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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당구 PBA, '재야고수'의 부활터가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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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재야에 숨어있던 당구 고수들이 하나둘씩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생업 때문에, 또는 다른 이유로 큐를 놓았던 강호의 고수들이 다시 투혼을 불태우며 새롭게 출범한 프로당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프로당구투어(PBA)가 출범한 지 4개월 만에 나타난 현상이다.

PBA는 지난 8월 30일 경기도 고양시 엠블호텔에서 3차 투어 '웰컴저축은행 웰뱅 PBA 챔피언십'을 성황리에 마쳤다. 이번 대회 우승은 한때 '전북의 강자'로 이름을 떨쳤던 '스나이퍼' 최원준(41)에게 돌아갔다. 최원준은 한때 전북지역을 대표하는 선수로 활동했으나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동호인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 초 PBA가 출범하자 다시 트라이아웃을 통해 프로 선수로 복귀해 세 번째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PBA 3차 대회 4강 진출자 중 외국인 선수인 다비드 마르티네스를 제외한 3명의 선수가 모두 '트라이아웃'을 통해 PBA 프로 자격을 얻은 인물이라는 점이다. PBA는 지난 5월 출범에 앞서 프로리그에서 활동하게 될 프로 선수를 선발했다. 기존 대한당구연맹 소속 선수들 뿐만 아니라 일반 동호인들에게도 '트라이아웃' 제도를 통해 프로화의 문호를 개방했다.

4월 중순부터 총 3차로 진행된 트라이아웃에 331명이 신청했고, 여기서 96%인 317명이 참가해 숨겨 놓은 기량을 겨뤘다. 이 과정에서 총 48명의 PBA 프로 선수들이 탄생했다. '웰컴저축은행 웰뱅 챔피언십' 4강 진출자인 최원준과 정경섭, 김남수가 바로 이를 통해 PBA 프로로 데뷔한 선수들이다. 정경섭은 생업을 위해 '대리운전'을 하며 프로선수의 꿈을 키운 선수고, 김남수는 유일한 순수 동호인 출신 프로 선수다.

이들이 이번 대회 기간 내내 선보인 기량과 성과는 국내 당구 생태계에 큰 변화를 미치게 될 전망이다. 대회당 '1억원'이라는 큰 우승 상금에 '동호인 출신 프로'라는 점이 결부돼 재야 고수들과 일반 당구 팬들의 관심도를 대폭 끌어올리는 관전 포인트로 굳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선수들이 기존에 널리 알려진 '강동궁'이나 '쿠드롱' 등 간판 선수들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는 모습에서 대리 만족을 느끼는 동호인들도 많다. 이들과 같은 '언더 독'이 계속 탄생하며 판을 뒤흔들수록 PBA의 관심도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PBA 관계자는 "주목받지 못하던 무명선수들이 우승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년 트라이아웃에 참가하고 싶다는 동호인 고수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관심도가 커질수록 프로당구가 더 단단히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본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