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지난달 28일 잠실 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 1,2위팀의 대결인만큼 쫓고, 쫓기는 '빅매치'였다.
두산이 2연전 첫날인 27일 승리를 거뒀고, 28일 경기에서도 8회까지 3-2로 앞서 있었다. 하지만 SK를 상대로 1점은 불안했다. 어렵게 만든 8회말 2사 만루 찬스. 어떻게든 1점을 더 뽑아야 두산이 승리에 쐐기를 박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때 생각지도 못한 도루가 나왔다. SK 투수 박민호가 투구에 들어가기 전 습관적으로 로진을 만지는 동작을 하는 중에, 3루주자 오재원이 기습적으로 홈에 뛰어들어갔다. 뒤늦게 박민호가 홈으로 공을 던졌지만 오재원의 발이 더 빨랐다. SK의 허를 제대로 찔렀다. SK 입장에서는 적시타, 홈런보다도 더 뼈가 시린 실점이었고, 두산은 팀 분위기가 완전히 달궈지는 1점이었다.
오재원이니까 가능한 홈스틸이다. 상대의 실책성 플레이 없이 나오는 홈스틸은 기본적으로 발이 빠르고, 상대에 대한 파악이 완벽하게 끝났을 때 가능하다. 또 스스로 믿음이 없다면 과감하게 도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스타트만 주춤해도 아웃되기 십상이다.
비슷한 플레이가 1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도 나왔다. 이번에도 3-1에서 달아나는 점수가 필요하던 6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오재원이 3루수 앞 기습 번트안타로 물꼬를 텄고, 두산은 이후 추가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삼성의 3루수가 아직 1군 경험이 많지 않은 신예 이성규임을 감안한 기습적인 플레이였다. 김태형 감독은 "주루 센스가 팀에서 가장 좋은 오재원이니까 가능한 플레이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재원은 1군에서 주전으로 자리잡은 이후 올 시즌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있다. 타격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1일까지 그의 시즌 타율은 2할6푼7리(174타수 29안타)에 불과하다. 꾸준히 3할을 치는 유형의 타자는 아니어도, 지난해 3할1푼3리-15홈런-81타점으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던 것과는 확실히 대조적이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4월 한차례 2군에 내려보냈던 것 외에는 오재원을 줄곧 1군에서 기용했다. 물론 타격이 침체돼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선발로 나가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젊은 선수가 많은 두산의 팀 특성상 선수단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필요하다. 그 역할을 김재호와 더불어 현재 주장인 오재원이 맡고있다. 김 감독은 팀을 꾸려가는데 있어 이런 내부 분위기를 무척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현역 시절 김태형 감독도 선수단 주장을 맡았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최근 보여준 상대 허를 찌르는 플레이는 1년중 가장 중요한 시기인 가을 무대에서 '키 포인트'로 활용될 수 있다. 팀에서 오재원에게 가장 기대하고, 또 바라는 모습이기도 하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