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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추적]롯데 이대호 2군행 둘러싼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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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롯데 자이언츠 이대호(37)의 2군행을 두고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대호 책임 전가론'이 눈길을 끌고 있다. 올 시즌 극도의 부진을 겪으며 단장-감독 동반 퇴진 결정까지 내린 롯데가 이제 베테랑 이대호에게 화살을 겨눴다는 것. 실제 롯데가 이대호의 손목 통증 등 컨디션 난조와 재정비 차원에서의 결정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드물다. 후반기에도 나아지지 않는 성적 부진의 책임을 누군가에게 물어야 했고, 결과적으로 이대호가 희생양이 됐다는 시각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대호는 정말 등떠밀리듯 2군으로 내려간 것일까.

▶'때'를 기다렸던 공필성 대행, 결국 용단 내렸다

이대호의 2군행은 공필성 감독 대행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공 감독 대행은 후반기 지휘봉을 잡을 때부터 팀 재정비 시점을 고민해왔다. 단장-감독 동반 퇴진이 후반기 초반 충격 요법으로 작용할 순 있어도, 시간이 흐르면서 긴장은 풀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공 감독 대행이 후반기를 앞두고 선수단 면담을 거쳐 자율-베테랑 중용 방침을 밝히면서도 '어느 시점'이 되면 수정될 것이라는 뜻도 분명히 한 이유다.

이 과정에서 공 감독 대행은 기존 베테랑 대신 전준우-민병헌-손아섭 등 팀의 허리 역할을 해온 중고참급 선수들을 활용하는 쪽을 택했다. 전임 주장 손아섭 뿐만 아니라 후반기 주장을 맡은 민병헌, 이들과 같은 연차인 전준우가 중심이 되는 선수단을 꾸려 새로운 추진력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이었다. 특히 승부욕이 남다른 손아섭, 민병헌의 활용을 통해 그동안 다소 정체됐다는 평가를 받았던 롯데 선수단 내부 기강 및 문화를 바꿔보겠다는 구상을 했다. 그러기 위해선 이들이 전면에 부각될 수 있는 '교통정리'가 필요했다. 29일 채태인, 30일 이대호가 차례로 2군에 내려간 것은 이런 맥락이었다.

▶이대호 스스로도 '에이징 커브'를 의식해왔다

사실 이대호의 2군행은 공 감독 대행만 고민한 것은 아니었다. 롯데 선수단 내부에선 전반기 막판부터 이대호의 재정비 필요성이 지적돼 왔다. 기록 보단 내용의 문제였다. 득점권 타율은 3할대 안팎을 오갔지만, 뜬공 비율이 눈에 띄게 줄었다. 스윙 스피드가 느려졌고, 타구의 질도 하락세였다. 공인구 여파 탓만으로 돌리기엔 무리가 있었다.

실제 이대호도 이 부분을 의식하고 있었다. 한 야구인은 "이대호가 '공이 보이는데 배트가 나가지 않는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전했다. 연차가 쌓이면서 기량이 정점을 찍고 하향세로 접어드는 '에이징 커브'가 가속화됐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 이유다. 이대호 스스로 변화의 계기를 만들지 못할 경우 내년에도 활약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 '승리'가 큰 의미를 갖지 못하는 정규시즌 남은 일정을 의미없이 치르는 것보다 이대호가 반전 준비를 일찌감치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낫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언젠가는 찾아올 '성장통'이었을 뿐이다

논란은 여전하다. 베테랑 배제, 세대 교체 등을 입지가 불안한 공 감독 대행 스스로 결정할 수 있었겠느냐는 것. 일각에선 이대호의 2군행이 차기 단장 선임 뿐만 아니라 구단 전반에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김종인 대표이사의 행보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실제 김 대표이사가 차기 단장 선임을 위해 동분서주 하는 과정에서 현장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를 한 정황은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단장직을 맡을 인물에 대한 방향성 등을 고려하는 수준이었다.

공 감독 대행은 선수들과의 소통-관계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팀 운영을 위한 참고였을 뿐, 주가 될 순 없는 부분이다. 오히려 차기 감독이 팀을 맡을 시점을 고려해 선수단 경기력, 운영 등 토대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실천하는데 포커스를 맞췄다. 연패를 거듭하는 와중에 안팎에 들려온 여러 목소리들에도 자신이 세운 팀 운영 기조를 흔들림 없이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야구계 관계자는 "공 감독 대행이 팀을 이끌 방법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을 것이다. 이번 결정 역시 그런 연장 선상"이라면서도 "'대행' 꼬리표가 달려 있다고 해서 마치 등떠밀려 결정을 내린 것처럼 보이는게 안타깝다. 이번일로 팀 운영 등 지도자로 공정하게 평가를 받을 기회가 옅어질까 걱정된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조선의 4번 타자', '거인의 심장'으로 불렸던 이대호의 상징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대호가 롯데 4번 타자 자리를 영원히 지킬 수도 없는 노릇. 이대호의 2군행도 결국엔 롯데가 지난 문제점을 털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선 피할 수 없는 문제일 뿐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