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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기다림 끝에 'NO.90'구대영의 시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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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 윙백 구대영(27)은 감독의 마음을 움직이는 선수다.

지난 7월10일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이임생 수원 감독(47)이 눈시울을 붉히고, 지난 30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홈 경기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게 만든 게 바로 구대영이다.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에게 기회를 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려 눈물을 흘릴 뻔했고, 귀중한 골을 터뜨린 게 고마워 몸을 흔들었다. 구대영은 1대0 승리한 제주전을 마치고 "시즌 초반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이를 극복하려고 남모르게 노력했는데, 감독님께서 좋게 봐주셨다. 제가 기특해서 춤을 추신 것 같다"며 웃었다. 수원 관계자는 "구대영은 감독의 아픈 손가락이다. 워낙 성실한 선수여서 기회를 한번 주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신세계가 다쳤을 때 기회를 잘 잡았다"고 했다.

선수로서가 아니라 '구대영'이라는 특이한 이름과 등번호 '90'(구영)으로 더 잘 알려진 구대영은 2014년 FC 안양에서 프로에 데뷔해 아산(2017~2018)을 거쳐 올해 처음으로 K리그1에 입성했지만 힘든 전반기를 보냈다. 뒤늦은 입단으로 동계훈련에 참여하지 못해 몸이 만들어지지 않고, 팀 전술에도 녹아들지 못한 상황에서 시즌 초반 울산 현대와 성남 FC전에 출전한 게 화근이었다. '노빠꾸 축구'(전진을 강조하는 이임생 감독의 축구의 별칭)에 대한 비판이 거세던 시점이었고, 부진한 구대영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향했다. 이후 주전 라이트 윙백 신세계가 돌아오면서 좀처럼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전반기 18경기 중 4경기(228분) 출전에 그쳤다. 왼발잡이 레프트 윙백인 박형진에게도 밀린 '제3 옵션'으로 여겨졌다.

7월 7일 제주전에서 반전의 가능성을 보였다. 근 두 달 만에 출전한 이날 팀의 5경기 만의 승리를 뒷받침했다. 바로 이어진 인천 원정에서 사리치(현 알 아흘리)와의 이대일 패스를 통해 수원 데뷔골을 터뜨린 구대영은 7월 말 대구 원정에선 장기인 활동량을 토대로 상대팀 에이스 세징야를 꽁꽁 묶으며 이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았다. 구대영이 활약한 제주, 인천, 대구전에서 팀이 모두 승리했고, 이는 신뢰 상승으로 이어졌다. 신세계가 출전한 경기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투입될 정도. 구대영은 7월 이후 수원이 치른 리그 10경기 중 9경기(748분)에 출전해 2골 1도움의 포인트를 쌓았다. '스리백의 오른쪽 수비수인 구자룡이 뒤에서 받쳐주고 있으니 구자룡을 믿고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라'는 감독의 지시를 따른 결과다. 제주전에선 문전 앞까지 과감히 침투해 한의권의 크로스를 다이빙 헤더로 받아 넣었다. 부상 결장한 타가트의 역할을 구대영이 대신했다. 구대영은 "빅버드에서 골을 넣게 돼 영광"이라고 했다.

제주전을 통해 상위 스플릿인 6위를 탈환한 수원은 9월 A매치 이후 더 다양한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 신세계가 제주전 후반 출전을 통해 근 3주 만에 부상 복귀전을 치렀고, 패스 감각이 뛰어난 호주 미드필더 테리 안토니스도 부상에서 회복했다. 전반기에 부진했던 중앙 미드필더 김종우 역시 최근 컨디션이 되살아난 가운데, 아킬레스 부상에 시달린 베테랑 염기훈의 복귀가 가까워졌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렇다고 최근 기세가 좋은 구대영을 다시 벤치로 내릴 수도 없는 노릇. 여름 이적시장에서 뚜렷한 보강 없이 핵심 미드필더 사리치를 떠나보내야 했던 이 감독은 2~3선 자원들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며 스쿼드를 꾸려야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수원은 A매치 데이 이후 상위 스플릿 진입 경쟁팀인 성남(9위) 상주(7위)를 잇달아 상대한 뒤, 울산~전북~서울로 이어지는 '죽음의 3연전'에 돌입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