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나이지리아가 1승 제물이라고?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2019 FIBA 농구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처참한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한국은 31일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B조 1차전에서 세계랭킹 5위 아르헨티나를 맞이해 69대95로 패했다. 경기 초반 잠깐의 접전 양상을 만들었지만, 2쿼터부터 벌어진 점수 차이는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완패였다. 개인 기량, 신체, 팀 조직력 등 모든 면에서 열세였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슛을 던지면 성공시켰고, 한국 선수들의 슛은 에어볼도 나오는 등 림을 벗어나기 일쑤였다. 한국이 3점슛 8개를 성공시키는 동안 아르헨티나는 무려 17개의 3점슛을 터뜨렸다. 우리가 높이에서 열세니, 3점슛과 속공으로 맞서 싸우면 된다고 했지만 이는 잘못된 계산이었다.
아르헨티나는 높으면서도 빨랐고, 조직력도 훌륭했다. 경기 후반 나온 백업 선수들의 기량이 주전 선수들 못지 않았다. 연습 경기를 하듯 손쉽게 패스를 돌리며 완벽한 찬스를 만들었다면, 한국은 라건아와 이정현이 우격다짐으로 득점을 하는 식이었다. 한국은 벤치 득점에서 절대적 열세를 보이며 힘겨운 경기를 했다.
아르헨티나전을 빨리 잊고, 이어지는 러시아와 나이지리아전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다. 아르헨티나전을 통해 세계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실감했기 때문. 한국의 장점인 외곽슛과 속공을 살리겠다는 게임 플랜을 야심차게 내놨지만, 상대가 그럴 수 있게 놔두지 않았다. 키는 더 크지만, 더 빠른 스피드로 자신들의 속공을 전개하고 한국의 속공을 저지했다. 적극적인 외곽 수비로 한국 슈터들이 슛을 쏠 틈도 주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답답한 라건아가 계속해서 외곽에 나와 슛을 던졌다. 라건아의 외곽슛이 많이 들어가줬기에 망정이지, 더 큰 점수 차이로 패할 뻔 했다.
문제는 아르헨티나 뿐 아니라 러시아와 나이지리아도 만만히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점. 양팀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맞붙어 러시아가 82대77로 승리했다. 러시아는 주축 선수들이 빠져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나이지리아는 한국의 1승 제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NBA 선수들이 대거 포함된 나이지리아 선수들의 개인 능력은 뛰어나다. 특히, 탄력과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강한 압박 수비가 돋보인다. 이럴 경우 앞선에서의 개인 기술이 부족한 한국 선수들의 면면을 감안하면 공 운반부터 쉽지 않은 경기가 될 전망이다. 러시아는 이런 나이지리아를 압도적인 피지컬과 조직력으로 이겼기에 더 힘든 상대가 될 수 있다.
한국의 조별리그 2차전인 러시아전은 2일 우한에서 계속된다. 한국 대표팀 김상식 감독은 "잘못된 부분을 분석해 아르헨티나전과 같은 실수가 나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나마 분전한 주장 이정현은 "실력 차이가 분명한 경기였다. 아르헨티나전을 교훈 삼아 러시아전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