임 이후 빠르게 보폭을 넓히고 있는 김 대표 이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프런트-현장을 묶는 가교가 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매년 '우승권'이라는 기대치를 품고 있는 롯데 안팎의 분위기상 시간이 필요한 육성 정책을 뚝심 있게 밀어 붙일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김 대표 이사는 "반복된 성적부진과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팬 분들 앞에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 너무나도 죄송하다. 하지만 더 이상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없으며 분명한 방향성과 전략에 맞춰 팀을 빠른 속도로 혁신할 것"이라고 성 단장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제대로 준비하여 대응하겠다"며 "신임 단장이 중심이 돼 감독 선임과 코칭스태프, 선수단을 재정비하고, 향후 3년 내 우승권에 진입할 수 있는 팀 혁신을 가속화 하겠다"고 다짐했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