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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성격인가봐요"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비시즌도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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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 "그냥, 걱정이 많은 성격인 것 같아요."

위성우 아산 우리은행 감독이 한참을 고민하다 천천히 입을 뗐다.

'명장', '승부사', '여자농구 최강'···. 위 감독의 이름 앞에는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그리고 또 하나. 바로 엄살이다. 위 감독은 매년 입버릇처럼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2012~2013시즌부터 6연속 통합 챔피언을 차지했다. 그의 말이 엄살로 들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번에는 얘기가 다르다. 우리은행은 도전자로 위치가 바뀌었다. 지난 시즌 청주 KB스타즈에 막혀 리그 2위를 기록했다. 봄 농구에서는 용인 삼성생명에 막혀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지 못했다. 굳건할 것만 같았던 '우리은행 왕조'는 6연패를 끝으로 정상에서 물러났다.

제로에서 다시 시작하는 위 감독. 그는 "그동안 주변에서 '당연히 우승하겠지'라는 말을 했어요. 사실 '당연하지'라는 말이 가장 힘들거든요. 우리에게 당연한 것은 없었으니까요. 이제 우리는 진짜 도전자에요. 지켜야 한다는 부담은 없죠. 그러나 정상에서 잘 내려와서, 다시 잘 올라가는 것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도전자의 위치에서 다시 시작하는 우리은행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6월과 8월에 한 차례씩 아산으로 내려가 집중 체력훈련을 마쳤다. 9월에는 일본으로 전지훈련을 갈 예정이었지만, 한-일 관계를 고려해 전면 취소하고 국내에서 집중하기로 했다. 현재는 장위동의 우리은행체육관에서 하루 두 차례씩 강도 높은 훈련을 하고 있다.

그러나 훈련하는 선수단이 다소 단출했다. 이유가 있다. 박혜진 최은실 박지현은 2019년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관계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이들과 함께 대표팀에 합류했던 김정은은 근육 파열 부상으로 재활에 몰두 중이다. 무엇보다 지난 시즌까지 팀의 중심을 잡았던 맏언니 임영희가 은퇴했다. 임영희는 코치로 새 시즌을 준비 중이다.

위 감독은 "가장 큰 타격은 단연 임영희의 은퇴에요. 경기 때는 물론이고 코트 밖에서도 팀의 중심을 잡아줬거든요. 정신적 지주로 팀 전체의 60% 역할은 해줬던 것 같아요. 앞으로는 김정은과 박혜진이 해줘야 해요. 물론 김정은은 우리 팀으로 이적하기 전까지 다른 팀에서 리더 역할을 했었어요. 박혜진도 임영희가 떠날 때를 대비해 마음의 준비를 한 것 같아요. 저 역시도 2~3년 전부터는 승부처마다 박혜진에게 요구한 것이 있어요. 그런데 어쨌든 그동안 의지했던 선수가 떠났잖아요. 그걸 어떻게 채우느냐가 정말 중요할 것 같아요"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임영희가 빠진 자리. 위 감독의 말처럼 김정은과 박혜진의 리더십이 더 중요해졌다. 임영희가 코트 안에서 보여준 플레이는 '대형신인' 박지현을 비롯해 박다정 나윤정 최규희 등 어린 선수들이 채워줘야 한다. 위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제 자리에서 그동안 열심히 했어요. 어린 선수들이 우리의 미래인 것은 맞아요. 하지만 프로는 만만치 않아요. 박지현이 대표팀에 갈 때도 얘기했어요. 언니들이랑 똑같이 하면 안 된다. 2~3배는 열심히 해야한다고요"라며 성장을 주문했다.

개막까지 남은 시간은 두 달. 위 감독의 마음은 바쁘기만 하다. 어쩌면 위 감독은 우리은행의 지휘봉을 잡고 처음 감독 생활을 할 때와 같은 입장이 됐다. 그때도 지금도 위 감독은 도전자 위치다.

위 감독은 "맞아요. 저는 그때도 지금도 변함 없이 여전히 여유가 없어요. 감독 초년생일 때는 '처음하는 거니까' 당연히 그런 것인 줄 알았어요. 주변에서 '여유가 없다'고 조언할 때마다 '내가 여유 부릴 때냐'고 되물었죠. 그런데 그냥, 걱정이 많은 성격인 것 같아요. 방심하지 않는다는 장점은 있지만, 생활이 힘들다는 단점은 있죠. 하지만 언젠가 먼 훗날 돌아봤을 때 '지금 참 열심히 했구나'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며 슬며시 미소지었다. 한여름 태양 만큼이나 뜨거운 비시즌. 위 감독의 여름은 따뜻한 겨울을 향한 첫 걸음이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