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타일러 윌슨의 에이스 모드가 후반기 들어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윌슨은 지난 31일 인천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승리투수가 됐다. 지난 20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시즌 11승을 따낸 뒤 두 경기 만에 승수를 추가했다.
그러나 윌슨은 5⅓이닝 동안 10안타와 볼넷 2개를 허용하며 4실점했다. 초반 SK 선발 김광현을 상대로 활발한 득점 지원을 해준 타선과 6회 위기에서 리드를 지켜준 김대현의 활약 덕분에 고전하고도 시즌 12승에 성공했다.
윌슨이 한 경기 두 자릿수 안타를 내준 것은 올시즌 세 번째다. 지난 5월 3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4이닝 11안타 6실점, 6월 25일 SK전에서 5이닝 11안타 6실점을 기록한 바 있다. 두산과 SK는 시즌 내내 1,2위를 유지해 온 팀들이다.
문제는 윌슨이 후반기 들어 그저 '평범한' 투수로 위치가 내려갔다는 점이다. 후반기 6경기에서 3승2패, 평균자책점 6.35를 기록했다. 요즘은 등판할 때마다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한껏 웃으며 수비수들을 향해 엄치를 치켜들거나 박수를 보내는 일이 부쩍 줄었다. 2점대 수치로 3위 이내를 유지하던 평균자책점은 3.23으로 8위로 떨어졌다. 확실히 제구가 불안해졌다. 한 경기에 한 개 나올까말까 했던 볼넷이 평균 2~3개로 늘었다. 제구력이 안정적이지 못하니 경기 초반부터 투구수가 불어나고 6이닝을 채우기가 버겁다. 후반기 6경기 중 6이닝 이상을 책임진 것은 2번 뿐이다.
2,3선발인 케이시 켈리와 차우찬이 후반기 상승세를 이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한 LG로서는 윌슨의 부진이 아쉬울 수 밖에 없다. 특히 상위팀들을 상대로 고전한다는 점이 걱정스럽다. 올해 SK와 두산, 그리고 키움전 평균자책점은 각각 5.71, 13.50, 5.29다. 이들을 상대로 난타를 당했다는 이야기인데, 합계 7번의 등판 중 퀄리티스타트는 3번 밖에 없다. 이들은 LG가 포스트시즌서 상대할 수 있는 팀들이다. 윌슨을 포스트시즌 1선발로 삼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오히려 평균자책점 2.72로 이 부문 5위에 올라 있는 켈리가 더 안정감있어 보인다.
이날 경기 후 류중일 감독은 "윌슨이 선발투수로서 잘 던졌고 뒤에 나온 중간계투들이 잘 막아줬다. 타자들이 초반부터 득점 기회에서 적시타를 쳐줬다"고 했다. 윌슨이 숱한 위기에서도 실점을 최소화하면서 5회를 넘겼다는 점을 평가한 것이다. 여전히 신뢰를 보낸다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