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자락, 이제 달콤한 휴가시즌도 대체로 끝나는 즈음이다. 하지만 푹 쉬고 왔음에도 어찌된 일인지 더 피곤하고, 무기력감에 온몸이 쑤신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른바 '바캉스 증후군'에 시달리는 경우다.
전문가들은 여행 기간 동안 장시간 운전 및 이동에 무거운 짐을 옮기는 등 몸을 혹사시키다 일상으로 복귀하게 되면 무기력한 증상과 함께 손목, 목과 어깨, 허리 등 여기저기에 통증이 나타나게 된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휴가 증후군을 극복하는 방법과 관리법 등을 힘찬병원 전문의들의 도움으로 정리했다.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쉬고 돌아왔는데 손목 '욱신' 쑤신다면?
휴가 기간에는 컴퓨터와 스마트 기기, 집안일 등에서 해방돼 여행지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올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에선 가족들을 챙기기 위해 실시간으로 여행지와 맛집 검색, 길 찾기 등을 위해 휴가 내내 스마트폰을 내려놓기가 어렵다. 뿐만 아니라 보육기관의 도움없이 긴 시간 밤낮없이 아이들과 놀아주어야 하고, 집을 떠나왔음에도 식사 준비와 설거지부터 숙소 정리까지 일거리들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회사 복귀 후 컴퓨터 앞에 앉아 평소처럼 바쁘게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하는 순간 손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가볍게 넘기지 말아야 한다. 손목 관절을 무리해서 사용하면 미세 손상이 누적돼 손목 힘줄을 둘러싼 건초에 염증이 생기거나 손목을 지나는 신경이 압박되는 수근관 증후군 등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인천힘찬병원 김형건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통증이 가볍다면 따뜻한 물에 손을 20~30분 담그고 있거나 온찜질을 해주고, 손목을 자주 마사지해주며 손가락이 뻐근할 때는 주먹을 꽉 쥐었다가 서서히 푸는 동작을 해주면 통증 완화 효과가 있다"며 "손바닥을 자주 벌려 손목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보호대 등을 활용해 손을 반복적으로 오랫동안 쓰는 일은 피하고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목과 어깨까지 굳어 움직이기 힘든 증상은?
휴가 내내 아이를 안고 다니거나 장시간 비행이나 운전으로 부동자세를 오래 유지했다면 휴가가 끝난 후 몸이 찌뿌둥하고 목에서 어깨로 이어지는 부위 근육이 뭉치고 딱딱해질 수 있다. 오랜 시간 근육이 긴장돼 있으면 어깨로 가는 혈류의 흐름이 정체되고, 힘줄이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해 약해지기 때문이다. 또 어깨는 목과 연결돼 있어 목에 무리를 주는 자세를 취하면 어깨에도 함께 통증이 나타나게 된다.
피로가 풀리지 않았을 때 흔히 '담이 들었다'고 표현하는 근막동통증후군도 생길 수 있다. 신경학적으로 이상이 없지만 근육을 오래 사용해 쉬지 못하고 과도하게 긴장하고 있으면 근육을 둘러싼 얇은 막인 근막이 짧아지고 뭉치기 때문에 어깨나 뒷목의 근육이 뻐근하고 쑤시는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주로 근육의 스트레스, 잘못된 자세, 반복적인 움직임 등이 원인으로 작용한다.
약간 뻐근한 정도의 가벼운 목과 어깨의 통증은 스트레칭만 잘 해도 충분히 벗어날 수 있다. 틈틈이 기지개를 켜 근육을 풀어주고, 깍지 끼고 팔을 머리 위로 올리기를 하거나 어깨를 안쪽과 바깥쪽으로 원을 그리듯 돌려주고 목을 앞뒤로 움직여주면 도움이 된다. 또 굳어진 근육이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자세 교정도 필수다. 업무 특성상 오래 앉아 있어야 한다면 책상의 높이를 조절하고 모니터는 눈과 수평이 되는 위치로 맞춰야 하며, 다리를 꼬거나 턱을 괴는 자세는 피해야 한다.
▶휴가 후 허리 통증, 어떻게 관리할까?
평소 허리 근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거운 짐을 무리하게 들고, 여행지를 많이 걸어 다니며, 캠핑 등 불편한 야외 취침으로 인해 허리 통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단순 허리 통증이라면 평소 자세를 바르게 하고, 종종 스트레칭을 해주면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앉을 때는 의자 깊숙이 허리가 등받이에 딱 맞게 닿도록 세워 앉고, 잘 때는 천장을 보고 바르게 누워 무릎 밑에 베개를 받쳐 허리에 부담을 덜어주는 등 자세에 신경을 쓰면서 충분히 쉬어준다. 또 바닥에 매트를 깔고 바른 자세로 누워 한 쪽씩 다리를 들어 올리거나 엎드린 상태에서 팔꿈치를 바닥에 대고 윗몸을 천천히 일으키는 등 허리를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해주면 좋다.
그러나 2주 이상 통증이 가라앉지 않고 허리에 힘을 줄 때 묵직한 느낌과 하반신까지 저림과 통증이 있다면 허리디스크 등 척추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허리디스크 환자 수는 총 37만 6000여 명으로, 10월에 이어 연중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휴가 후 지속되는 허리 통증을 방치하면 자칫 치료가 힘들어질 수 있으므로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강북힘찬병원 하근우 원장(내과 전문의)은 "휴가 증후군은 휴가 중 생활패턴이 깨지면서 다시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생기면서 발생하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체 리듬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충분한 수면, 과일 섭취로 비타민 보충, 반신욕, 가벼운 운동, 업무 중 스트레칭 등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